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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평점 :
“성선설이라는 그 이상한 이론 때문에 인간 사회에는 사람과 사람이 너무 가까운 거리에 갇혀 지내도록 하는 안일한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 제도로 행복도 생기지만,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비극도 생겨난다.”
- p.9
이 책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결론을 내지르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기도 했던 것, ‘인간은 잔혹한 면이 있는 존재이므로 조금 떨어져서 관계를 맺자.’입니다. ‘성악설’을 기본으로 인간사의 괴로움의 원흉 같은 그 관계의 늪을 통찰해내는 것이 그 시작부터 호감 백배입니다. 어릴 적 한문 수업시간에 처음으로 만난 사람 ‘인’(人) 이란 글자에 대한 설명은 언제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서 땔 수 없는 관계를 세뇌시키고 가족, 학교, 군대, 직장 등에서 강요된 관계지상주의는 그렇게 우리의 인생을 고민과 불행의 나락으로 여지없이 끌고 갔고 우리는 그렇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왜 그렇게나 관계개선에 집착하고 천착했어야 했나 싶어 뒤돌아 생각해보면 한없이 우습고 가소로웠던 시절이었지만, 그 순간들에서 살던 그 당시의 나는 그 숙제들이 세상의 전부인양 힘듦을 온통 끌어다 쌓고 또 쌓아갔었습니다.
“모든 일은 될 대로 될 거야. 나중 일은 몰라.”
- p.11
그렇게 모든 관계에 힘을 빼고 나에 집중하고 더 행복할 방법에 대한 고민 끝에 저자는 ‘현명한 개인주의로 인생을 구하는 36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공교롭게도 ‘36’이란 숫자는 저 유명한 서른 여섯가지의 병법 ‘삼십육계’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그 중 제일이라는 중행랑, 즉 도망치는 것이 이어서 떠올랐습니다. 관계가 지치고 힘들면 그 관계에서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는 저자의 의도를 숨겨둔 게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았습니다. 관계의 늪에서 허덕이나 빠져 죽느니, 차라리 도망쳐서 나라도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거라는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와 상통하니 전혀 엉뚱한 상상은 아니다 싶습니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각각 나 자신, 가족, 연인, 사회에 대한 전략들을 제시합니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들이 매 페이지마다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내가 언젠가 맞닥뜨렸던 바로 그 상황들이, 지인과의 고민 상담에서 들었던 바로 문제들이 너무나도 그대로 옮겨져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사람 사는 게 어디나 누구나 비슷비슷하구나 싶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바다에 눈이 내리네.”
- p.208
특히 ‘SNS를 멀리한다’ 부분은 공감이 컸습니다. ‘누가 뭘 했는지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라’는 저자의 권유는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하루에 SNS에 사용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몸과 맘이 이렇게나 멀리 떨어져있음을 다시금 통감합니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인사하고 나누는 초반의 전혀 어색하지 않은 대화의 내용은 각자의 SNS를 통해 봤던 생활의 면면들에 대한 기억과 소감, 그리고 조언을 나누는 것이었던 적이 제법 많았다 싶습니다. 그렇게 SNS를 제외하고 ‘바쁘다바뻐 현대사회’인들은 서로의 소식을 적극적으로 전하고 들을 방법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런 새로운 피드들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말라 합니다. ‘와, 가족들이랑 저 비싼 호텔에서 호캉스하면서 끝내주는 음식들과 와인을 마시네.’하며 부러워하거나 경쟁적으로 나의 현실의 밝은 면(?)을 과장해서 새로운 피드로 올리느라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그저 이렇게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합니다. “호캉스를 갔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밖에 장맛비가 억수같이 내리네.”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스스로 심리적으로 거리를 두되, 그렇게 나 스스로와 나의 주변을 향해 시선과 시간을 소모하는 것의 지혜로움을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나의 시간과 나의 재정이 있는 그곳에 내 인생의 관심이 있나니...
뻔하디 뻔한 결론이다 싶지만 언제나 우리는 그 뻔한 것을 제대로 못 하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6가지 저자의 방법론이 여러 경로를 거쳐서 ‘나의 행복’에 도착하기 까지 행복하게 노력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저자의 권유는 그래서 누구에게나 유효하고 유의미하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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