<가볍게 읽다 묵직하게 다가온 질문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애착형성과 엄마의 심리에 관한 책들을 접하게 되었다. 어린시절의 엄마와의 관계가 아이가 커서 인간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육을 하며 내 안의 어린아이가 튀어나오는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마흔이 된 어른이지만, 5살의 어린아이가 나와 내 아들과 다투고는 했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했다. 여기에는 여러 부모가 나온다. 엄마지만 자신의 상처에 몰두해서 어린 딸을 충분히 보듬어 주지 못한 엄마. 마음으로 낳아 아이를 가슴에 품고 키운 엄마. 자신의 사랑을 찾아 날아간 무책임한 아빠, 비툴어진 사랑과 욕망으로 자신의 사랑하는 이들을 학대한 아빠. <러브 알러지>의 인물들은 이 부모들의 아이들이다. 휘현,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다툼 속에서 충분히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 회피형 인간이 되었다. 회피형 인간은 중요한 관계의 문제 앞에서 늘 도망을 친다. 완전한 사랑 애정을 갈구하지만 회피형 타입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류의 또 다른 회피형이다. 상대에게서 측은함과 자신의 모습을 보며 거울이 되어 자신을 바라본다. 서로 사랑하고 애정하지만 온전히 곁을 줄 수는 없다.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운 채 자신의 영역에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든,또 다른 아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졌으나 사랑많은 양부모의 햇살같은 사랑으로 안정형 타입의 인간이 되었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기 보다 용서와 용기를 통해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요즘 유행하는 사랑의 모습과 형태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랑은 온전히 자신의 민낯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와 그녀 만나다. 감정적으로 결핍이 있는 그녀는 지나치게 따스한 이든의 언어가 불편하다. 결국 그 언어의 온도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알러지 쇼크로 병원에 가게 되고 병명은 '러브 알러지',알레르겐은 룸메이트이자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든이다. 지나치게 비싼 병원비를 위해 임상실험에 참여하게 된 그와 그녀의 이야기. 진정한 사랑의 시작은 용서에서 시작됨을 알려준다. 간단한 러브스토리 속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를 투영해 본다. 소녀 시절 휘현과 같은 회피형 인간이던 시절을 떠올리며 어긋나버린 여러 인연들을 생각해본다. 용기가 없어 주위만 멤돌다 어긋나 버린 인연. 사랑받고 있지만 의심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사랑. 어린시절의 상처를 마주하고 용서와 회복기를 통과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다. 여전히 회피형의 인간에게 끌린것인지 우리의 시작은 많이 삐걱거렸다. 그럼에도 우리가 삶 속에 용서의 과정과 마무할 용기를 내었을 때 우리는 동행할 수 있다. 연애 소설이었으나 이제 나는 부모의 시선이 입혀졌다. 부모로서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까. '안정형 인간으로 아이가 자라면 회복탄력성이 좋아진다.' 연애 소설을 읽으며 설렘을 기대했으나 내게 들어온 것은 관계에 관한 묵직한 질문과 이 시대에 넘펴나는 인스턴트의 사랑이 혹시 회피형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거리를 둬야 한다.'"마음을 줄수록 남는 건 상처 뿐이에요. 그걸 피하는 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고요." -휘현 "제 생각은 달라요. 사랑은 가까운 친밀함을 기반으로 한 안정된 마음에서 커지죠. 순간적인 감정적 흥분은 향수처럼 곧 휘발되니까요." -이든20대 초반의 사랑이야기로 웹 소설을 떠올리는 (실제로 웹소설로 시작되어 종이책으로 나왔다) 구성과 문체이다. 그러나 담고 있는 메세지까지 가볍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