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왜 사진을 굳이 보기 좋게 찍고, 편집하고 보정하며, 그중에서 잘 나온 것을 골라 SNS에 올리는가?
그런데 인터뷰를 거듭할 수록 '내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사진, 사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런 관계를 잇는 고리로서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고 하는데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내 사진'에 대한 이야기 흥미진진해요.
사진을 찍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행위.
┌ '사진 찍는 여자들'이라고 뭉뚱그리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촬영은 가장 좋아하는 취미도 특기도 아니다. 촬영은 그저 매일, 매년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이자 놀이일 뿐이다. 대개의 경우 이들은 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해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사진 속에 예쁘게 담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나 불편함도 없다. ┘
이 책에서 '나'를 찍는 여자들에 대해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 이른바 '셀카'로 통칭되는 사진의 자기재현 방식은 어떤 사회문화적 토대 위에서 지금처럼 자리 잡았을까? 이들의 '자아도취적인 모습'은 오로지 개인적인 요망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일상 사진으로서 자기사진의 미감 역시 한국사회에서 젊은 여성의 시회적 위치와 입장을 반영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셀카는 2000년대 전반에 걸쳐 큰 인기를 끈 싸이월드의 등장에 힘입어 확산된다. 싸이월드를 주된 거점 삼아 이들은 '얼짱 각도'를 찍은 무수한 셀카를 통해 스스로를 재현하기 시작한다. 셀카는 한때 '연예인 신드룸'을 보여주는 병리적인 현상으로 지목되었지만, 점차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타인의 호응을 얻는 창구로 자리 잡는다.┘
단지 나는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 저 밑에 있는 욕망을 알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런데 욕망도 못막는 선한 영향력에 너무 흐뭇했네요.
가끔 "굳이 저렇게까지 찍어야 해?"하고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는데 꼭 기억했음 좋겠어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가짐", "자신감", "내가 내 모습을 좀 예쁘게 바라보게 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