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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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두 달의 여정 동안 서른여 통해 달하는 편지를 썼고, 그보다 더 많은 그림을 그렸으니 오늘날의 SNS 인플루언서들조차도 따라잡기 어려울 '업로드' 속도다. 어떤 편지는 칼럼 같고 어떤 편지는 동화 같으며 어떤 편지는 한 편의 시 같다.



벌써부터 재밌지 않나요?

차페크가 부치는 유쾌하고 무해한 영국 편지 기대해도 좋네요.

외국을 여행하다가 글이나 그림에서 수십 번 읽거나 본 것을 발견할 때만큼 신기한 경험이 또 있을까요?

차페크의 신기한 경험을 읽는데 진짜 유쾌하네요.

특히 이 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 그렇게 엄청난 군중을 보고 불현듯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는 겁니다. 숲에서 길을 잃은 어린애처럼 마음이 몹시 불안했고 프라하가 몸시 그리워졌습니다. 좋아요. 시원하게 인정할게요. 솔직히 무서웠어요. 길을 잃을까봐,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을까봐, 무슨 일이 생길까봐 겁이 났죠. "

"기차를 타고 런던에 도착했을 때 일행은 저를 데리고 유리로 에워싸인 커다란 복도를 지나 가축용 저울처럼 생긴 창살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승강기'라는 이 물건이 철벽을 두른 우물 아래로 내려가자 그들은 다시 저를 끌어 내려 뱀 같은 지하 통로로 데려갔죠.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윽고 철로가 깔린 하수구 같은 굴이 나왔고 그 안으로 윙윙거리는 열차가 들어오더군요. 열차 안은 몹시 퀴퀴하고 후덥지근했는데, 틀림없이 지옥과 가까워서 그랬을 겁니다."



지하철을 타면서 느꼈던 차페크만의 유쾌한 이야기 덕분에 더 더 더 궁금해지더라구요.

차페크가 사는 프라하와 달리 영국, 잉글랜드만의 멋졌던 부분을 설명할 때는

내가 차페크가 되어 그림에 몰입되어 잉글랜드만의 멋진 풍경에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거리가 훌륭한 선술집이요, 공원이며, 마을 공유지이고 집회장이자 놀이터요, 극장이고 집의 연장이며 문턱입니다. 이곳의 거리는 누구의 것도 아니고 서로를 더 가깝게 이어주는 곳도 아닙니다. 이곳의 거리에서는 사람이나 사물을 만날 수 없습니다. 거리는 그저 지나가는 곳입니다. "

" 이곳 사람들은 서로 대화할 때에도 큰소리를 내는 법이 없고 그저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것이 잉글랜드의 거리에서 가장 이상한 점입니다. "

차페크가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네요.



부유한 영국은 전 세계의 보물을 소장하고 있어요.

보물 뿐인가요~ 자연사박물관, 대영박물관, 윌리스 컬렉션, 테이트 갤러리, 마담 튀소 박물관, 사우스 켄싱턴 박물관, 국립 미술관, 대영제국 박람회, 웸블리 박람회장, 공학전시관이 있어요.

진짜 업로드 속도 대단하네요.

글과 함께 이런 그림까지 차페크는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영국을 여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고국에 가면 저는 그곳에서 본 것들을 곱씹어보고 관련 주제와 화제로 떠오를 때, 그러니까 자녀 양육이나 대중교통, 문학, 사람에 대한 존중, 말, 안락의자, 인간의 본성 또는 인간의 적절한 행동 양식에 관한 대화가 나올 때면 전문가처럼 얘기할 겁니다. 그러니까 영국에서는 말입니다..."



두 달의 여정동안 영국을 여행을 하고 돌아와 전문가처럼 얘기할거래요. ㅎㅎㅎ

차페크 넘 귀여워요.

그리고 차페크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네요.

"영국에 있는 내내 저는 끊임없이 고국의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했답니다. 아마 집에 돌아가면 다른 어느 곳보다도 고귀하고 좋은 영국만의 특징들이 떠오를 겁니다."

집 떠나면 집 그리워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집 떠나고 싶다는게 명언 중에 명언이지요.

체코로 돌아와 차페크가 <데일리 헤럴드>에 기고한 글 '영국인들에게' 그리고 '영국 라디오 방송용 연설물'까지

두 달의 여정동안 영국을 여행다녀온 차페크가 영국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하더라구요.

유쾌하기도 하지만 차페크는 솔직하더라구요.

"저는 과분하게도 영국인들의 면전에 대해 직접 영국인과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무엇이든 솔직하게 비판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몇 가지 우울한 경험이 기억에 남아 있긴 합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일요일과 영국 요리, 영국인들의 발음, 그 밖에 영국만의 몇 가지 관습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영국인들이 스스로 그런 부분을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우리 외국인들이 그에 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을까?"

솔직하게 몇 가지 우울한 경험도 말하면서 또 외국인들이 그에 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라고 끝을 맺네요.

솔직하고 유쾌한 차페크의 매력인 것 같네요.



<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에서 차페크 인플로언서 못지않은 업로드 속도를 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아요.

카렐 차페크가 영국을 방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전이에요. 그때의 영국은 종식된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서서히 패권을 잃어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통치하는 거대한 식문 제국이었고, 차페크의 고향 체코슬로바키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독립해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으로서 불안한 첫걸음을 내디디고 있었거든요.

미성숙한 조국이 나아갈 방향의 길잡이가 되어줄 유서 깊은 민주주의 국가를 탐방하는 일은 지식인으로서 자국민의 사회적, 지적, 문화적 필요에 깊은 책임 의식을 느끼고 이렇게 여행기를 남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영국에 한 번밖에 못 가봤는데 그것도 두 달의 여정동안 말이죠.

진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차페크 두 어깨가 무거웠을꺼 같아요.

영국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라고 체코에 가서는 얘기하겠지만 그래도 영국인들 입장에선 차페크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말이죠.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처음에 유쾌로 시작했다가 솔직하고 유쾌한 차페크의 매력에 빠질 수 있어요.

근데 또 마지막에 이렇게 남길 수 밖에 없었던 차페크의 숙명까지 알고나니 차페크가 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궁금하시면 읽어보시길...^^







두 달의 여정 동안 서른여 통해 달하는 편지를 썼고, 그보다 더 많은 그림을 그렸으니 오늘날의 SNS 인플루언서들조차도 따라잡기 어려울 ‘업로드‘ 속도다. 어떤 편지는 칼럼 같고 어떤 편지는 동화 같으며 어떤 편지는 한 편의 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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