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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유 어게인
서연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5월
평점 :
“나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의사였다.”
“그리고 2022년 11월 6일, 한쪽 눈을 잃었다.”
이렇게 두 개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씨 유 어게인>은 소화기내과 의사가 한쪽 눈을 잃는 사고로 하루아침에 환자가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게 사건은 느닷없고 두서없고 경황없이 우리를 방문하고야 맙니다. 그때 어떻게 그 상황을 맞이해야 할까에 대한 한 방법을 들려주는, 씩씩한 윙크의사, 서연주 선생님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환자들이 얼마나 아팠을까. 내가 정말 무심했구나.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난 그것도 모르고.”
<p.59>
‘역지사지’
의사가 환자가 되어서야 의사의 자리에서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체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고통이 존재하지만 감내함을 배우고 타인을 알아가고 인생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를 통해 남을 보면서, 하나의 눈을 잃고 새로운 눈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깨달음과 용납의 경험도, 여전한 나의 고통과 불안, 막막함을 해결해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법입니다.
당연한 눈의 각 기능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마주하며 그 불편함을 통해서, 눈꺼풀을 들어올려야 눈물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리는 감촉이 주는 감정을 배우고,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던 스마트폰의 페이스 ID가 사고후 자신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차가운 거절에서 새로고침의 기회를 마주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길고 긴 터널을 걷고, 기고, 또 멈춰 서 한참을 울고 다시 걷고 기어 여기까지 왔다.”
<p.258>
그렇게 사고 난 지 1년 6개월의 시간을 보낸 기록으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살아있고 여전히 의사인, 서연주 선생님의 시간은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혼란스런 의정갈등의 상황 속에서, 이미 겪은 또한 겪고 있는 환자들의 자리, 그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았기에, 스스로 이겨내었기에 이 기록이 유의미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내는 혹은 살아낼 소망을 잃은 이들에게 함께 할 누군가의 작은 이야기와 그런 내미는 가녀린 손이 힘이 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서연주 선생님의 앞으로의 시간이 씩씩했으면, 더 건강했으면 하는 기도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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