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클래스 topclass A형 2024.7 - 자동차라는 세계 톱클래스 2024년 7월호
톱클래스 편집부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잡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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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요소 세 가지를 일컬어 ‘의식주’라 하였으나, 언젠가 부터는 하나를 추가해서 ‘의식주차’가 되었습니다. ‘차’ 그러니까 자동차가 정정당당하게 Big 4의 자리를 차지한지는 사실 제법 오래되었다 싶습니다. 자율주행을 지나 무인자동차에 하늘을 나는 개인운송장치가 서울시의 교통정책에 포함된 작금의 현실은 놀랄 일도 아닌 게 되어버렸습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취향은 뾰족해지니 집 대신 차를 통해 의식주의 ‘주(住)’의 욕망을 해소하는 겁니다. ‘머무름’과 ‘떠남’의 욕망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인 차는 취향의 결정체입니다.”

-p.004, 에디토리얼 '차르소나' 中


그렇게 득도를 넘어 ‘득광’에 이르고야만 이들의 자동차에 얽힌 사연과 사랑과 삶을 오롯하게 펼쳐낸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들은 대개 공감되는 바가 컸습니다. 무조건 개인의 욕망을 투사하고 집중할 대상을 삼은 자동차라는 세계는 각자 다른 세계로 축적되어가지만 따로 또 같이 연결된 묘한 커넥션이 느껴지는 건 저 혼자만의 오독일까요? 그들 모두 자신이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 대상을 가장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이고도 최선으로 찾고 시도하는 에너지가 눈동자와 목소리(이야기)에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우리들이라는 커넥션 말입니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커서 점점 확신이 생기고 애정이 깊어져요.”

- p.019


점점 확신이 생기고 애정이 깊어지는 자동차라니! 그리고 애정을 넘어 집착에까지 이르고야 마는 자동차 매니아들은 그저 그렇게 행복해만 보였습니다.

허나 세상만사 다 그러하듯,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카 라이프의 어쩔 수 없는 어두운 이면이 없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평온한 저녁의 인도로 들이닥친 자동차가 만들어낸 비극적 사고로 아홉 명의 우리 이웃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여러 가지 예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어찌되었든 인간이 만든 것에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공격(?)당하는 상황은, 반려자동차의 횡포한 이면이다 싶었습니다. 남은 유족들의 슬픔에 하나님의 위로를 기도합니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배우한테 제일 중요한 건 그냥 생활입니다. 솔직한 생활이요. 그 생활을 통해 더 지혜로워지고 마음이 넓어지고 더 많은 것을 포용하게 됩니다. 생활이 연기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 p.085, 탕웨이


분당댁 탕웨이의 인터뷰는 여러모로 기대했던 꼭지였는데 맞은편에 서서 인터뷰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살가워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냥 생활’이 만들어내는 그의 연기가 갈수록 더 기대가 되게 하는 말들뿐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멋쟁이 데이식스와 선업튀 대세 변우석, 화가와 작가로 돌아온 박신양까지 빼곡한 인터뷰의 밀도에 숨가쁠 지경. 

이번 달도 탑클래스가 탑클래스했다, 과연!


《topclass》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topclass #탑클래스 #자동차라는세계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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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4.7 202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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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로비치에 따르면 자연적인 신체는 정치적인 신체보다 하위에 있으며, 그에 속해 있다. ”왕의 인간적인 면이 왕의 신적인 면을, 그리고 필멸성이 불멸성을 압도할 때 왕은 폐위된다.” 영국의 왕실이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이유는 어쩌면 두려운 진실 때문일 것이다.’

- p.6 Editorial ‘대통령의 페르소나

 

에른스트 칸토로비치 (1895-1963)1957년 저작 <왕의 두 신체 (The King’s Two Bodies)>에 등장한 문장을 읽는데, 손바닥에 자를 쓰고 나와서 꿈을 이룬 그가 자꾸만 어른거립니다.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왜곡되었다고 하는 그의 남은 임기가 하염없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이번 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는 현재와 과거, 여기와 저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하게 담아내려 애쓴 노력들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이슈였습니다. 1960년대 미국의 CIA를 통한 정부 감시에 대항했던 신좌파(New Left)와 블랙팬더스(BPP)의 이야기를 통해 실추된 공권력의 사례를 기억합니다. 최근 대한민국의 법정이 설파한 국정원 문건에 대한 폄훼(?), 그 공권력의 케미스트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보게도 합니다.

 

그리고 올 여름에 개최되는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이대는 글들은 특히 눈에 뜨였습니다. 벌써부터 국내 언론들에서도 준비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는 이야기들은 올림픽과 스포츠를 그닥 즐기지 않는 저 같은 스알못에게도 제법 신경쓰이는 부분이었는데 그 안을 들여다보는 기획기사들의 내용은 더욱 심각한 것들로 보였습니다. 전지구적 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각국들의 과잉경쟁과 부풀려진 경제효과 등에 따른 터무니없는 혈세낭비와 양극화 강화, 유치실패에 따른 책임전가 등 눈꼴 사나운 과정과 결과를 우리나라도 이미 경험한 바라 낯설지도 않은 이야기이긴 했습니다.

그러기에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 특히 인권의 문제와 환경의 문제 등을 아우르는 지구촌 공동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일 이유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콕도는 자신과 결별한 데보르드가 겪은 시련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강렬한 목소리를 발견한다. 이 사랑과 춤과 작별 인사는 언제나 은총과 함께 기록된다. 보네와 샤르뉴에 의해 재평가된 데보르드는, 확실히 이전보다 위대한 모습이 된 것이다.’

- p.100, ‘장 콕도와 그의 연인, 장 데보르드

 

예전 우연히 만난 1952년 작 영화 <미녀와 야수>의 감독으로 처음 그 이름을 접해서 그의 다른 영화들과 문학작품들까지 찾아봤던 장 콕도의 60주기를 맞은 프랑스 현지의 스케치와 더불어 그의 연인 장 데보르드 관련한 기사는 우선 반가웠고, 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자국의 문화를 드러내고 공유하는 방식도 부러웠습니다. 만화 <아편의 시간>이 국내에도 적절한 시점에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무엇보다 말미에 편지 혹은 기행문처럼 자리하고 있는 한국어판 발행인의 세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인들의 연례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뭉클하게 미소짓게 하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있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공존하지만, 함께 하는 친구로서의 연대가 느껴졌고 그렇게 함께 흥겹게 춤추는 몸과 마음들이 있음에 희망도 품어볼 수 있었습니다. 만나지 못했다곤 했지만, 어쩌면 만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함께 했던 여러 발행인들이 여기저기에 시선을 두고 생각의 유목민인 집시들일지도, 그렇게 독자들의 마음을 들쑤시는 테러리스트들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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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랑전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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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가 전하는 이야기에서 마주하는 익숙한 낯섦은 어느새 반가움과 기대감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가려서 뽑은 열세 편의 단편들은 그래서 그런 켄 리우를 다시 조우함에 설레었습니다.
샛노랗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책 커버를 들여다보며 이번엔 어떻게 읽어볼까 하며 차례 부분을 펼쳤습니다. 나름의 소설집을 읽는 개인적인 버릇은 표제작을 맨 나중에 읽고 나머지는 랜덤으로 읽어가는 것인데, 이번엔 그저 맨 뒤에서부터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런 읽는 순서는 고민 고민해서 순서를 정한 편집자의 의도는 나 몰라라 하는 어쩌면 건방지거나 무지한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기억하려 애쓰지 마라. 다만 잊으려 애써라.”
- p.499, <잘라내기>中

짧은데 심오한 테제를 들추어내는 그래서 마지막에 배치했을 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켄 리우의 이야기에는 어쩔 수 없는 오리엔탈리즘이 배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익숙함이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것이 이야기의 재미나 특이성을 돋보이게 하려는 무기나 치트키가 아니라 스스로의 창작에 솔직해지려는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라 저 개인적으로 작가에 더 애착이 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라는 것에 대한 단순한 금언으로 던져지는 문장들과 짧은 에피소드가 주는 묵직한 한방이 역시나 작가의 인장이 도드라진다 싶은 시작(?)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군데군데 잘라내진 성전이 나름의 문장으로, 시처럼 그림처럼 표현된 아름다운 입체감이 색다른 즐거움도 선사합니다.

“우리 비록 같은 해의 같은달의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셋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 p.460, <회색 토끼, 진홍 암말, 칠흑 표범> 中

그렇게 이어진 밑도 끝도 뚝 떨어져나온 듯한 ‘민들레 왕조 전쟁기’의 발췌 본은 또 다른 맛의 상상력의 단짠 조화가 도드라졌고, 이내 삼국지의 도원결의의 멀티버스 버전으로 만나보는 듯한 <회색 토끼, 진홍 암말, 칠흑 표범>이 보여주는 세계관은 켄 리우만이 가능한 비전을 여성의 서사, 영화적 묘사로 표현해냅니다. 국내 소개되는 작가와 계속해서 작업해온 장성주 번역가의 발군이 더더욱 빛을 발하는 문장의 맛에 제법 빚을 지고 있다 싶을 정도로, 이제 장성주 번역가를 떼고는 켄 리우의 소설을 생각하는 것이 어색하기 조차 한 이유이다 싶습니다.

“빅 세미는 예술을 공학으로 바꿔 버렸다.”
- p.359, <진정한 아티스트> 中

뉴스에서 AI가 만들었다는 짧은 영상의 그 멀끔한 결과물에 깜짝 놀란 것이 정말 얼마 전 같은데,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새로 생긴 부문이 다름 아닌 ‘AI 영화섹션’이라는 소식에 그 빠른 진화와 확대를 체감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진정한 아티스트>에 등장하는 위대한 아티스트, ‘빅 세미’가 그려내는 미래의 영화제작은 그야말로 머지않은 미래를 슬쩍 보여주는 듯 소름이 오소소 돋았습니다.

영화화가 확정되었다는 표제작 <은랑전>과 근미래의 공포를 들추는 <메시지>도 특유의 흡인력이 또렷하게 살아있는 그럴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다름 아닌 <환생>이었습니다.

“당신들은 어떤 기억이 진실이고 어떤 기억이 거짓인지 분간하지 못해. 그러면서도 기억이 중요하다는 관념에 집착하고, 기억을 토대삼아 그 위에 삶을 쌓아 올리다시피 하지.”
- p.157, <환생> 中

다양한 상황과 소재, 그리고 인물들, 그님 포함,이 등장해서 작가의 독보적 상상력을 펼쳐보이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유독 눈에 뜨이는 것은 ‘기억’이었습니다.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금껏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기억’이라는 연결고리 덕분이라는 점을 켄 리우도 아이덴터티와 연결해서 큰 질문으로 대뇌이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렇듯 켄 리우의 이야기는 멀리에 있는 먼 후일의 것보다는 지금 여기의 우리 삶을 비틀거나 상상력을 끼얹어버린 버전으로 독자들을 이야기의 설정이라는 문턱을 가볍게 넘어서게 해주는 탁월함이 넘사벽이란 점에서 여타의 SF작가의 아우라와는 또 다른 매력 지분을 보유한 작가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의 신작은 언제나 기대 중.

덧. 황금가지의 커버 디자인은 항상 기대 이상. 👍🏻

#은랑전 #켄리우 #장성주옮김 #황금가지
#thehiddengirlandotherstories #기억 #익숙한낯섦 #종이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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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유 어게인
서연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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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의사였다.”
“그리고 2022년 11월 6일, 한쪽 눈을 잃었다.”

이렇게 두 개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씨 유 어게인>은 소화기내과 의사가 한쪽 눈을 잃는 사고로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사건은 느닷없고 두서없고 경황없이 우리를 방문하고야 맙니다. 그때 어떻게 그 상황을 맞이해야 할까에 대한 한 방법을 들려주는, 씩씩한 윙크의사, 서연주 선생님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환자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정말 무심했구나.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난 그것도 모르고.”
<p.59>

‘역지사지’
의사가 환자가 되어서야 의사의 자리에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체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고통이 존재하지만 감내함을 배우고 타인을 알아가고 인생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를 통해 남을 보면서, 하나의 눈을 잃고 새로운 눈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과 용납의 경험도, 여전한 나의 고통과 불안, 막막함을 해결해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법입니다.
당연한 눈의 각 기능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마주하며 그 불편함을 통해서, 눈꺼풀을 들어올려야 눈물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는 감촉이 주는 감정을 배우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페이스 ID가 사고후 자신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차가운 거절에서 새로고침의 기회를 마주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길고 긴 터널을 걷고, 기고, 또 멈춰 서 한참을 울고 다시 걷고 기어 여기까지 왔다.”
<p.258>

그렇게 사고 난 지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낸 기록으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살아있고 여전히 의사인, 서연주 선생님의 시간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혼란스런 의정갈등의 상황 속에서, 이미 겪은 또한 겪고 있는 환자들의 자리, 그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았기에, 스스로 이겨내었기에 이 기록이 유의미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내는 혹은 살아낼 소망을 잃은 이들에게 함께 할 누군가의 작은 이야기와 그런 내미는 가녀린 손이 힘이 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서연주 선생님의 앞으로의 시간이 씩씩했으면, 더 건강했으면 하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씨유어게인 #서연주 #김영사 #윙크의사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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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건축의 이유 - 집 현관에서 대도시까지, 한 권으로 떠나는 교양 건축 여행
전보림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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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실무를 위해 런던에 살았던 5년의 시간 동안 나는 그저 수단이고 배경인 줄 알았던 건축과 도시가 내 삶의 방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6>

 

저자는 그렇게 영국 런던의 삶을 반추하고 돌아보며 기록을 누적했고 그 공간, 삶의 공간과 그 공간에 연이어있는 건축이라는 대상이 어떠했는지, 그러함이 어떻게 익숙한 생활공간과 대화하는지를 단단한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건축 서적이지만 삶을 나누는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자신이 관심 있는 색깔의 안경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게 저자에게는 건축이었습니다.

 

지난 저의 시간을 돌아보면 아파트 형태의 성냥 곽 같은 공동주택에서의 시간이 거의 30년이 된 듯 합니다. 그렇다고 이전의 주거형태가 공동주택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낮은 담들로 나름 시야와 대화를 공유했고, 공동 진입로이자 연장된 앞마당 개념의 골목을 공유했으며, 통반장 혹은 마당발 홍반장들의 언론조성으로 공지사항은 어김없이 전파되는 공동주택에 다름 아닌 단독주택 혹은 그 세입자로서의 시간을 보냈으니 말입니다.

 

또 어떤 시기에는 커다란 마당 같은 공터를 중심으로 공유하며 둥글게 대문들을 공터로 향하게 하는 구조의 작은 단위의 마을 같은 공동주택에서 살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우물이라는 것도 있었고, 빨래터라는 것도 있었고,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 널따란 평상에서 밤이 맞도록 두런두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이야기하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아버지 어머니였고 모두가 형제 자매였던 그 시간들. 사실 그때는 만들어진 건축적 상황에 삶을 맞추어 살았고 살면서 관계의 연결을 통해 건축물의 확장 혹은 수정이 동반되는, 어쩌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건축 공간에서의 시간이었다 싶기도 합니다.

 

도시는 설계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영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에 관한 법 또한 그러한 관점에서 만들어야 한다.”

<p.300>

 

지방 소도시 출신인 저는 그 고향의 변화 없음과 느려터진 일상의 시절이 지금에서야 그립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닥 좋아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재 개발제한을 위한 건축물에 대한 고도제한이 존재하는 나지막한 시내와 대부분의 초록의 산들과 오래된 왕들의 무덤이 섬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그 곳.

나이가 차고 서울로 떠나오면서 본격적인 시티라이프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하철 환승역에서 펼쳐지는 육상경기를 방불케 하는 러너들, 깎아지른 듯 도로 양옆에 즐비한 고층빌딩들, 굉음을 발산하며 내달리는 외국산 자동차들과 실갱이를 벌이는 도로 운전자들의 고성이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도시의 심포니까지. 그렇게 3-4평 정도의 학고방 같던 여인숙 건물을 개조한 신촌 월셋방의 기억과 이제야 재건축을 시작한다는 70년대 지어진 14평의 신혼 아파트의 추억까지. 도시는 무지랭이 촌놈에게 생명력 넘치는 만화경을 펼쳐보여 주었습니다.

그 혼잡함 속의 질서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건축 설계와 그 경영에 기인한 것이었다 싶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영국 런던에서의 시간을 닫고 대한민국 서울에서의 시간을 열면서, 이러저러한 모양들과 쓰임에 대한 생각들을 여기저기 발로 디딘 공간적 체험으로 나눠줍니다. 대부분 저의 발이 닿기도 하였거나 차창 너머로 만났던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라 퍽이나 와 닿았습니다. 특히 삼각지역 대탐험!

 

이 도시는 우리 모두를 위한 도시이고, 우리는 다정한 도시를 누릴 권리가 있어서다.”

<p.377>

 

나와 우리의 삶의 공간에 대한 애착이 나와 우리의 삶의 질을 더욱 개선하는 시작이리라.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인도와 골목길을 걷는 도보여행자들도, 이래저래 구축된 자전거 길의 라이더들도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도시가 좀더 다정해져야 하겠다 싶습니다. 그게 우리 권리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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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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