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죽음에 관하여 매드앤미러 1
아밀.김종일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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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알아, 네 남편, 네가 아는 사람이랑은 다른 사람일지.”

“지금 그 말..... 비유적 표현이야, 직설적 표현이야?”

“둘 다야.”

- p.90 <아름다움에 관한 모든 것> 中


내 남편이 내가 아는 사람과 다른 사람......?

그 말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그 말...... 비유적 표현인가요, 직설적 표현인가요?”

“그 역시 둘 다예요.”

- p.167 <해마> 中


국내 대표 호러 전문 창작 집단 ‘매드클럽’과 국내 최대 장르 작가 공동체 ‘거울’의 콜라보 프로젝트 <매드앤미러>의 첫 책입니다. ‘배우자의 죽음’이라는 공통의 소재로 묘하게 기시감 마저 일으키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중편소설을  담고 있습니다. 


이 책으로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아밀 작가와 김종일 작가는 전현 다른 감각의 카메라 워킹과 편집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싶었습니다. 아밀 작가의 작품은 단단하게 미장센을 가득 채우되 정적인 카메라 워킹과 화면 전환도 부드럽게. 그리고 김종일 작가는 몇 번의 자동차 추격씬과 충돌씬이 등장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과거 장면 인써트나 주고 받는 대화들의 속도감이 핸드핼드 카메라에 점핑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빠른 화면 전환과 편집으로 채워진 영화같은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무척 다른 두 이야기를 품은 한 권의 책이지만, 그 근원적인 공포,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면? 혹은 이렇게라도 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남편의 실체와 속내에 내가 속아왔던 거라면? 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특유의 영상을 보는 듯한 감각적 묘사와 대화로 재미 하나는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완전 보장한다 싶을 정도로 페이지를 넘기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능력이 두 이야기 모두 출중합니다.


“내 인생의 장르는 애초에 로맨스판타지가 아니라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였다.”

- p.208 <해마> 中


알콩달콩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 두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법과 방향으로 독자를 속절없이 이끌고 가는 이야기의 힘, 그것만으로 끝까지 갑니다. 그야말로 독서 자체가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할 정도 였습니다.

다만 한 이야기는 어느 분기점에서 ‘그래 선택했어’식의 TV인생극장인 듯,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게 애매모호한 이야기로, 다른 한 이야기는 PTSD 환자의 치료기 정도인 듯 하다가 미스터리, SF로 뻗어나가는 이야기로 펼쳐 보입니다. 그리고 숨겨진 두 가지 미션을 찾아보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이런 독특한 두 개의 이야기를 따로 또 같이, 이렇게 담아낸 편집자의, 텍스티의 기획이 돋보이는, 제법 괜찮은 앤솔러지 였습니다.



#매드앤미러 #배우자의죽음에관하여

#아름다움에관한모든 것 #아밀 #해마 #김종일

#텍스티 #72시간서평단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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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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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서민은 안 건드렸어.”
“대도 나셨네요.”
- p.13

2인조의 첫 만남은 감방에서 였습니다. 그러니까 김형래가 삼 년 사 개월 판결받아 육 개월째 수감 중이던 감방으로 나형조가 삼 년형을 받고 입소하면서 첫 대면 하게 됩니다. 그것이 마흔 여덟 동갑내기 둘의 첫 인연이었고, 쉰 한 살이 된 2인조 나형과 김형은 계획된 한 탕을 위해 의기투합 하는데...
무슨 대단한 이야기가 이 뒤를 이어야 할 듯하지만, 그렇게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라면 정해연이 아니지 말입니다. 느슨한 대도의 계획과 점점 대도 나형에게 빠져들어 동의하는 순둥이 김형의 의기투합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만 갑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만은 특별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사기꾼은 그 틈새에서 탄생한다.”
- p.243

급조된 어리버리 2인조는 범죄물로 가다가 우연히 만난 가족사에 얽혀들며 소동극, 시트콤으로 유턴합니다. 겹겹이 크로와상 같은 이야기는 서로를 향한 의심과 욕심이 엉켜들며 속절없이 서로의 속내를 들켜가며 도대체 어디로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궁금증을 폭발시키며 페이지를 숨 가쁘게 넘기게 합니다.

이 어리숙한 2인조의 이야기를 따라가노라니, 자연스레 두 사람의 배우가 떠올랐습니다. 한때 유명했던 2인조, 영화 <칠수와 만수>, <투캅스> 시리즈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라디오 스타>의 바로 그 2인조 안성기와 박중훈 배우입니다. 동갑은 아니지만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2인조 말입니다. 그렇게 상상하며 정해연 작가가 풀어내는 특유의 엉뚱 발랄함과 왠지 모를 불안감과 헛헛한 이야기를 따라가니 더 몰입이 되어 정말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여름 피서 같은 이야기, 시원한 콩국수 국물을 들이키듯 담백하고 깔끔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

#문학동네 #엘릭시르 #정해연 #홍학의자리 #2인조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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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클래스 topclass 2024.8 - 잠
톱클래스 편집부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잡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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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여는 글은 항상 맨 먼저 읽는 네비게이터 같은 꼭지입니다. 지금껏 쌓아온 이슈들이 품었던 이야기들이, 편집자들의 사심에서 출발했다는 고급정보는 꽤나 감동적이기 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그토록 주제에 살갑게 딱 붙은 기사들뿐이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에든 사심을 발휘할 수도, 해서도 안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선입견이나 자격지심을 깨부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이슈는, 그래서 그 사심이 이끈 주제가 바로 이었습니다. 특히 열대야로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더 없이 소중한 정보와 꿀팁들로 가득하다 싶습니다. 스스로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볼 수도 있고, 불면증의 요소들을 고려하거나 불면증 여부를 고민해볼 꼭지들 까지, 그것도 잠 분야에 내노라할만한 샐럽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니 믿음직스럽지 아니한가 말입니다!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

- 구약성서 잠언 1022

 

게다가 개인적 최애 남녀 배우들, 김희애 배우, 구교환 배우,의 인터뷰는 여름날 보너스 같은 꼭지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출연소식만으로 이미 관람을 마친 시리즈와 영화라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콕콕 날아와 박혀버린 인터뷰였습니다.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 투병기사에 마음 조렸는데 지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신작 소식과 싸인회 하신다는 이야기에 가슴을 쓸어내렸기에 더욱 반갑고 귀한 말과 마음이었습니다. 더 건강히 더 마음 시 써주시길 기도해봅니다.

 

이렇듯 올 8월도 숙면 같은 깊이와 사심 채우는 정보들에 또 하나의 <topclass> 이슈를 완독해냈습니다. 아무쪼록 편집실 모두의 안녕과 건강한 여름과 숙면을 기도합니다. 아멘 ^^

 

topclass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topclass #탑클래스 #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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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4.7.8 - no.55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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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글래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그 관객 중 하나이기도 했던 터라, 이번 이슈의 editor’s note는 반갑기도 하고 다시 쓴 잿물을 마신 듯 입안이 개운치 않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지 않을 것처럼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의 챗바퀴에서 또다른 미래의 나 혹은 우리에 대해 생각해봐야 함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시작이었습니다.

 

예의 충실한 내용들로 이번 이슈도 빼곡하게 들어 차있는 <Axt>는 박참새 시인의 인터뷰가 귀하고 반가웠습니다. 최근에 만난 적이 있는 듯 착각이 들게 하는 건, 시인의 대담집 <시인들> 때문이겠지만, ‘선 긋기의 예로 든 ‘MBTI’‘MZ’ 같은 범주화를 애정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시인의 말과 생각들은 그 바람대로 이미 시가 되어버렸다 싶었습니다.

 

천쓰홍의 <귀신들의 땅>을 나누는 잡담, CHAT은 매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대 코너가 된지 오래입니다. 특히나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레이싱을 벌이는 듯한 요즘에 딱인 이야기들이라 역시 좋았습니다. ‘할망신들은 비건이거나 페스코라는 말엔 혼자 빵 터지고야 말았습니다.

 

특히 이번 이슈에서는 cover story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일단 홍기웅 작가의 사진들이 주는 시원한 느낌과 올림픽 시즌에 걸맞는 소재도 Text도 좋았습니다. 여름엔 스포츠가 좋습니다. 더우니까 관람하는 쪽으로 말입니다.

 

모든 승패와 순위는 그 선과 색을 기준으로 판정되며, 그 무슨 상황이나 어떤 선수라도 예외 없이 그 선과 색을 벗어나 경기를 펼칠 수는 없다.”

- p.070

 

에세이와 단편소설들의 산뜻함을 지나면 기다리던 연재소설들과 새로 시작하는 소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즐거움, 연재소설은 이 여름의 또다른 공간으로 저를 옮겨주는 선 긋기 이기도 하다 싶습니다.

 

더위 먹지마, 죽지마, 사랑하게 될 거야!’ 그러니, 다들 이 여름 강건하시길!

 

#문학잡지 #악스트 #Axt #선긋기 #악독단

#도서제공 #악독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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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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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0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안았다. 그녀는 내 품에서 조용히 죽었다. 사인은 임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였다. 이 시대에도 영생은 이론에 불과하다.”
<p.29>

짧고 강렬한 짧은 사건의 씬을 보여주고 난 다음, 이게 뭔지 알겠어? 하면서 타이틀이 딱 뜨는 영화의 오프닝 같이 다분히 영화적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독자를 멀지 않은 미래의 대한민국과 그 시공간의 설정 속으로 워프 시켜버립니다. 버디, 모드, 장기 임플란트, 임플란트 구독, 그리고 가애와 수애. 그렇게 도입부의 사건을 지나서 드러내는 설정들, 건강상태와 건강 관리 상태, 생활습관 등으로 점수화 하고 그에 맞게 책정된 등급과 임플란트 구독료, 의료보험이 무너지기 직전이고 비보험이 늘어나는 상황 등의 낯설지만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은 그곳에 어느새 도착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아프고 오래 사는 것보다는 조금 일찍 죽더라도 아프지 않은 게 낫지 않느냐’ 내지는 ‘어차피 병원비가 없어서 죽는 거나 장기 구독료를 못 내서 죽는 것이나 똑같다’하는 분위기가 주류가 되었다.”
<p.55>

“그러나 입을 벌리기 직전, 나는 어머니가 했던 말을 기억해냈다.
- 나는 고통스럽게 사느니 아프지 않고 죽고 싶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내려다보다가 그렇게 말했었다.”
<p.69>

어쩌면 건강이란 것이 유전적인 이유가 상당하고, 그 건강의 관리와 생활습관 등은 또한 경제적 유전과도 같은 대무림되는 경제적 여건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 걸 고려하면, 너무나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아 또한 너무나 폭력적이라 그 간극은 더없이 벌어져만 가는 노골적 구조화의 디스토피아적(?) 근미래가 얄밉도록 살갑게 잘 구현된 설정이다 싶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주어진 사회 시스템에서 누리는 이들과 살아남아야 하는 이들 또한 분명히 존재할 터, 수애와 가애라는 수요공급을 따르는 관계를 통해 각자의 목적을 이루는 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근미래를 다루긴 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 및 의료분야에서 미약하나마 개발 진행 중이거나 어느 정도 상용화가 이루어진 소재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의 소재로 삼고, 또 여러 문학작품이나 작가들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끌어와서는 독자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주는 부작용(!)도 좋았습니다. 플로베르의 소설들, <안나 까레리나>의 첫 문장, 구약성서의 <창세기>와 <욥기>, 댄 브라운의 소설 속 캐릭터 ‘로버트 랭던’, 로저 젤라즈니, 브램 스토커, 금홍.

“- 아내가 떠났습니다.
- 어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살아 있습니다.
- 어머, 그럼 그냥 복을 빕니다.”
<p.36>

“고수명 시대의 인간은 나이를 먹어도 먹어도 유치했다.”
<p.74>

“내가 남의 목숨을 위해 일하거나 남이 내 목숨을 위해 이용당하거나. 세상은 이 둘 사이의 줄다리기에 불과하다.”
<p.130>

“기술은 익을수록 힘이 덜 들고 자연스러워지는 법이다. 고생해서 이룬 일은 물론 보람차겠지만, 사실 인생은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는 일에 더 크게 좌우된다.”
<p.134>

촌철살인의 아재식 말장난이 난무하다가도, 인생을 관통하는 통철한 아포리즘들을 이야기를 즐기는 중간중간에 포진시켜서 마치 부록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혼제도와 이혼, 가족형태 등 현재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현실적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이런 미래가 되고 당신이 이때까지 살아간다면, 당신의 선택은 어떨 거 같습니까?

“- 재미있죠?
성아가 물었다.
- 재미있네요.
내가 대답했다.
- 그럼 저랑 커피 한번 마셔줘요.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p.101>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소설 속 대화 장면이 떠올랐고, 서윤빈 작가가 독자와 나누고 싶은 대화를 이스트 에그처럼 숨겨 놓은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다른 이야기도 얼마든지 있으니 다음 소설에서 다시 만나달라는 작가의 애프터 신청이라니! 그 제안,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영원한저녁의연인들 #서윤빈 #러브스토리 #SF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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