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평점 :
이 책의 부제는 ‘진실을 말하는 거짓말’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에 기반한 허구가 아닌, 제대로 거짓말해서 세워진 시공간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하는지를 각잡고 풀어낸 책입니다.
특별히 저자는 아홉가지의 관점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 관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신화, 메타포, 구조: 거짓말로 진실을 말하기
2.판타지와 사실주의: 마법이 현실 세계로 뻗어 나간다면
3.신화를 전승하는 판타지: 화합을 추구하는 결말
4.흥미를 더하는 메타포들: 갈등보다 건설적인 각본
5.문학의 사회적 기능: 여성을 억압하는 북 클럽에 저항하기
6.유토피아 문학: 더 나은 세계가 있다는 생각
7.남성성 모델: 화상 동화 속 소년 찾기
8.판타지의 정치성: 익숙한 과거를 재구성하는 공간
9.판타지와 호러: 두려움 너머의 진실을 보기
서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렇게 아홉개의 봉우리들을 넘어가며 판타지가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으로 책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허나 어차피 판타지는 거짓말, 진실을 말하지만 그 드러낸 모습이 진실일리는 없습니다. 당연히도!
아홉가지의 관점이라고는 하지만 그 관점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연하고 있으며 또 서로의 얼굴을 대하며 불을 뿜어대고 있기도 합니다. 신화와 메타포, 구조와 이야기, 젠더와 정치, 그리고 감성과 지성.
“판타지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실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두 장르는 서로를 모르고 지냈던 친척처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p.67
“마찬가지로 비평가와 학자의 가장 큰 역할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책들을 계속 상기시키고 그 안에 담긴 위대함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가르치는 데 있다. 이들은 절반은 치어리더고 절반은 여행 가이드다.”
-p.211
그리고 이 책에 숱하게 언급되는 작가들과 책들 그리고 인용된 문장들은, 하나하나 인덱스를 넣어가며 가까운 미래에 읽어내야할 부채감을 마구 북돋아주는 매력이 넘치는 책입니다. 판타지 인문학이자, 인문학의 판타지의 역할을, 이책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싶습니다. 어디를 펼쳐도 판타지 같지 않았던 그 이야기들이 판타지였고, 사실주의 같았던 소설들이 판타지의 속성을 가득히 머금고 있었다는 짜릿한 뒤통수도 얼얼하게 즐거움을 줍니다.
그리고 친절하게도 서문에서 미리 요약해서 아홉가지의 시선을 선보였던 저자는, 마지막 9장을 마치면서 ‘요점’이라는 챕터를 두고 전체적으로 요약해서 멋진 답안지 혹은 아는 척하기에 딱 좋은 말빨(!)의 총알을 가지런히 담아내며 마무리합니다. 정말 끝까지 저자는 판타지를 제대로 그리고 철저하게 읽어낼 수 있는 깜냥을 가질 수 있기를 열망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판타지에 대한 애정, 더도 덜도 아닌 바로 그 마음 말이지요.
그리고 그 마음은 독자로 하여금 판타지를 해석할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즉 기호는 해석될 때만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p.194, 찰스 샌더스 퍼스 <앳킨> 中
#판타지는어떻게현실을바꾸는가 #브라이언애터버리 #신솔잎옮김
#진실을말하는거짓말 #아홉가지관점으로보는판타지문학
#푸른숲 #FantasyHowItWorks #BrianAttebery
#도서제공 #북클럽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