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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평점 :
그러니까 정확하게 1년 전. 동녘에서 출간했던 신경아 작가의 <백래시 정치>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동녘의 책 <벨 훅스 같이 읽기>를 만났습니다. 페미니즘 관련 책에 열심(?)인 동녘의 이번 책은 여성주의교육연구소 페페 (Feminism Pedagogy)의 기획으로 일곱 명의 필진이 각자가 읽은 벨 훅스의 책들에 대해 이야기를 꾸리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 일곱 권의 책은 이러합니다.
<난 여자가 아닙니까?> Ain't I a Woman: Black Woman and Faminism (1981)
<벨 훅스,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 Teaching to Transgress: Education as the Practice of Freedom (1994)
<당신의 자리는 어디 입니까> Where We Stand: Class Matters (2000)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Feminism is for Everybody: Passionate Politics (2000)
<올 어바웃 러브> All about Love: New Visions (1999)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Teaching Community: A Pedagogy of Hope (2003)
<본 블랙> Bone Black: Memories of Girlhood (1996)
일곱 권으로 일곱 꼭지를 각자의 리뷰를 통한 책 소개를 앞에 두고서, 필진 각자의 삶을 책을 통해, 혹은 책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담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이라는 어쩌면 휘발성과 폭발성 강한 주제를 갖고 풀어내는 책이라는 선입견은 첫 꼭지, 오혜민의 [가모장의 ‘탈조’일기]에서부터 쉬이 무장해제 됩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매순간 마주하는 차별과 대응의 무한반복은 어쩌면 곁에서 수시로 벌어지지만 모른 척해버린 망각의 과거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항상 그랬다. 나는 커서 ‘그곳’에 갔고,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태어난 곳이 ‘그곳’인 삶을 살았다. 우리는 항상 그 차이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흑인으로, 그리고 여성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인종과 성 두가지 조건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말해온 그는 그 운명을 이미 자기 삶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였고, 나는 언제나 그 운명을 거스르는 새로운 삶을 꿈꿨다.”
- p.34, [가모장의 ‘탈조’일기] 중
차별과 혐오를 각자의 방식으로 경험하고 대처하며 어떻게 살기로 마음먹었는지를 때론 감정적으로, 여전히 남은 분노를 채 걷어내지 못한 문장들을 전시하는 부분들엔 수긍이 가면서도 그렇게 해서라도 뜻은 표현하지만 어려운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나의 몫이라면 하는 가정법을 스스로에게 들이대면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할 듯 했습니다. 그래서 김동진의 서문에서 밝힌 ‘페미니즘이 ‘유행’이 아니라 지금까지 쭉 우리 곁에, 이 사회에, 전 세계에 존재해왔다‘는 부분이 더 위축되면서도 그 곁을 지켜온 수많은 이름들에게 존경과 지지를 보내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사랑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사랑의 부재 현상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하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다시 사랑으로 부활할 수 있다면 영원한 삶을 약속받게 될 것이다. 우리, 마음을 활짝 열고 이야기를 나눠보자.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다.”
- p.140 from <올 어바웃 러브>, p.8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사랑의 반대는 혐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인종이나 성별, 나이 어떠한 것으로도 각양각색의 이유로 차별이라는 폭력 앞에 놓여 지게 되는 것은 여전한 우리의 숙제이지만, 이러함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무관심의 반대인 사랑이어야만 한다는 벨 훅스의 문장은 그래서 힘이 있었습니다. 사랑으로 부활하게 되는 평등과 평화,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하는 약속에 이르는 힘이다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 <벨 훅스 같이 읽기>는 ‘같이’에 방점이 찍히는 제안서이면서, 벨 훅스에게 바치는 팬심을 담은 연애편지이기도 합니다.
bell hooks, a beloved teahcer in the heart of all those who know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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