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의 몸 - 몸을 통해 탐색한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잭 하트넬 지음, 장성주 옮김 / 시공아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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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통해 탐색한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중세 시대의 몸'

이 책은 중세 시대를 살다 간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안내서라는 말이 딱 맞다.



총 4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을꺼 같지만 중세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흥미진진하다.

머리, 감각 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발 이렇게 맨 위에서 부터 맨 아래까지 몸 기관에 대해 차례로 이야기한다. 몸 기관 하나하나가 현재가 아닌 중세 시대엔 어떤 의미로 사회 전반 흐름과 관련이 있었는지 알아보다 보면 금방이다.

머리, 감각 기관, 피부, 뼈, 심장, 피, 손, 배, 생식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 이렇게 조각조각 나뉜 부위들에 차례로 살을 붙이면 중세의 몸을 단순히 각 부의의 총합을 넘어선 도상으로 구체화하는 일이 가능하며, 거기에 삶과 죽음, 고통과 아름다음을 대하는 오늘날의 관점까지 함께 아우를 수 있다. 이는 가장 포괄적인 의미의 몸이자 중세 시대의 삶의 모든 면을 탐색하기 위한 도약점이다. 머리는 사고로 이어지고 피부는 옷으로, 뼈는 매장 관심으로, 발은 여행으로 이어진다.

◑ 머리

머리가 인간의 이성과 분별력과 인격이 머무는 중심적인 이상, 중세 시대에 머리를 잘라 버리는 행위가 사회적 제재의 강렬한 수단이었던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리고 굉장히 대비되게 성스러운 머리(성인)가 인상적이다.

목 베기 vs 성스러운 머리(성인)



◑ 피부 & 배

많은 중세 사람들에게 육체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은 심지어 죽은 후에도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시신을 해부하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오늘날에는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전근대 사람들로서는 아예 가능하다는 상상조차 못했을 방법으로 우리 몸속 가장 깊은 곳의 내장까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중세 사람들 대부분에게 자기 배 속의 내장이 보인다는 것은 무언가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서 죽음이 눈앞에 닥쳤다는 명백한 징후였다. 그러니 이 같은 두려움 앞에서도 그들은 사람의 몸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중세의 의술은 철학과 종교의 영역에서 비롯한 사고에 예술적 상상을 주입하여 기까이 융합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교할 수 없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보건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생명 유지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은 이 신체부위는 중세 사람들의 의식 속에 또 무엇을 불러일으켰을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머리, 감각기관, 피부, 뼈를 읽으면서 다른 신체부위들이 더 궁금해졌다.

◑ 심장

심장을 둘러싼 언어 표현은 용례가 다양하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힘 또한 강했다. 중세 사상가들은 이를 숙지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중세 작가들은 심장을 다채로운 문학적 장치로 사용함으로써 그 장기에 깃든 생명력을 사랑뿐 아니라 열정과 탐욕, 복수의 은유로도 활용했다.


◑ 손

촉각은 중세 시대의 오감 가운데 가장 천한 감각으로서 감각군의 가장 아래쪽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체의 다른 어떤 부위보다 더 많이 그려진 것이 바로 손이다.

중세 시대의 오감 가운데 가장 천한 감각이 촉각이라고 했지만, 손이라는 편리한 장치로 즉 촉각은 중세 시대에 가장 흔하게 사용한 것 같다.



◑ 발

걸어서, 말을 타고, 바닷길을 따라...

성스러운 공간의 영적 기운을 흡수하고자 대륙을 건너는 성지 순례 여행은 대다수 사람에게 평생 한 번뿐인 큰일이자, 중세 유럽 사람에게는 자기 발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길이기도 했다.

지금도 성지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발이라는 신체부위로 중세 사람들의 성지 순례에 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책 마지막 부분 '미래의 몸'에 이런 말이 나온다.

" 중세의 몸에 관한 우리의 이해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우리가 사는 세계는 역사상의 어느 시대보다 더 급격히 진화하는 중이다. 과거를 느리지만 꼼꼼히 조사하는 과정, 즉 예술품과 시, 종교 문헌, 민담, 의학적 치료법 등을 세심하게 독해하는 과정에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일이 이제는 가능해졌고, 이로써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온갖 분야에서 발견을 추구하는 일 또한 가능해졌다.

이것이 중세의 몸이 맞이할 미래이다. "



특히나 중세 시대의 몸 삽화를 통해 흥미로운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꼭 꼬부랑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말이다.

1000년 전 사람들의 생사고락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과거를 알아가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금 우리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책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역사상의 어느 시대보다 더 급격히 진화하는 중이다. 과거를 느리지만 꼼꼼히 조사하는 과정, 즉 예술품과 시, 종교 문헌, 민담, 의학적 치료법 등을 세심하게 독해하는 과정에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일이 이제는 가능해졌고, 이로써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온갖 분야에서 발견을 추구하는 일 또한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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