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이 이야기 암실문고
김안나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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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이 이야기>

김안나 지음 |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현재, 전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 Anna Kim의 2023년 작이 을유문화사를 통해서 발간되었습니다. 어쩌면 익숙하면서도, 또 독특한 점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형식에 있는데, 교환작가로 미국 위스콘신에 2013년의 여름학기를 보내는 작가 프란치스카가 화자로 등장, 그린 베이라는 작은 마을의 유일한 비백인인 데니와 그 주변인을 만나는 이야기와, 그 데니에 관련한 그린베인 교구 사회복지국의 서류철에서 발견한 1953년에서 1959년에 이르는 세 건의 보고서들에 담긴 정보가 두 개의 이야기 축으로 나아갑니다. (글자 폰트와 챕터로 구분하는 방식 사용)


1950년대의 2013년의 시간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형식, 하지만 문장부호 하나 없이 나아가는 대화와 묘사들, 그리고 사회복지사의 딱딱한 보고서 문장들만으로 전개되는 통에 가슴보다는 머리를 사용해서 읽어내게 하는 묘한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니라는 빛이 있을 때만 이 집은 사람 사는 곳 같아. 가느다란 빛이 먼지로 가득한 유리창을 비집으며 공간의 가운데로 뻗어 갔다. 조앤은 천천히 일어났다.”

  -p.23


  “> 1953.9.1.

   > D. 트루트만 검진. 세인트 메리 병원

아기는 태어난 지 7주하고도 이틀이 되었다. 일반적인 건강상태나 영양 상태는 매우 좋다고 기록할 수 있다. 이제까지 아픈 적도 없다. (일반적으로 미국계 검둥이들은 홍역이나 디프테리아에 걸려도 아주 가볍게만 앓는다고 알려져 있다. 성홍열이나 수두 역시 상대적으로 별 탈 없이 지나간다. 물론 백인보다 더 자주 소화기계 질병을 앓게 될 것이다).

  -p.31 


  “>1959.9.4.

대니얼 트루트만은 이제부터 대니얼 파울리다.”

  -p.302


  “아, 이 우울한 시기에 그나마 좋은 소식이 하나는 있네. 조앤이 대답했다.”

  -p.309

 

그렇게 시간은 여전히 달리고 달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차에 울려퍼지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로 쌓여가는 눈송이들.


아마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우리가 볼 때 무엇을 본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인종과 자기 정체성, 가족과 이러저러한 기회가 인생과 관계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에 대한 절제된 구성을 통해 명료하고 섬세하게 드러내되 제법 감동적인 사유를 제시하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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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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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지프 신화>의 핵심 주제는 이렇다. 삶에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것은 정당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p.11, 1955년 미국판 서문 中


카뮈는 죽음을 규명하고 들여다보는데 독보적 비전을 가진 작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 <시지프 신화>는 서문에서 밝혔 듯 죽음의 한 종류인 자살을 이야기합니다. 예의 카뮈적 태도인 부조리와 연결해서.

그렇게 부조리한 추론을 거쳐 부조리 인간을 투사해 내더니 부조리한 창조에까지 이르릅니다. 그리고 신화로서의 시지프.


카뮈의 소설작품에 익숙한 저에게 이런 식의 카뮈도 어색하지만 신선한, 80년이나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생각점을 허락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부조리하고 허무한 세상과 현실 속에서 더 단단한 인간으로 살아내는 것의 유의미함을 조리있게(!) 하지만 부드럽게 손내밀고 있습니다. 긴 시간의 간극을 뛰어 넘어서.


최근에 병행해서 함께 읽게된 고명섭 작가의 <필로소포스의 책 읽기>에서도 비슷하게 사유의 기회가 있었고, 이 카뮈의 책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숱한 철학자와 행동가들의 이야기와 삶 속에서 시지프의 일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에 대한 고민들이 배어있었습니다. 특히 머리말 부분에 언급된 두 개의 영화 <토리노의 말>과 <퍼펙트 데이즈>를 통해 내비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고 반복되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묘하게 이 책과 닿아있어서 묘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광채 없는 삶의 나날에서는 시간이 우리를 짊어지고 간다.”

  -p.36, 부조리한 추론 中


특히나 이 책은 곳곳에 배치된 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한 회화작품들 덕분에 마음의 자각과 오해의 간극을 줄여내게 해주는 편집이 맘에 들었습니다. 뭉크, 리베라, 고야, 로테, 고흐 등등 그들의 작품들 너머 그들의 삶도 녹아있는 듯 본문의 카뮈의 생각을 배치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지프.


  “나는 시지프를 산기슭에 남겨두리라! 우리는 여전히 그의 무거운 짐을 발견한다. 그러나 시지프는 신들을 부정하고 바위를 들어 올리는 고차원적 성실성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산정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p.190, 시지프 신화 中


반복되는 고난을 인식하는 순간, 그 압도성은 힘을 잃습니다. 예수가 그러했고 오이디푸스가 그러했으며 시지프도 그러했으리라 상상할 수 있는 것, 그렇게 나 자신을 투영해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정녕 부조리한 창조를 거스르되 거스르지 않는 방법, 생의 의미를 온몸으로 통과해내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마침표를 찍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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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 -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푸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
데이비드 섬프터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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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Four ways of Thinking’ 그러니까 ‘생각의 네 가지 방법’ 정도로 번역될 텐데, 한글 번역 제목은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이라서 응용수학자인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책 표지에 떡하니 적어둔 책의 부제는 감히(!)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를 푸는 네 가지 수학적 사고법’이라니, 이거 너무 간거 아닌가 하며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저의 정체성은 수학을 싫어하는 공대출신입니다. 이건 마치 ‘동그란 네모’나 ‘굽은 직선’같은 모순된 자기정체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실존하는 진실이며 매순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는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수학 기반의 서적이나 수학으로 무언가의 정답에 접근해나가는 방식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다만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거라는 기대에 펼친 이 책 <더 좋은 삶을 위한 수학>은 결론적으로 예상을 거의 적중한 책이었습니다. 굳이 한마디로 책을 소개하자면, ‘수학의 탈을 쓴 자기발견의 책’이었습니다.


책은 4개의 장으로 크게 나눠져 있습니다. 1장 통계적 사고, 2장 상호작용적 사고, 3장 카오스적 사고, 4장 복잡계적 사고. 이렇게 수학의 탈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주지하다시피, 수학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현실세계에서 마주하는 상황에서 규칙을 찾아내고 수식화해서 경향성이나 예측을 도모하는 용도가 있는데, 이 수학의 틀거리가 작용하는 방식, 즉 통계, 상호작용, 카오스, 복잡계라는 세부적 도구를 사고의 체계로 치환해서, 삶에서 마주하는 상황들을 이 네 가지의 체계로 편입시켜서 정답 혹은 태도를 도출해내보려는 시도를,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입니다. 정말, 흥.미.진.진!


  “공정함이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시간을 배분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같은 절차를 통해 각 상황을 평가하고, 가장 흔한 어려움부터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전형적인 상황은 필연적으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p.242, 3장 카오스적 사고 中


관계의 문제, 자존의 문제, 사회전반의 문제 등 하루에서 수십, 수백번의 고민과 답을 찾아내려 고민하는 우리네 인생에서 수학 자체는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섬프터가 내보이는 진심, 수학적 사고들,으로 우리는 어떤 분류방식과 이에 따른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려 합니다. 하지만 딱딱한 수식과 풀이과정이 아닌, 수학의 탈을 씌운 응용된 생각방식이라는 나름 살가움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더좋은삶을위한수학 #데이비드섬프터 #고현석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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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소포스의 책 읽기 - 철학의 숲에서 만난 사유들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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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극장>과 <니체 극장>를 통해 철학적 사유와 이를 통해 인생의 문제들을 대하는 방법을 배워내게 하더니,  <생각의 요새>와 <광기와 천재>로 독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철학적 양분이 무엇이며 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갑게 안내해주었습니다. 그런 한겨레신문 기자/논설위원이기도 한 고명섭 작가의 신작의, 무해한 지식 추구자들에게 제시할 철학의 숲을 거닐 네이게이션의 업데이트 버전이라 할만합니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개인과 관계에서부터 우주, 영혼, 영성과 정치에 이르는 거대 담론까지 손을 뻣어낸 수많은 책들을 사유의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처럼 심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 특유의 부담스럽지 않고 살가운 언어로 책이라는 나무가 품고 있는 혈관을 따라 물 흐르는 소리를, 그 나무들이 뻗은 가지와 잎들을 뚫고 독자의 심상에 와닿는 빛과 같은 밝음으로 보여줍니다.


역시나 5개의 장으로 구분해 담아놓은 작가의 독서 리스트는, 꽤나 방대해서 활엽수림을 헤쳐내면, 침엽수림이, 푸르른 봄의 숲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울긋불긋 낙엽으로 우거진 숲길에 도달합니다. 지혜에 끌려 지혜를 찾는 ‘필로소포스’의 순례길은 마냥 밝지도, 또 그렇게 어둡지만도 않습니다. 무언가 순수한 빛에 끌려 빛을 향하고, 때로는 빛을 등지면 나의 그림자가, 내가 지닌 소유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책이란 나무가 이룬 숲에서 그렇게 여러 빛과 그림자들에서 사유하게 합니다. 이 책은 그래서 3D 포맷의 네비게이션 이라 할만 합니다.


  “면역이 없을 때도 민주주의는 파괴되지만 과도한 면역도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에스포지토는 면역을 ‘파르마콘’(pharmakon)에 비유한다. 그리스어 파르마콘은 약과 독을 동시에 뜻한다. 임계치를 초과해 투입하면 약은 독이 된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코무니타스와 임무니타스 사이의 균형이다.”

  -p.308 


특히나 이 책이 곳곳에 펼쳐보이는 시의성 담긴 문장과 인용구들은 이전 책들과 차별점으로 읽혔습니다. 코로나 펜데믹과 내란.계엄을 거쳐낸 최근의 대한민국의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해낸 기억과 정확하게 겹쳐지면서, 책의 곳곳이 어떤 이정표이자 신호등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빛의 혁명으로 어렵사리 얻어낸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고민이, 어떻게든 철학적 사유와 결정된 행동 사이에서 예민한 균형감각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 그 약과 독 사이의 균형을 항상 사유해야 한다는 것을 나무들은, 숲은 그렇게 들려주고 있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이 공허한 영성이 되지 않으려면 언제나 이성이 함께해야 한다.”

  -p.399


우리의 역사는 당연하게도, 민중의 지성과 영성을 지렛대로 후퇴하면서도 결국엔 전진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함께 서로 보완하고 경계하며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어느 한쪽에 경도되었을 때의 폐해를 여러 역사적 사건에서 확인해왔음도 사실입니다. 최근까지 융성한 아스팔트의 기독교인들 (혹은 유사 기독교인들)의 대규모 집회가 그 처참한 예가 될 수도 있겠고요.


당연하지만 아픈 지점들을 통과해서 여러 책들의 숲을 통과해내노라면, 저자는 과연 자신의 이렇듯 어마어마한 독서감상문으로 어떤 이야길 들려주려는 걸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머리말에서 언급한 ‘사유의 친구’에서 희미하게 나마 힌트를 얻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숲 순례자이자, 나무이자 숲이 되어야 한다는 손내밈, 이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의 숲에서 만나는 이들은 다 사유의 친구다. 친구들이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숲은 숲을 키운다. 숲은 잠들지 않는다.”

  -p.11, 머리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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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뇌
마수드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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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p.9, 들어가는 말 中

이 책은 뇌과학자가 쓴 자아 혹은 정체성은 뇌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임상 현장의 데이터들을 통해 보여주는 책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의학 논문이나 임상시험 기록 같은 딱딱한, 물론 말랑말랑도 아니긴 하지만, 글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식 저런 식으로 다음의 말이 독자에게 닿기를 간절히 원하는 저자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편지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당신의 당신됨은 당신의 외부가 아닌 당신 안의, 특별히 뇌에 의해 표출되고 규정된다고! 를 애절히 전달하는 편지 말입니다.

“중요한 점은 설령 오랫동안 구성원이었다고 해도 구성원 자격을 계속 유지하려면 규범을 계속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이 받아들인 행동 규칙이나 기준 말이다. 더 이상 규범을 지키지 않을 때 다른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집단 구성원 자격이 위험에 처한다.”
-p.359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와 집단 내에서 더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되고마는 경우들을, 1장에서 7장까지는 일곱 명의 환자들의 경우를 통해 읽어냅니다. 그들의 7가지 신경학적 장애들, 즉 병적 무관심, 의미 기억 상실, 일화 기억 상실, 착시, 주의력 장애, 자기 행동 제어 상실, 고유감각 상실이 어떻게 환자들의 자아, 정체성이 달라지는 경우들을 손 닿는 거리에서 지켜보듯 보여줍니다.

그리고 초고령사회에 이미 도달한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들이 야기한 우리들에서 멀어져버리고만 있는 ‘아웃사이더’들의 문제를 고민하게 합니다. 우리의 부모 세대들 그리고 조만간 마주할 우리들의 이야기.

“그것들은 우리 자아를 빚어내는 “마음의 사회”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들이며, 우리가 사회 내에 계속 존속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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