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좋아서 - 정원을 가꾸며 나를 가꿉니다
더초록 홍진영 지음 / 앵글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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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주는 다정한 위로에 관하여



┌ 이 책에 직접적인 가드닝 비법 같은 건 없다. 다만, 정언을 가꾸며 느꼈던 소회를 소박하게 담았다. 정원을 가꾸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까지 가꾸게 된 이야기들......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도 자신만의 정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다정한 위안을 찾았으면 한다. - 더초록 홍진영 ┘

이렇게 작가가 말하니 이 책을 더 읽고 싶어졌어요. ㅎ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나에게 사진 한장 한장이 힐링이었어요.

글만 읽어도 좋치만 사진 한장과 함께 글을 읽으니 나의 마음 속 정원에 있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특히 귀여운 냥이들까지~ 정원 사진 한장 한장에 제 눈에서 하트 발사되네요. ㅎ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시작했지만 이렇게 되어 참 다행이다. 그런 일이 세상에는 참 많은 것 같다.



마음 속 한켠에 어떤 정원을 꿈꾸고 있나요?

전 식물똥손이라 이런 책 속 작가의 커다란 정원 꿈도 못꾸거든요.

그런데 이런 모습은 꿈꾸고 있어요. ㅎㅎㅎ

저의 이런 마음을 이 책이 간질 간질 가지렵혔어요.



정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식물들이 마치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거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 실패가 끔찍이 싫었다. 내 삶의 팔 할은 실패를 피하려다 이룬 것들이다. 공부할 때는 뒤떨어지기 싫어서 죽어라 공부했고, 일할 때는 누구보다 잘하고 싶어 온힘을 쏟았다. 실패하면 밀려오는 좌절감, 슬픔, 허무함이 싫었고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불확실한 일, 자신 없는 일은 지레 겁먹고 도전조차 하지 않았다. 용기 없는 내 모습이 비겁하고 못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틀을 깨고 나오기란 쉽지 않았다. ┘

이런 작가에게 정원일은 실패의 연속이였대요. 그러다가 '뭐,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지. 안 되는 건 받아들이고 다음에 잘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내가 실패에서 연상했던 절망이나 열패감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어떠한 희망이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대요.

정원일이 실패의 틀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도와준거였어요.



정원을 가꾸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까지 가꾸게 된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명언 중에 명언이네요.

빽빽이 채우기보다 여백을 마련하기. 전력투구보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사부작거리기. 시간도 공간도 에너지도, 조금씩 여유롭게 남겨두기. 정원을 가꾸며 되새긴 세상의 이치다.

세상은 약육강식을 들먹이며 강해지라 다그치지만, 꾸준한 연약함으로 살아온 나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안다. 살아남는 전략은 저마다 다르다. 약하게 타고났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유연함이 있다면 승산은 있다. 연약한 몸으로 치열하게 하루하루 버티는 식물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며 작은 응원을 보낸다.

그 중에서 특히 여름 정원을 시지프가 받은 형벌에 비교하면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무의미함을 의미로움으로 바꿔야 한다! 내가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괴로울 수도, 즐거울 수도 있다."

이 문장이 나의 마음속에 와닿았어요.

┌ 여름이 되면 마음이 돌변한다. 여름부터 정원의 흐름은 내 손을 떠나 자기만의 힘으로 굴러가는 듯하다. 잡초들은 뽑고 뒤돌아서면 그새 또 자라 있다. 새벽마다 기습 전투를 감행해도 감당이 안 된다.

시지프가 받은 형벌이 극악무도한 점은 무의미한 삶을 강제한다는 거다. 끝없이 반복되는 의미 없는 일.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의미함을 의미로움으로 바꿔야 한다. 시지프스도 어떤 결의에 찬 얼굴로 바위를 올려 신들을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풀 뽑기의 굴레도 내가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괴로울 수도, 즐거울 수도 있다. ┘



제가 텃밭을 일구는건 아니고 저희 남편이 텃밭을 일구거든요. 그래서 갓 딴 채소와 과일을 먹는 기쁨 잘 알죠. ^^

 


작가처럼 정원 속 꽃봉오리는 아지만 남편의 텃밭에 가서 좋아하는 토마토가 빨리 익었으면 좋겠다고 조바심을 내본적은 있어요.

┌ 참 신기하게도 식물들은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사는 것 같았다. 앙증맞은 장미 꽃봉오리가 뽀얀 얼굴을 드러내면 나는 조바심부터 난다. 봉오리도 저렇게 예쁜데 꽃은 얼마나 예쁠까? 빨리 피어났으면! 아침마다 재촉하는 마음으로 정원에 나서지만 꽃봉오리는 그대로다. 좀 더 빨리 안 될까? 시간을 앞당기려 물도 한 번 더 주고, 부탁도 하고, 기도도 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미약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그들만의 시간을 산다. ┘

나만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일. 그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책 첫머리에서 이야기를 했어요.

정원을 가꾸다 보니 어느새 내 마음까지 가꾸게 된 이야기들이라고 말이죠.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 이제 어떠한 문제에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기로 했다. 한 번 옳은 답을 골랐으니 앞으로도 괜찮은 답을 낼 수 있겠지. 하나의 문제에 무수한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정원은 알려주었다. 내 삶에도 수많은 정답이 있을 테니, 더더욱 걱정하지 않는다. 혹여 오답을 고르더라도 상관없다. 거기서도 배울 점이 있을 테니까. 이 답을 내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



이 책을 통해 나도 나만의 정원을 발견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네요.

꼭 책 속 작가처럼 멋진 정원 아니라도 괜찮아요. 나만의 정원은 나만의 것이니까요. 나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는 나만의 정원 말이죠. 그 안에서 다정한 위안을 찾아야겠어요!!!





정원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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