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열림원 세계문학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호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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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딸아이의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인간실격도 보지 않았는데 드라마 보기 전 책을 먼저 읽어 감사하네요.

한줄평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 왜 아직도 안읽어봤을까? 재밌다. 요조에 대해 다양한 시선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매력적인 사람임엔 틀림없다." 요렇게 남기고 싶어요.

두번 읽었네요.

처음 읽을 때 포스트잇으로, 두번째 읽을 때 연필로 좀 더 문장정리를 해갔어요. 그리고 포스트잇 색깔을 맞추어 표시했어요. 두번째 읽을 땐 좀 더 정리해는 개념으로. (밑줄, 동그라미 뿐만 아니라 전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궁금한 점들을 메모까지 아주 알차게 쓰고 또 썼네요.)


17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라 읽기 부담없어요.

전 책이 재밌어서, 주인공 요조가 매력적이어서 그랬는지 하루만에 다 읽었네요.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어요.

인간을 향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요조의 광대짓

저는 처음에 뭐지?, 이렇게까지?, 왜? 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광대짓을 한번이라도 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요조는 달랐어요.

특히나 도깨비 그림이 나오는 이 부분에서 더 와닿더라구요.

'왜 이렇게 까지 하는거야?' 에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요조가 힘들구나?' 하면서 요조를 이해하게 되네요.

"도깨비 그림이야."

그 그림은 그저 고흐의 <자화상>일 뿐이라는 걸 말입니다. 우리가 소년이던 시절 일본에서는 프랑스의 인상파 그리들이 크게 유행해서 서양화의 첫 감상은 보통 거기서 시작해 고흐, 고갱, 세잔, 르누아르와 같은 화가의 그림들을 시골 중학생이라도 대부분 사진으로 봐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고흐의 컬러판 그림을 꽤 많이 봐서 재미있는 터치와 선명한 색채에 흥미가 있었지만, 그걸 도깨비 그림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습니다.

"나도 이런 도깨비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지나치게 인간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훨씬 더 무서운 요괴를 확실하게 제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심리, 매사에 신경질적이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폭풍우가 더욱 거세지기를 바라는 심리. 아아, 이 화가들은 인간이라고 하는 도깨비가 상처 입고 위협받아 끝내는 환영을 믿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생생하게 요괴를 보았구나. 게다가 그들은 그것을 광대 짓 따위로 얼버무리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해내려고 노력한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은 한정적이에요.

그 중 요조의 여자들도 중요하지만 요조의 친구 호리키를 빼놓을 수 없어요.

요조가 말하는 호리키

호리키와 요조의 공통점

책 속에 많은 곳에서 요조와 호리키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문장이 단연 둘 사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 않아 싶어요.


호리키와 나

서로 경멸하면서 어울려 놀고, 서로를 한심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이 세상의 이른바 '교우'라는 모습이라면, 저와 호리키의 관계도 분명 '교우'임에 틀림없습니다.

호리키는 내심, 나를 제대로 된 인간으로 여기고 있지 않았구나, 나를 그저 죽지 못해 사는 철면피에 어리석은 괴물, 이를테면 '산송장'으로밖에 보지 않고, 그리하여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만, 나를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용하는 게 전부인 교우였구나, 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호리키가 저를 그렇게 보고 있는 것도 당연한 게, 나는 옛날부터 인간의 자격이 없는 아이였다.

요조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왜 이렇게 마음을 찌를까요?!

"죄, 죄의 반대는 뭘까. 이건 어려워"

너무 어렵지만 요조 덕분에 저도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특히 이 책에 '고뇌'란 단어가 많이 나오거든요. 고뇌는 구원의 반대말이라는 요조의 말이 참 슬프더라구요.



"하지만 감옥에 들어가는 것만이 죄는 아니야. 죄의 반대를 알게 되면, 죄의 실체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느님... 구원 ... 사랑... 빛. 하지만, 하느님에게는 사탄이라는 반대가 있고 구원의 반대는 고뇌일 것이고 사랑에는 증오, 빛에는 어둠이라는 반대가 있고 선에게는 악, 죄와 기도, 죄와 고백, 죄와 ... 아아 전부 동의어다. 죄의 반대는 대체 뭘까?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그 말이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헉했습니다. 만일 저 도스토 씨가 죄와 벌을 동의어로 생각하지 않고 반의오로 붙여놓은 거라면? 죄와 벌, 절대로 상통하지 않는 것, 얼음과 숯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것, 죄와 벌을 반의어로 생각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녹조, 썩는 연못, 어지럽게 얽힌 깊은 밑바다의..... 아아, 이제 알 것 같다. 아니, 아직은 ...

하느님에게 묻습니다. 신뢰는 죄가 됩니까?

정말 요조의 고민이 가슴이 와닿더라구요.

신뢰가 죄가 되나요?

요조가 무엇을 잘못했나요?

왜 요조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요시코는 신뢰의 천재입니다. 사람 의심할 줄을 몰랐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로 말미맘은 비차함.

요시코가 더렵혀졌다는 일보다도 , 요시코의 신뢰가 더렵혀졌다는 일이 제게는 그 후 오랫동안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에게 묻습니다. 무저항은 죄인가요?

인간, 실격.

바야흐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요조를 정신병원에 보내는게 최선이었을까요?

아마 요조의 아버지가 보낸 것 같았어요.

아버지와 요조 그 둘의 관계, 부자사이가 멀고도 이렇게 멀수가 있을까 싶었어요.

요조는 옛날부터 인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즈음에 "인간, 실격. 바야흐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뭐라 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착찹했어요.



정신병원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죄인이 아니라 미치광이가 되었습니다. 아니, 저는 결코 미치지 않았습니다. 단 한순간도 미쳤던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

언젠가 이곳에서 나가더라도 저는 역시 미치광이, 아니 폐인이라는 낙인이 이마에 찍히게 되겠지요.

후기를 읽다보면 마담이 무심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그 사람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이는 아주아주 얌전하고, 세상 사는 눈치도 있고, 단지, 술만 그렇게 퍼마시지 않았다면, 아니, 마시더라도 ...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럼 누가 나쁜걸까요?

참 이 부분에서도 할말이 많았었네요. ㅎ



무엇보다 요조가 이렇게 말할 때 제일 슬펐어요.

지금 저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이른바 '인간' 세상에서 단 하나, 진리처럼 생각되는 것은, 그것뿐이었습니다.

누가, 어떻게, 왜 요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요조 스스로 이렇게 된 걸까요?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지은이지만 다자이 오사무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이 작가도 요조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어서 작가의 이야기인줄 오해할 뻔 했네요.

이 책을 읽고나니 드라마로 만들어진 인간실격 어떨까 궁금해지네요.

책 속에 요조를 어떻게 표현하고 연기했는지 말이죠.

이 책은 혼자 읽고 서평 쓰기가 너무 아까워 학부모 독서동아리에 책을 추천했어요. 9월에 함께 독서토론 해볼 생각입니다. 요조, 요조의 친구, 요조의 아빠 그리고 요조의 엄마 (그 시대 일본 시대의 여자, 엄마의 위치), 자살방조죄가 있는 그 시대 일본사회 등등 ... 엄청 이야기 나눌게 많겠더라구요.

재밌게 잘 읽었는데, 다 읽고나니 할말이 너무 많은 책이 바로 <인간 실격>이라는 결론이네요.

곧 이제 가을인데,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 책 한권 권해봅니다. ^^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이는 아주아주 얌전하고, 세상 사는 눈치도 있고, 단지, 술만 그렇게 퍼마시지 않았다면, 아니, 마시더라도 ... 하느님처럼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럼 누가 나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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