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한 세계 ㅣ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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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거장의 시선이 교차하는 결정적 순간

* 크로스 *

연루됨으로써 확장하라. <크로스>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작가의 문학적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는지를 확인하는 연결의 기획이다. '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를 공유하는 두 작가의 세계가 교차하며 만들어낼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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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를 공유하는 두 작가의 세계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근접한 세계> 에요. ^^

김연수 작가님의 '우리들의 실패'과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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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우리들의 실패'는 읽기 쉬운 소설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글렌 굴드의 바흐 <골드베리크 변주곡> 이야기에서 큰 울림을 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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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는 같은 악보를 사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연주를 했다.

음악 용어에 '초견'이라고 하는데 처음 본 악모를 연주하는 일이에요.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초견에서 중요한 게 연주의 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고 느낀 뒤에도 계속 연주할 수 있는 힘이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주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글렌 굴드는 이걸 해냈네요.

┌ 거기서 글렌굴드가 1981년에 연주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저는 거의 매일 그 음반을 듣고 있습니다. ......

글렌 굴드의 <골드베리크 변주곡>을 평생 두 번 녹음 했습니다. 1955년 음반은 그의 생애 첫 녹음이고, 1981년 음반은 마지막 녹임입니다. 두 개의 음반은 같은 악보를 사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연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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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실패에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게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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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우리들의 실패'와는 다르게'결정적 순간'은 술술 읽혔어요.

"그 상자만 열지 않았다면, ...... "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 마음이 정말 왔다 갔다 하더라구요.

유족의 입장에 서기도 하고 미즈마키 가스미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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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의 입장

"아버지의 의도는 모릅니다. 하지만 애초에 저는 사진에는 문외한이고요. 꼭 이것뿐 아니라 아버지가 뭘 하고 싶었던 건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사진도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음, 아마 뭔가 생각하신 바가 있었겠죠."

vs

"폐기했습니다. 전부. 이야기를 듣고 저도 아버지 아틀리에에 들어가 아직 정리하지 않은 상자까지 모두 꺼내 살펴봤는데, 그것 말고도 몇 장 더 문제가 될 만한 게 있어서 전부 뒷마당에서 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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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마키 가스미의 입장

"이 사진은 작품으로 찍은 게 아니라고 봅니다. 사카키씨가 개인적으로 소장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vs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결정적 순간.

"그 상자만 열지 않았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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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미즈마키 씨 눈에 띄기 전에 제가 직접 처분하는 것과 눈에 띈 후에 처분하는 것이 뭐가 다르죠?

vs

이 세상에 그 사진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본 사람은 나와 무카이노 씨, 다쓰오 씨뿐이다. 그 밖에 사진을 직접 보여주지 않았지만, 몇몇 사람에게 상담했다. 우리가 죽으면 이 일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피해자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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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게 옳은 걸까요?

고민하는게 당연할가요?!

이 시점이 바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게 아닐까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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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려운 말로 '윤리적 딜레마'라고 하네요. ㅎㅎㅎ

'윤리적 딜레마'는 이번 공동 작업에서 사전에 합의된 테마였대요.

'윤리적'이라고 말할 때 우리는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을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인간들의 욕망이 뒤엉키면서 옳고 그림, 진실과 거짓은 단번에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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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설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 김연수 x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들의 크로스 인터뷰가 실려있어요.

이 크로스 인터뷰가 소설만큼 재밌네요.



여기서 김연수 작가님의 인터뷰 글을 보면서 '우리들의 실패' 소설에 대해 조금 더 이해가 되더라구요.

"제 소설에도 어떤 시점이 있다면 저는 '미래적 시점'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저는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아리아를 예로 들며 다시 연주하는 일이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반복해서 아리아를 연주하는 한, 연주자는 수많은 버전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무한한 버전의 과거는 무한한 버전의 미래를 품고 있습니다."

김연수 작가님의 미래적 시점과 다정함의 연결 포인트 좋더라구요.

┌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상상'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미래적 시점'에서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 그것이 소설가로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다정함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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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설은 '윤리적 딜레마'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상상'을 통해 김연수 작가님의 이야기 하고자 하는 부분,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부분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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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식의 <근접한 세계>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두 작가의 공통적인 분모에 따른 작가의 또 다른 시선이 읽는 재미를 주네요.

또 다른 책이 기대되는 *크로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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