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서평단/청소년]‘학교 안에서‘서평

학교 안에서 ㅣ 사계절 1318 문고 129
김혜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5월

현진고를 폭파시키겠다는 협박글이 경찰청 SNS에 올라왔다. 폭탄 테러 사건이 장난인지, 진짜 인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현진고의 전 계약직 교사와 학생 7명이 학교 안에 갇혀 버린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폭탄의 설치 여부 및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학교 밖을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을 구하기 위한 경찰의 대응 행동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누가 범인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빠져들었다. 학교 안에 갇혀 버린 여덟 명은 왜 학교에 왔는지를 서로 의심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청소년 소설을 쓴 작가 김혜정은 “이 글은 학교에 관한 8인의 고백이자, 나의 고백이다.”라고 하였다. 이 책은 스토리를 넘어 학생들의 개개인이 가슴 아픈 사연의 비밀들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마음이 먹먹해지게 한다. 또한 학교나 우리 사회의 문제까지 생각해 보게 하였다. 등장인물들 통해 우리에게 학교란 과연 무엇이며,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SNS의 협박성 메시지로 사건이 시작되고 이 사건의 현장이 매중매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금세 세상은 이들의 안전과 상황을 외면하고 잊어버린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난 몇 몇의 사건들이 아련하게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과연 우리 사회, 우리 학교는 학생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인가 의문이 든다. 이 소설에서도 폭발 감식단조차도 이런 저런 상황을 핑계 대고 그 한계를 드러내며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이들은 서로 불신하고 의심하게 되고, 범인의 추적도 느슨해진 경찰의 역할에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 소설의 학생들이 살아온 삶과 계약직 교사의 삶도 나의 가슴을 쓰러 내리게 만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교사도 학생도 학교라는 곳에서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학교 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큰 건 분명하지만 학교라는 곳이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씁쓸하다. 학교 안에서의 학생과 교사의 다양한 아픔을 다루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참 많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이 소설은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로 자연스레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다. 학교로 던져진 폭탄은 학교 밖의 우리에게 경고하는 메시지와 같다. 작가의 시선들은 학교라는 공간의 역설적인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고, 사회 기관의 무능함과 타인의 무관심이 만든 상처들까지 다룬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세월호 참사로까지 귀결되었다.

폭탄 테러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이 난다하더라도 이 소설은 내가 몸 담고 있는 학교 안의 아픔을 더 헤아리게 하는 시발탄이 되었다. 학교라는 공간에 매일 억지로 모여 하루의 일상을 보내며 교사든 학생이든 저마다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얽히고 그런 속에서 우리는 애쓰고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공동의 공간인 학교가 이렇게 아련하게 다가왔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학교에서 하루를 보내는 교사와 학생을 좀 더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하루하루를 의미부여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소설이다.

‘차곡차곡‘서평

차곡차곡 - 2022 볼로냐 THE BRAW AMAZING BOOKSHELF 선정 도서 ㅣ Studioplus
서선정 지음 / 시공주니어 / 2021년 4월

평범한 일상 속의 풍경과 삶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며 계절이 변해갑니다. 앞표지와 뒷표지의 표면이 종이가 아니라 연한 아이보리의 부드러운 삼베같은 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천의 촉감을 매만지는 순간 초록빛으로 물든 숲 이미지에 내 시선이 고정되고 손은 계속 책을 어루만지며 ‘차곡차곡’이라는 책의 제목에 마음이 사로 잡혔습니다.

급히 책장을 넘기지 않고, 책표지를 만지고 또 만지며 ‘차곡차곡’이라는 책의 제목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봅니다. 작가는 우리의 삶도 이 모든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들도 어딘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시간 속에서 쌓여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의 시간 속에서는 무엇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봄꽃 향기와 따스함이 차곡차곡 쌓이며 봄이 시작됩니다. 부엌에서도 봄 기운이 나고, 집안 곳곳에 봄이 쌓여갑니다. 초록이 짙어지고, 장마가 오면서 여름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엄마의 식단에도 여름 과일, 바닷가에서 여름의 향기가 납니다. 가을 햇볕을 받아 잘 여물어가며 가을이 옵니다. 바람, 풀벌레, 가을 숲에서 가을을 느낍니다. 조용히 가라앉는 시간 속에서 독서를 즐기고, 눈이 내리는 소리가 차곡차곡 쌓여 겨울이 왔습니다.

책을 다 본 후 눈을 감고 책의 표지에 손을 다시 매만지며 따스함과 시원함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인 사계절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쌓이는 세월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쌓인다는 작가의 글을 다시 읽으며 음미해봅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사고방식도 차곡차곡 쌓이며 한 사람의 인생이 되고, 물건이 차곡차곡 쌓이고 그 사람의 공간이 되며, 그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느끼기도 합니다. 재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은 기억하기 쉽지 않지만, 그 일상조차도 차곡차곡 쌓여 우리의 삶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어떤 재료를 가지고 차곡차곡 쌓을 것인가? 나는 어떤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귀한 인생책입니다.

나눔의 기쁨

좋은 날엔 꽃떡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마을 37
김바다 지음, 이은선 그림 / 책고래 / 2021년 4월

책고래마을의 서른일곱 번째 그림책 [좋은 날엔 꽃떡]은 꽃떡을 소재로 이웃들과 나누고 마음을 채워가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꽃별씨는 좋은 날에 딸기 가루, 치자 가루, 시금치 가루로 색을 내고 매화, 장미, 국화, 모란, 목화 모양의 꽃떡을 만들고 이웃들을 초대합니다.

어느 날은 꽃떡을 먹고 행복해졌다는 아저씨가 ‘좋은 날을 꽃떡’이라는 푯말을 만들어 왔습니다. 안 좋은 날도 꽃떡을 먹고 좋은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꽃별씨의 마음 덕분에 꽃별씨의 이웃들은 위로와 기쁨을 얻으며 꽃별씨의 꽃떡집을 찾습니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 기쁨과 즐거움이 배여 있고, 따뜻한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꽃별씨가 만든 꽃떡을 먹고 기쁨, 즐거움, 행복은 나눔으로써 두 배가 되고, 슬픈 일을 겪은 사람과 꽃떡을 나눔으로써 그들의 슬픔을 위로하고 슬픔을 반으로 줄어들게 합니다.

이처럼 떡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읽어보길 권해봅니다. 아이들과 ‘나눔의 기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먼저 손 내밀고 소통하는 이웃사촌의 정겨운 삶을 책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자평] 신기한 스쿨버스 13

신기한 스쿨버스 13 - 진화의 비밀을 파헤치다 ㅣ 신기한 스쿨버스 13
조애너 콜 지음, 브루스 디건 그림, 이한음 옮김, 서울초등기초과학연구회 감수 / 비룡소 / 2021년 3월

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를 글도 모를때 아이가 그림만 보고도 좋아했어요. 진화이야기로 새 책이 나와서 너무 기대됩니다.

[교사서평단/청소년]‘막내의 뜰‘서평

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세상의 모든 유년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시작하는 글처럼 이 책은 작가의 유년에서 시작해 독자 개인의 유년의 기억을 끌어내어 그 시절로 젖어 들게 만듭니다. 열 한 살까지 열 개의 집을 이사다니면서 일곱 개의 집에 머물렀던 유년의 기억들은 일상과 놀이의 구별이 없던, 자연을 실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뛰놀던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그림과 글로 쓰여진 에세이집입니다. 타인의 책을 내던 사계절 출판사 편집자이자 대표가 2년전 우연한 기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게 되어 자신이 직접 작가가 되어 첫 출판한 책입니다.

대개의 경우 유년의 실타래를 정리하는 글은 자서전을 쓰면서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는 유년의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합니다. 집의 평면도를 그리면서 그 집에 담긴 이야기가 하나씩 되살아났다고 고백하였는데, 우리에게도 글과 그림으로 유년을 물론이고 현재의 오늘을 추억할 수 있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입니다.

7남매의 막내로 자란 작가는 유년을 회고하는 에세이같은 그림&책에는 집의 풍경과 가족 모습을 담은 40여 점의 수채화를 직접 그렸습니다. 34년간 출판사에 몸담고, 26년째 출판사의 대표를 지내온 작가는 ‘잘그리면 반칙’이라는 모임의 시작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어린 자신을 발견하며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의 유년을 동화같은 그림으로 구성하여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줍니다.

‘맑은 골짜기’라는 뜻을 담은 강맑실이라는 이름과 7남매의 이름도 자연 속에서 어릴 적 환경이 더 생생하고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유년이 쓸쓸했건 달콤했건 외로웠건 고통스러웠건 유년은 찬란한 빛으로 우리를 기다린다”는 작가의 말에서 ‘과거는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은밀한 목록을 간직하고 있다.’는 발터 베냐민의 문구가 뜨겁게 와닿는 책입니다.

유년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과거이고,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며, 위안이 되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나’를 만들어 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공감하게 됩니다. 지금의 나를 찾는 과정에 유년의 기억을 찾는 열쇠가 되어 어린 시절의 추억, 감정, 공간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이 책에서 느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