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참 대단한 작품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세로 5m, 가로 7m 가량의 초대형 작품으로 절규와 환호, 절망과 희망이 뒤엉킨 그림을 왜 그리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무서운 그림이라기보다는 화가에게 무엇보다 그리고자 하는 '욕망'이 진짜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리코의 로마 유학시절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시스티나 성당에 남긴 <최후의 심판>을 봤을 때는 황홀함에 기절할 뻔했다. 세로 13m, 가로 12m 이상의 이 그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그의 모든 삶이 이 작품 하나로 정당화되는 것 같았다. 이제 제리코의 우상은 미켈란젤로였다. 그 또한 이런 대작을 그리고 싶었다.
나는 무엇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남길 수 있을까. 성화는 진부했고, 신화화는 지루했다. 전쟁화는 별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1818년, 제리코는 파리로 돌아온 후에도 고민을 이어갔다. 그는 습관처럼 신문을 펼쳤다. 눈에 띄는 사회면 기사가 있었다. 근 2년 전에 벌어진, 루이 18세 정부가 어떻게든 감추고 싶었던 사건이 쓰여 있었다. '메두사호의 비극?' 제리코는 차분히 앉아 눈을 굴렀다. 문장을 읽을수록 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이거다!' 그는 마음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