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팔림프세스트는 또 다르게 말하면 인간 고유의 세계-내-존재 방식에 반드시 필요한 사교 기술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는 이 사교 기술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어요.
평소에는 안타깝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심각한 수준이더라구요.
"개인의 경험을 만들어 내는 데서 우리의 역할이 사라지면서, 개인의 경험은 우리가 구매하는 상품 - '완벽한' 데이트, '완벽한' 생일, '완벽한' 결혼 등 -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신감이나 개인의 자율성 그리고 우리가 행사하는 전례 없이 광범위하고 다양한 개인의 자유는 손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문화와 삶의 지속에 반드시 필요한 전달이라는 기적이 갈수록 드문 일이 되고 있대요.
" 전달은 결코 복사가 아닙니다. 전달 때문에 사람은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전달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꼭 필요한답니다. 유산이 없이, 안내자 없이, 타인들의 목소리 없이, 중요한 메세지 없이,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겠습니다? "
"과거의 위계질서는 그 시대의 논리로 인한 약점이나 결함이 있을 수는 있었지만, '위대한 작가'는 여전히 어떤 위대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기만 하면, 그 위대한 지식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서점 주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집에 가져갈 책을 고르기 위해 주석들을 비교할 만큼 책에 대한 신중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오늘날에는 효울적으로 전사화된 만큼 동시에 비인간화된 대형 유통 체인에 밀려 독립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지식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