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내의 뜰
강맑실 지음 / 사계절 / 2021년 3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유년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시작하는 글처럼 이 책은 작가의 유년에서 시작해 독자 개인의 유년의 기억을 끌어내어 그 시절로 젖어 들게 만듭니다. 열 한 살까지 열 개의 집을 이사다니면서 일곱 개의 집에 머물렀던 유년의 기억들은 일상과 놀이의 구별이 없던, 자연을 실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뛰놀던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그림과 글로 쓰여진 에세이집입니다. 타인의 책을 내던 사계절 출판사 편집자이자 대표가 2년전 우연한 기회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게 되어 자신이 직접 작가가 되어 첫 출판한 책입니다.
대개의 경우 유년의 실타래를 정리하는 글은 자서전을 쓰면서 이루어 지는 경우가 많지만 작가는 유년의 이야기를 쓰게 된 것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합니다. 집의 평면도를 그리면서 그 집에 담긴 이야기가 하나씩 되살아났다고 고백하였는데, 우리에게도 글과 그림으로 유년을 물론이고 현재의 오늘을 추억할 수 있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입니다.
7남매의 막내로 자란 작가는 유년을 회고하는 에세이같은 그림&책에는 집의 풍경과 가족 모습을 담은 40여 점의 수채화를 직접 그렸습니다. 34년간 출판사에 몸담고, 26년째 출판사의 대표를 지내온 작가는 ‘잘그리면 반칙’이라는 모임의 시작으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어린 자신을 발견하며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의 유년을 동화같은 그림으로 구성하여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줍니다.
‘맑은 골짜기’라는 뜻을 담은 강맑실이라는 이름과 7남매의 이름도 자연 속에서 어릴 적 환경이 더 생생하고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유년이 쓸쓸했건 달콤했건 외로웠건 고통스러웠건 유년은 찬란한 빛으로 우리를 기다린다”는 작가의 말에서 ‘과거는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어떤 은밀한 목록을 간직하고 있다.’는 발터 베냐민의 문구가 뜨겁게 와닿는 책입니다.
유년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과거이고,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며, 위안이 되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나’를 만들어 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공감하게 됩니다. 지금의 나를 찾는 과정에 유년의 기억을 찾는 열쇠가 되어 어린 시절의 추억, 감정, 공간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이 책에서 느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