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세실 > 표정훈씨가 추천하는 만화 ^*^

번지는 학습만화 열풍… 어떻게 고를까

번지는 학습만화 열풍… 어떻게 고를까


이야기로서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는 초등학생이라면 만화 조선왕조실록(박시백 지음, 휴머니스트)을 손에서 놓기 힘들 것이다. 왕과 위인들 중심의 정치사에 가깝기에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들은 오히려 푹 빠져드는 눈치다. 조선 시대의 여러 사건과 인물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 보기도 했는데, 초보적이나마 역사에 대한 제 나름의 평가를 시도하는 셈이라 부모 입장에서 기특했다.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역사와 만나고 싶은 의욕적인 어린이에게는 이현세의 만화 한국사 바로 보기(녹색지팡이)가 제격이다. 까치, 엄지, 동탁, 두산 등 이현세 만화의 주요 캐릭터들이 우리 역사의 주요 현장을 탐험하는 형식이라서 자연스럽게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상 두 종의 역사 만화는 저학년과 고학년에게 두루 적합하다.



세계화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어린이들에게 세계의 사정과 지리는 필수 교양이다. 지도로 만나는 세계 친구들(김세원 글, 조경규 그림, 뜨인돌)은 12살 소년 또리가 세계의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각국의 지리, 문화, 산업, 환경, 역사 등을 배우는 형식으로 돼있다. 3학년 이상이면 적합할 듯하다.

▲ "책이 즐겁다는 경험이 중요"

교양이라고 하면 인문 교양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21세기는 과학 교양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데이터스모그, 배아 간세포, 나노 기술, 튜링 테스트. 웬만한 어른도 그 뜻을 잘 모르는 주제이자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 만화 21세기 키워드(이인식, 홍승우 지음, 애니북스)다.


첨단 과학에 대한 이해와 함께 과학의 발전 과정까지 살펴보면 더욱 좋다. 만화 과학은 흐른다(정혜용 글, 신영희 그림, 청년사)는 사회 및 문화 배경 속에서 과학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요령 있게 보여준다. 어린이용 과학사 도서라고 하면 과학적 발견에 얽힌 흥미로운 일화만 나열하는 게 대부분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수준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게 바로 이 책이다. 이상 두 종의 과학 만화는 대략 4학년 이상에게 적합하다.

어린이에게 예술이란 감상과 앎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활동 그 자체이기도 하다. 우선 감상과 앎의 대상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다카시나 슈지의 만화 서양미술사(다빈치)가 고학년에게 적합하다. 비교적 어려운 개념들이 적잖게 나오기 때문에 아이가 자꾸만 질문을 던진다. 공부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자.

활동 그 자체로서의 예술이라면, 명화가 왜 명화인지 설명하기보다는 명화에 덧칠도 해보고 맘대로 상상하게 해주는 선현경의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명화집(토토북)이 각별할 것이다. 유명 미술가와 작품에 대한 지식도 접하면서 스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돼있다.



▲ 학습만화에 대한 어린이들의 선호가 폭발적이다. 이때문에‘만화 유익성 논쟁’도 수그러졌다. 이왕 보는 만화, 좀더 좋은 것을 아이와 함께 골라보자. 인문교양서 집필과 번역을 하며, KBS ‘TV 책을 말하다’등 각종 매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출판평론가 표정훈(37)씨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 성준이(9)와 함께 직접 초등학생용 학습만화 10편을 골라봤다. 표씨는“학습만화에서 즉각적인 학습효과보다는, 즐겁게 책을 읽었다는 경험을 살려주라”면서도“아이들 눈높이를 너무 낮게 잡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도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선택의 어려움도 크다. 경제 생활편과 경제 지식편으로 나눠져 있는 단숨에 깨치는 경제상식(석혜원 글, 김연승 그림, 웅진닷컴)은 일종의 ‘생활 밀착형’ 경제 만화라고 할 수 있다. 할인 쿠폰에 담긴 경제 원리, 명절에 물가가 오르는 이유 등, 비근한 현실을 통해 경제 원리를 익힐 수 있다.

많은 초등학생들이 삼국지를 통해 중국 역사와 문화를 처음 접한다. 삼국지도 좋지만 좀 다른 길은 없을까? 중국에서 보물찾기(곰돌이 co. 글, 강경효 그림, 아이세움)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악당과 대결하며 중국 각지를 누비는 모험기 형식이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문화, 역사, 사회 현실 등을 접할 수 있다. 저학년에 적합할 듯.

현재 400여 종에 달하는 어린이 한자 학습 도서가 서점에 나와 있다. 그 많은 책에서 옥석을 가린다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만화로 즐기는 한자 오디세이(정춘수 글, 정철 그림, 부키)시리즈를 꼽고 싶다. 한자를 이루는 기본 형태의 의미를 충실히 이해하여 보다 많은 한자를 학습하도록 구성돼 있다. 고학년에게 적합할 듯하다.


표정훈씨 추천목록

●우리 역사
교과서와 함께 읽는 우리 고구려사(주니어김영사)


 

 

만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휴머니스트)


 

 

 

만화로 보는 조선왕조실록(들녘)

 

 

 


만화 한국사 이야기(삼성출판사)



 

 

●사회·생활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

 

 

 

인권교과서 뚝딱뚝딱 인권짓기(야간비행)

 

 

 

막스와 릴리(북키앙)


●과학
엄마 예전엔 바나나에도 씨가 있었대요(자음과 모음)


 

못 말리는 과학탐험대(사이언스북스)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아이세움)

 

 

 

과학학습만화 Why? 지구(예림당)



 

 

●한자
교육부 지정 상용한자 1800(관우)

 

 

 

 


 

 

 

 

마법 천자문(아울북)



 

 

 

 

 

 

●경제
만화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을파소)


 

 

 

초등학생이 꼭 배워야 할 어린이 경제(두산동아)

글=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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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히세요 - 같은 소재의 글자책을 함께

아이가 저러다가 계속 만화만 보면 어쩌지,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성준이도 만화에 푹 빠진 시기가 있었지만, 만화를 두 권 볼 때마다 문자 텍스트와 약간의 삽화로 이루어진 책 한 권을 읽기로 약속을 정하고 실천하게 했다. 예컨대 조선의 세종대왕에 관한 만화를 보고, 만화가 아닌 세종대왕 위인전을 읽는 것이다. 이럴 때 백과사전도 큰 도움이 된다.

문자 텍스트가 적고 그림이 많은 이야기책에서 문자 텍스트 위주의 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할 필요도 있다. 성준이는 유아용 이야기책에서 창작과비평사의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로 넘어갔는데, 책을 읽고 느낀 점을 한두 마디라도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 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

아이가 어느 특정 분야의 책만 읽는다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지만, 관심은 변하기 마련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한 분야에 푹 빠져 있을 때 격려해주고 그 분야의 책도 많이 사주는 게 좋다. 성준이는 옛날 이야기, 공룡, 로봇, 과학, 역사로 관심을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독서의 폭을 넓혀왔다.

지금은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사계절) 시리즈에 푹 빠져 있는데, 이 시리즈는 청소년용으로 분류돼 있다. 엄마가 먼저 읽고 대강의 줄거리와 흥미로운 부분을 이야기해 준 게 일종의 동기 유발이 된 모양이다. 이제는 엄마와 아빠에게 그 줄거리를 신나게 들려주려 한다. 역시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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