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그림들 - 기묘하고 아름다운 명화 속 이야기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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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미술 스토리텔러가 안내하는 신비하고 매혹적인 명화의 세계"

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 구독중이라 <무서운 그림들> 책 표지가 낯설지 않았어요.


 

후암동 미술관 이원율 작가의 책은 이번에 3번째에요.

┌ 사실, 대가들이 남긴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그림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림들을 한 꺼플 벗겨보면, 그 안에선 뜻밖의 세상이 열리곤 합니다. ┘

이번 <무서운 그림들> 속에는 기상천외한 상상과 환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네요.

아르놀트 뵈클린, <페스트>

뵈클린이 남긴 분노의 말년작이자 전염병의 무자비함을 경고하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제대로 알려면 왜 뵈클린의 그림에 죽음의 기운이 깔리게 되었는지 알아야 해요.

┌"왜 하필 저입니까?" 그는 목이 축 늘어진 아기의 시신을 안고 있었다. 그는 한참 꺽꺽대며 울었다. 뵈클린은 자기를 쏙 빼닮은 아기를 또 잃었다. 벌써 세명째였다. 사인은 먼저 세상을 떠난 첫째, 둘째처럼 또 전염병이었다.┘

뵈클린의 <죽음의 섬>을 먼저 알게 있었지만 이런 뵈클린의 사연은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이네요.

'결국 그를 위대하게 만든 건 아름다운 풍경도, 사연 많은 신화 속 괴물과 요정도 아니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죽음에 대한 숱한 경험과 천착이 그를 대체할 수 없는 에술가로 이끌었다.'


 





제임스 휘슬러 <흰색 교향곡 1번 : 하얀 소녀> 속 거장을 죽인 치명적인 색의 진실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네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이 모델 히피넌이에요.

┌히피넌 그녀는 그간 휘슬러의 취향에 맞춰 조신한 포즈로 화가 앞에 서왔었다. 하지만, 전문 모델로 자부심이 컸던 히피넌은 더 도발적인 포즈에도 자신 있었다. 단지 희슬러가 싫어하니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쿠르베는 그런 히피넌의 갈망을 일깨웠다. 그해, 쿠르베는 히피넌을 눕힌 채 <잠>을 작업했다. 화폭 속 나체의 히피넌은 휘슬러의 <흰색 교향곡> 속 여인과 동일인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요염하다. ┘

사람이 참 무섭다는 말이 있잖아요. 히피넌의 변신은 무죄일까요?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참 대단한 작품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세로 5m, 가로 7m 가량의 초대형 작품으로 절규와 환호, 절망과 희망이 뒤엉킨 그림을 왜 그리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무서운 그림이라기보다는 화가에게 무엇보다 그리고자 하는 '욕망'이 진짜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리코의 로마 유학시절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시스티나 성당에 남긴 <최후의 심판>을 봤을 때는 황홀함에 기절할 뻔했다. 세로 13m, 가로 12m 이상의 이 그림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그의 모든 삶이 이 작품 하나로 정당화되는 것 같았다. 이제 제리코의 우상은 미켈란젤로였다. 그 또한 이런 대작을 그리고 싶었다.

나는 무엇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남길 수 있을까. 성화는 진부했고, 신화화는 지루했다. 전쟁화는 별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 1818년, 제리코는 파리로 돌아온 후에도 고민을 이어갔다. 그는 습관처럼 신문을 펼쳤다. 눈에 띄는 사회면 기사가 있었다. 근 2년 전에 벌어진, 루이 18세 정부가 어떻게든 감추고 싶었던 사건이 쓰여 있었다. '메두사호의 비극?' 제리코는 차분히 앉아 눈을 굴렀다. 문장을 읽을수록 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이거다!' 그는 마음을 굳혔다.┘



미지의 검은 숲에서 시작된 신비한 이야기, '...... 그런데, 여기는 대체 어디야?'

귀스타브 도레, <어두운 숲>은 <신곡> 삽화 중 일부에요.

┌도레는 1855년, 스물세 살에 <신곡>을 접했다. 살면서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그는 갈고닦은 문장이 전하는 감동에 깊이 젖었다. '...... 내가 <신곡>의 주요 장면을 삽화로 그려볼까?' 1857년 어느 날, 여전히 <신곡>에 파붇혀 살던 도레는 이런 뜻을 품었다. 완벽한 <신곡>에 딱 하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엄청난 분량과 복잡한 서사였다. 당연히 많은 이가 책을 펼치기가 겁부터 먹었다. 겨우 읽다가도 포기자가 속출했다. 도레는 그게 아쉬웠다. 인류 문학사의 보물을 더 널리 알라고 싶었다.┘

어때요? 도레 덕분에 <신곡>의 삽화가 생겼어요.





 

 

<햄릿> 비극 속 가장 비극적인 소녀 오필리아.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 이 작품을 잊을 수가 없네요. <햄릿>책 표지였거든요.

언뜻 보면 아름답기만 한 그림인데 알고 보면 관찰하고 또 관찰하여 완성시킨 숭고함이 깃든 작품이에요.

┌오필리아가 빠져 죽었을 법한 강가를 찾았다. 몇 개월을 헤맨 끝에 잉글랜드 서리 근교 호그스밀에서 딱 맞는 장소를 볼 수 있었다. 일대를 반면 가까이 관찰했다. 물살은 언제 세지느닞, 무슨 야생화는 어디에서 피는지, 물 위에 뜬 잎과 나뭇가지는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연구했다.┘


같은 화가의 작품이 맞아요. <부모 집에 있는 그리스도>, <눈먼 소녀>

전 존 에버넷 밀레이의 세 작품 모두 알고 있었지만 같은 화가의 작품인줄 이번에 알았네요.

<오필리아>만큰이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그림 <눈먼 소녀> 작품이 참 좋았어요.

<눈먼 소녀>에서도 밀레이는 집요한 연구가 있었겠죠. 그 결과 사랑스럽지만 슬픈, 따뜻한 희망과 냉혹한 현실이 공존하는 작품이 탄생했네요.

"나는 캔버스 위에 쓸데없는 것을 의식적으로 그린 적이 없다." 이는 밀레이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온 말이었다.


 




<무서운 그림들> 속에는 19명의 화가와 작품 이야기가 나와요.

삶과 죽음, 환상과 현실, 잔혹과 슬픔이 휘몰아치는 위험하고 매혁적인 그림 이야기에요.

그래서 진짜 펼치는 순간, 무섭게 빠져드네요.

가방에 쏙 넣고다니면서 정말 정신없이 읽었던 책이에요.





작품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지만 이렇게 작가들의 그 이면 이야기까지 알고나면 그 작품이 다르게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 매력이 엄청나요.

그래서 그런지 이원율 작가의 <무서운 그림들> 이 책도 매력적이네요.

나를 매력적인 작품 세계로 빠져들게 하니까요.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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