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의 열매 톨스토이 클래식 1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경준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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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의 희곡 <계몽의 열매>는 귀족 가문이 벌이는 영매술 실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자 희극으로 19세기 말 러시아 상류층이 유행처럼 받아들였던 심령주의, 그리고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자칭 '계몽되었다'고 여긴 귀족들의 무지를 적나라하게 조롱한다.

우리는 과연 계몽되었는가?

지식은 곧 계몽인가?

희곡이라 읽는 재미가 있어요. 등장인물들 이름이 좀 헷갈려서 책의 맨 앞에 등장인물표를 왔다갔다하면서 열심히 본건 안비밀이구요. ㅎ

'계몽되었다., '우리는 과연 계몽되었는가?'에 대한 생각이 저절로 들게해요.

"아빤 어디 계셔?"

"집에 계십니다. 지금은 방해햐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뭐야, 또 귀신한테 묻고 계신 거지? 땅을 팔지 말지도? 어?"



말이 되나요?

귀신한테 묻는다?!

톨스토이가 왜 이 작품을 썼는지 이해가 가요.

역으로 이 영매술 실험, 심령주의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 한번 해 보지, 뭐. 나리도 세묜한테 빙의력이 있던 얘길 직접 꺼냈고, 나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는데, 뭐. 그때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 이제 세묜한테 잘 가르쳐 주기만 하면 되겠어. 일이 잘 안 돼도 큰일이 날 것도 아니고. 무슨 큰 죄를 짓는 것도 아니잖아?"

영매술 실험, 심령주의를 다 믿는건 아닌가봐요?

특히 아들과 딸은 아버지의 영매술 실험, 심령주의를 안믿어요.

그러다 딸에게 이 속임수를 들켜요.

"여기 아빠 안 계서? 넌 여기서 뭐 해?"

"아, 그게요, 아씨. 제가요... 할 게 좀 있어서... 그래서 들어왔는데..."

"여기서 곧 심령회 열린다며? 타냐, 너! 전부 네 짓이야? 발뺌할 생각 하지도 마. 저번에도 너였지? 그래, 너네, 너."

"아씨, 제발요!"

"(반색하면서) 야, 이거 정말 끝내주는데? 난 정말 생각도 못했어!"



표도르 집사가 하는 말이 이 책의 쟁점이 아닐까 싶어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말이야, 특히 그 크루고스베틀로프 씨는 교수라는 사람이 말이야. 가끔 보면 어쩜 그리도 미심쩍은지. 도모보이니 주술사니 마녀니 하는 평민들이나 믿는 저속한 미신도 없어지고 있는 마당에... 따지고 보면 지금 하려는 이 짓도 다 미신이잖아. 아니, 망령이 말을 한다거니 기타를 친다는 게 애초에 말이 돼?"

불빛이 보인다고 자기네끼리 니콜라이라는 그리스인이라고 하고, 두 번 두르렸으니까 긍정한다고 생각하고, 망령이 불쾌하다고애매모호하거나 장난스러운 질문은 하지 말래요. 이거 다 누가봐도 미신이잖아요?!



정말 계몽의 열매가 있다면 누가 먹어야 할까요?

이 시대 귀족들에겐 제일 필요한거 같네요.

그런데 진짜 이 바보같은 심령주의, 영매술 실험 때문에 안 판다는 땅을 팔게 되네요. ㅎㅎㅎ

홀로 남은 타냐는 쇼파 밑에서 기어 나와 깔깔 웃는다.

"세상에! 저 순진한 양반들 같으니라고! 아니, 아까 그분이 실 잡아챘을 때는, 아휴. 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꺅하고 비명을 지른다) 그래, 서명을 받아 냈으니 어쨌든 성공이라고!"



바보처럼 속아 넘어가 놓고는 왜 아무것도 모를까요?

"내가 훨씬 더 재밌는 얘기 해드려요? 교수님이랑 제 남편이랑 이 계집애한테 감쪽같이 속았더라구요."

"(레오니드 표도로비치의 뒤통수에다 대고) 바보처럼 속아 넘어가 놓고는 아무것도 몰라요."



톨스토이는 모스크바에 사는 지인의 집에서 열린 한 심령회에 참석했던 것을 계기로 이 작품을 구성했대요.

귀족들의 무지를 적나라하게 조롱하는 작품이에요.

톨스토이 희극 작품 처음이었는데 <계몽의 열매> 이 극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코믹하게 표현된 부분도 있어 재밌게 읽었어요. 그 속에 사회 구조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하고 있어 희극 제목처럼 '계몽의 열매' 많이 생각하게 하네요. 지금 우리 시대에서의 '계몽의 열매'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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