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다녀온 단테 - 후회와 절망을 기회와 희망으로 바꾸는 신곡 수업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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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모임에서 단테의 <신곡>을 읽었어요.

정말 완독에 목적을 두고 열심히 달렸더니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하는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근데 다시 재독하려니 선뜻 책을 다시 펼치기가...ㅎ

그런데 <지옥에 다녀온 단테 - 후회와 절망을 기회와 희망으로 바꾸는 신곡 수업>을 만났어요.

신곡을 읽을 때 모든 것을 꼭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나봐요. 책에서 작가의 "당신은 신곡을 읽고 감상하는 독자이지 신곡의 연구자가 아니다. 단테 또한 독자들에게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우리가 신곡에 담긴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기만 바랄 것이다."라는 이 말에 큰 공감을 받았네요.

저에게 멋진 신곡 수업이었어요. 조금 더 단테가 하는 말들을 담백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네요.

다시 <신곡>을 재독해볼 수 있게 해주었네요. 재독 도전합니다!



작가는 책을 펼치면서부터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단테의 <신곡>은 무엇이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꼭 저에게 묻는 것 같아서 내가 읽었던 신곡을 기억 저 편에서 끄집어냈네요. ㅎ

저에게 그 자체도 행복이었거든요. 그 덕분인지 책 시작하자마자 '이 책은 나에게 느낌이 좋다'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이 책은 기존 신곡에서 나타난 지옥, 연옥, 천국의 이야기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신곡을 전하려는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내용 흐름을 구성했네요. 단연 좋았던 게 바로 단테의 메시지를 정돈해서 전달해주고 있다는 거!

그리고 단테가 우리에게 전하려는 내용의 흐름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차례의 제목들은 신곡의 대사를 참고하여 재구성했어요. 재구성이 나쁘지 않다고 봐요. "고전을 내 삶의 문제의식과 엮어 창조적으로 읽어 낼 때, 비로소 작품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내면에 감춰 둔 상처와 번민, 희망과 지헤를 재발견하게 하는 소중한 매개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라는 작가의 이 말에 찬성하거든요.

"여기 들어오는 너희 모두 희망을 버려라." <지옥 편, 제3곡>

지옥이란 '희망 없음'과 동의어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통이 심해도, 괴로움이 극에 달해도, 희망만 있다면 그곳은 절대 지옥이 아니다. 반면 즐거워도, 기뻐도, 희망이 없다면 그곳은 지옥 그 자체다." 지옥의 특징을 명확하게 알려주네요. 희망 없음에서 더 나아가 내 운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운명만을 부러워한다는 말에 200% 공감이 되더라구요.



책의 구성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좋았던 부분이 바로 단테의 메시지를 정돈해서 전달해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었는데, 요렇게 소제목 하나하나마다 이렇게 단테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어요.



"나는 그가 처음에 하던 말을 뒤이어 나오는 말로 덮어 버리는 것을 보았는데 뒤이은 말은 처음의 말과는 사뭇 달랐다. 끝내지 않은 그의 말에 나는 몹시 두려움을 느꼈다. 아마 그가 했을 생각보다는 그 잘려 나간 말들을 더 나쁜 의미로 채웠기 때문이다." <지옥 편, 제9곡>

괜히 자기 스스로 불안해하고 상대방의 공백에 부정적인 무언인가를 채워 넣은 경험 다들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잘 살기 위해서는 그 공백(불안)을 능숙하게 받아들인채 '희망'을 채워 넣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어요.

"우리 역시 비어 있음의 상황에 불안해 하지 말고 오히려 무엇인가를 잘 채우는 기회로 삼을 여유가 필요하다. 비어 있음과 채움은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한 게 아니라 반드시 그 둘이 함께 있어야 그 가치가 더해진다."



"하느님께서 만물을 창조하면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은 '의지의 자유'다." <천국 편, 제5곡>

"비참한 모습으로 널 만난 것이 저세상에서 생명을 다했을 때보다 더 괴롭구나!" <지옥 편, 제24곡>

딱 이 부분이 <신곡>을 읽으면서 제일 궁금했던 부분이었어요.

지옥 편에는 수많은 죄인이 등장하는데 이때마다 단테는 그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묻고 또 묻거든요. 그때 단테의 시선을 받은 죄인들은 자기의 부끄러운 모습을 숨기려 해요.

그런데 연옥 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단테를 만나면 자기 이름을 물론 자기의 죄까지 막 말을 하더라구요. 세상에 나가 자기를 아는 사람들한테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거든요. 이해가 좀 안되더라구요. 이 부분이요. 지옥 편 등장인물과 연옥 편 등장인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요.

이 책으로 알게 되었네요.

"자기 이름은 악착같이 숨기면서 남의 죄에 대해서 열심히 고자질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데가 지옥이고, 반대로 자기의 이름은 물론 자기의 죄를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천국으로 가기 위하 바로 직전 단계의 연옥이다."



"그가 앞서고 내가 뒤를 따르며 위로 올라갔다. 마침내 우리는 동그란 틈 사이로 하늘이 실어 나르는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다시 별들을 보았다." <지옥 편, 제34곡>

"내 소망과 의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양과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덕택이었다." <천국 편, 제33곡>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별을 보는 거란다. 별을 원하고 별을 바라보며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단테가 신곡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려는 결론과도 같은 말이네요.

별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단테의 신곡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서 내 눈을 가렸던 것 같아요. "단테는 하느님을 염두에둔것이겠지만 우리는 이를 자유롭게 해석해서 내 것으로 가져오면 된다."라는 작가의 말에 나는 무릎을 쳤네요.

그럼 별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기준, 우리가 일상의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다가 혹여 잘못해서 잘못된 길로 빠질 때 되돌아올 수 있는 북극성과도 같은 역할, 그것이 바로 별이고 단테가 우리에게 말하는 인생의 기준점이네요.



책 속에 삽화가 몇가지 나와요. 많이는 아니지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잠깐의 쉼 같은 존재네요.

"나약하고 무지한 인간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늘 배움을 가까이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인간은 자연, 그리고 자연을 뒤따르는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켜야 한다. 그런데 고리대금업자는 이를 무시하고 다른 길을 걷는다. 그런데 고리대금업자는 이를 무시하고 다른 길을 걷는다. 자연과 그 자연을 따르는 기술을 경멸하고 엉뚱한 곳에 희망을 거는 짓이다." <지옥 편, 제11곡>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고 아는 것도 많지 않아요, 그러니 세상을 살아가는 완벽하고 올바른 방법을 모두 알지 못하는게 당연해요. "하지만 이때 무지를 숨기는 것은 오히려 무지를 늘리는 일이다. 오히려 무지를 정직하게 고백하면 무지를 줄어들 수 있는 희망의 기반이 마련된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인생에서 길을 잃게 되는 원인은 내 안에 있다. -단테

<지옥에 다녀온 단테> 속 단테의 메시지를 통해 '삶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하나하나 알아 봤어요. 우리가 절대 갖지 말아야 할 성품을 알아채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가게 되었네요.

신곡 수업 제대로 했어요. 단테가 신곡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바를 알 수 있어, 다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볼 용기를 내게 되었네요.

단테의 <신곡>을 읽기 전 먼저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봅니다. ^^

충분히 단테가 신곡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인생에서 길을 잃게 되는 원인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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