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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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조각


엄청 역사에 관심있는 1인도 아니지만

소설로나마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조각을 읽고 있어요.

슬픔의 틈새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 너무 슬펐어요.

"열흘 넘게 걸렸던 길을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왔구나."

"세 시간도 안 걸린 게 아니라 50년이나 걸린 거 아니야?"

"그러네. 50년 걸린 게 맞다."

소설 속 이 분들에게 어찌나 죄송하고 또 죄송하던지요.

그런데 슬픔의 틈색에서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찾아내고자 애쓰며 살았다는걸 기억해달라는 이 분들입니다.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전할 때 우리가 모진 운명 속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슬픔의 틈새에서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찾아내고자 애쓰며 살았다는 것 또한 함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오."

멀쩡한 조선 애를 왜 집에서까정....

덕춘은 꿋꿋이 해자라고 불렀다. 특별히 애국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하는 이야기는 어른들 말과 많이 달랐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은 시간 날 때마다 핏대를 올리며 일본과 군대를 찬양했다.

"엄니, 해방됐으니 우리도 집으로 가야 하지 않아유?"

...

해방 후 조선은 반으로 나뉘었다. 남쪽은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을, 북쪽은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일제강점기 때 사할린으로 끌려온 사람들은 거의 대한민국에 속하는 남쪽 사람들이었다. 사할린의 조선인들은 대한민국 수립에 따라 조선을 한국으로, 자신들을 한인으로 명명했다. 사람들은 이제 조국이 당당하게 있으니 일본 귀환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보낸 귀국선으로 타고 고향으로 돌아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겨진 모두가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줍서. 조국에 우리 실상을 알려줍서."



어찌 내가 덕춘 엄니를 1/10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환갑도 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덕춘엄니. 여덟 명의 자식을 낳았지만 둘은 이름을 얻기도 전에 죽었다. 두 명의 자식과는 20년 넘게 헤어져 지냈고, 또 한 자식은 몇 년째 소식이 끊겼다. 남편과도 함께 산 세월보다 떨어져 산 세월이 훨씬 길었다.

덕춘엄니의 딸 단옥은 나날이 더 희미해지는 기억들이 아예 사라질까봐 겁내며 틈날 때마다 고향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일기는 언젠가 만날 고향의 가족을 위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자신들이 사할린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단옥이 고향 이야기를 기록하고, 일기를 쓰는 이 마음 넘 이해가 가니까 진짜 이 부분에서 코끝이 찡했어요.



<슬픔의 틈새> 책은 소제목 아래에 년도가 표시되어 있어요.

1943년에서 시작해요. 1943년, 44년, 45년, 46년, 49년, 51년, 57년, 60년, 61년, 63년, 64년, 66년 ... 이렇게 이어나가요.

그러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야기가 나와요.

내가 아는 시기잖아요 그런데 사할린에 남겨진 분들의 시점에서 읽으니 무언가가 가슴에서 올라오더라구요.

"35년간 일본의 진재블 받고 전쟁까지 치렀던 나라에서 올림픽을 하다니. 무엇보다 40년 넘게 금단의 땅이었던 고국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경기를 텔레비젼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지지 않았다."



1966년 소련의 무인 탐사선이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정부에서는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한인들은 달나라도 가는 세상에 자신들은 어째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지, 더 큰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은 조국을 그리워하면서 원망했고, 미워하면서 절절히 사랑했다.



"열흘 넘게 걸렸던 길을 세 시간도 안 걸려서 왔구나."

"세 시간도 안 걸린 게 아니라 50년이나 걸린 거 아니야?"

"그러네. 50년 걸린 게 맞다."

50년 걸려서 한국에 온 단옥이네 가족이에요.

단옥의 남편 진수가 이런 사람이었나요? 얼마나 그만큼 고향, 가족들에게 대한 그림움이 있었을까요?

단옥은 진수가 이곳에서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게 느껴졌다. 단옥이 지금까지 봐온 남편은 사할린의 겨울 풍경처럼 무채색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고향에 와선 겨울에도 주황빛 감굴과 빨간 동백꽃, 푸르른 보리밭과 노란 유채밭이 펼쳐진 제주처럼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 사람으로 바뀌었다. 혈육의 아낌없는 환대가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슬픔의 틈새> 책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슬프고 슬프고 또 슬펐어요.

그런데 단옥의 이 청 때문에 슬픔의 틈새에서 있었던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찾아내려고 한 사할린의 그 분들이 마지막으로 제 머리속에 새겨졌어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우리의 기구한 운명과 불행, 고통, 슬픔을 듣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전했고, ...

앞으로는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전할 때 우리가 모진 운명 속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슬픔의 틈색에서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찾아내고자 애쓰며 살았다는 것 또한 함께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소."

<슬픔의 틈새> 책은 일제강점기 한인 여성의 디아스포라라는주제를 품고 있거든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조각입니다.

궁금하시면 꼭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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