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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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궁금했을까요? 덕분에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을 아주 잘 파악할 수 있었네요.

┌ 젊은 여성들이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SNS에 공유하는 현상에 주목해 여성과 사진 기술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


이 책은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왜 사진을 굳이 보기 좋게 찍고, 편집하고 보정하며, 그중에서 잘 나온 것을 골라 SNS에 올리는가?

그런데 인터뷰를 거듭할 수록 '내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사진, 사진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런 관계를 잇는 고리로서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뻗어나갔다. 고 하는데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뻗어나가는 '내 사진'에 대한 이야기 흥미진진해요.

사진을 찍는다는 지극히 평범한 행위.

┌ '사진 찍는 여자들'이라고 뭉뚱그리기는 했지만 이들에게 촬영은 가장 좋아하는 취미도 특기도 아니다. 촬영은 그저 매일, 매년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이자 놀이일 뿐이다. 대개의 경우 이들은 사진을 예쁘게 찍기 위해 엄청난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지는 않지만 자신을 사진 속에 예쁘게 담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나 불편함도 없다. ┘

이 책에서 '나'를 찍는 여자들에 대해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 이른바 '셀카'로 통칭되는 사진의 자기재현 방식은 어떤 사회문화적 토대 위에서 지금처럼 자리 잡았을까? 이들의 '자아도취적인 모습'은 오로지 개인적인 요망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일상 사진으로서 자기사진의 미감 역시 한국사회에서 젊은 여성의 시회적 위치와 입장을 반영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셀카는 2000년대 전반에 걸쳐 큰 인기를 끈 싸이월드의 등장에 힘입어 확산된다. 싸이월드를 주된 거점 삼아 이들은 '얼짱 각도'를 찍은 무수한 셀카를 통해 스스로를 재현하기 시작한다. 셀카는 한때 '연예인 신드룸'을 보여주는 병리적인 현상으로 지목되었지만, 점차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타인의 호응을 얻는 창구로 자리 잡는다.┘

단지 나는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 저 밑에 있는 욕망을 알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런데 욕망도 못막는 선한 영향력에 너무 흐뭇했네요.

가끔 "굳이 저렇게까지 찍어야 해?"하고 부정적인 시선들도 있는데 꼭 기억했음 좋겠어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마음가짐", "자신감", "내가 내 모습을 좀 예쁘게 바라보게 되는 힘"



자기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 부정적인 면도 분명 있어요.

┌ 자기사진은 현실의 각종 어려움을 숨기는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에 맞설 긍정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킨다. 자기사진이 일종의 긍정 도구로 작동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촬영자 여성들이 현실의 불안감을 강하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자기사진을 통해 행복은 남는 반면 어려움은 가공하고 지워버릴 대상으로 분류한다.

인스타그램은 익명의 누군가가 여성들의 자기사진을 빠리게 훑어보고 골라내어 소장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자기사진은 더욱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 있고 때로는 위험한 방식으로 노출된다. ┘



불법촬영과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요.

'평범함'의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의 가능성 때문에 촬영자 여성들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라"는 주문에 어느 정도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

'내 사진'은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이 아니다.



누군가는 이런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여성들이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나'를 찍고 싶어 할까?

자기사진을 둘러싼 공포와 불안이 여전히 잔존함에도 촬영자 여성들이 자기사진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전시하는 이유가 있네요.

┌ 인스타그램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자기사진 전시와 친밀한 상호 교류는 결코 배타적인 행위가 아니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의 '자랑'을 개인의 허영심에서 비롯되는 유별난 과시로만 보기도 어렵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소통'은 텍스트를 통해 서로의 근황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스크롤을 내리며 각자의 사진을 훑어보고 나 역시 사진을 업로드함으로써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의 공유는 단순히 소식을 전하거나 안부를 묻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인스타그램 내부에서 통용되는 분위와 규칙에 맞춰 수행하는 '소통'에 가깝다.

소통에 중점을 두는 평범한 유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즐겁게 책을 펼쳤는데 책을 다 읽는 느낌은 뭐랄까... 답답하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전의 양면처럼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작가는 맨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

"'촬영의 세계'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번 들어간 뒤로는 다른 행위자들과의 줄다리기에 용기를 갖고 임해야 한다. 어떤 모습의 사진을 찍든 촬영자여성들이 그러한 관계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길 나는 바란다."

그런데도 굳이 '나'를 찍고 싶어 할까? YES라도 대답하고 용기내어 봐야겠죠.^^










‘내 사진‘은 "장바구니에 담는 물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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