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짱꿀라 > 마음속에 담아 두고 싶은 구절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구판절판


1. "그래…… 고모가 많이 바빴어. 그래서 미안해. 변명하자면 난 네가 이제 그만 서른이 넘었으니…… 다 큰 줄 알았던 거지."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서늘해왔다. 고모가 내게 미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내가 미안했다. 서른이 넘도록 아직 다 크지도 못해서, 나는 미안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처럼 그런 표현들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같은 말들을. (p.38)-38쪽

2. "그래 시간이 지나면 늙어. 우리가 가진 것 중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죽지……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 우린 모두…… 죽어……. (p.38)-38쪽

3. "너한테는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도 되는 그 삼십 분이 그들에게는 이 지상에서 마지막 삼십 분이야. 그들은 오늘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런 오늘을, 그런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라구!…… 네가 그걸 알겠니?" (p.40)-40쪽

4. "죄인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니? 샅샅이 헤아린다면 자격이란 게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니? 나는 그냥 너와 함께 있었으면 한다. 가끔 보고 같이 빵도 먹고, 그냥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그거지만……." (p.48.)-48쪽

5. "저는 살아갈 희망도 의지도 없습니다. 그런 데 쓰실 힘이 있으면 가엾은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주십시오.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러니 그냥 이대로 죽는 것이 맞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p.48)




-48쪽

6. 하루를 살아도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거……(p. 50)-50쪽

7. "괜찮아, 첨엔 다 저래…… 저게 희망의 시작이야…… 자격 없다고 말하는 거, 그게 좋은 시작인 거야……."(p.53)
-53쪽

8. "이제 너도 그만 용서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p.69)
-69쪽

9. "우리 최고수들끼리 전에 모였을 때 그런 이야기했어요. 기도하자구요. 하느님께, 신부님 말고 차라리 죄 많은 우리를 먼저 데려가시라구 기도하자구. 그래서 우리, 신부님 나으실 때까지 점심 한 끼씩 안 먹기로 했어요. 희생 바치려구요. 신부님이 무슨 죄가 있으세요. 우릴 위해서 암 수술 받으신다는 말씀도 않고 그 전날까지 여기 와서 미사하신 거 알고 우린……." (p.77)

-77쪽

10. "수녀님 내가 나쁜 짓 하려구 그러는 거 아니에요. 시간이 더 가서 나라에서 그놈을 덜컥 죽여 버리기 전에 만나고 싶다구요. 이 늙은이가 배운 것도 없구, 아는 게 하나 없는데…… 가서 내가, 이놈아 네가 죽인 그 여자 에미다! 하고…… 그렇게 말하고는, 그놈을 용서해주고 싶어요……."(p.103 : 삼양동 할머니 말)

-103쪽

11. 조용히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희망은 그릇된 것에 대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 없이 기다려라.
왜냐하면 사랑도 그릇된 사랑에 대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p.103)
-103쪽

12. 엄마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별로 행복했던 기억이 없어…… 남들 못 가진 거 다 가졌고 남들 못 먹는 거 먹고 남들 못 입는 거 입고 살았는데, 엄마 난 근데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없어…… 하고 말하고 싶었다. (p.122)-122쪽

13. 웃으면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조차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정해야 했다.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p.123)

-123쪽

14. 위선은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p.158)

-158쪽

15. "가끔 너를 생각하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네가 위악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모는 네가 그럴까봐 그게 싫어. 가슴이 너무나 아파…… 착한 거, 그거 바보 같은 거 아니야,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거 무른 거 아니야, 남 때문에 우는 거, 자기가 잘못한 거 생각하면서 가슴 아픈 거, 그게 설사 감상이든 뭐든 그거 예쁘고 좋은 거야, 열심히 마음 주다가 상처 받는 거,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정말로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상처도 많이 받지만 극복도 잘하는 법이야. 고모가 너보다 많이 살면서 정말 깨달은 거는 그거야,"
(p.159~p.160)

-159~160쪽

16. 사람이란 게 대체 뭔지, 나는 알고 싶었고, 어디까지 악해지고 어디까지 선해질 수 있는지 혼란에 빠진 기분이었다. (p.189)-189쪽

17.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다. 감옥에서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할 뿐이라고. 두 평 공간, 거기에 건강한 남자 일고여덟 명이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앉아 있는 것이다. (p.194)

-194쪽

18. 하지만 끝은 없었다. 죽음도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즈음 나는 하고 있었다. 릴케 식으로 말하면 죽은 후에도 어쩐 자는 가끔 성장하는 것이다. (p.205)

-205쪽

19. 그 모든 어머니는 결국, 사랑의 다른 이름이리라. (p.220)
-220쪽

20. "첨엔…… 그냥 공무원 시험이나 볼 생각으로 들어온 곳이었는데…… 지금은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 와서 인간이 산다는 게 뭔지, 죽는다는 게 또 뭔지, 그런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p.242)-242쪽

21.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백 명이나 죽었더라구요. 잠이 안 왔어요. 하느님, 죄 많은 저를 데려가시지 왜 죄도 없는 그들을 데려가시는지…… 마음이 아팠어요. 그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모지와 추락한 비행기…… (p.245)

-245쪽

22. 왜냐하면 외삼촌이 슬픈 어조로 내게 충고했듯이 깨달으려면 아파야 하는데,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아프려면 바라봐야 하고, 느껴야 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이 바탕이 되는 진정한 삶은 연민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연민은 이해 없이 존재하지 않고, 이해는 관심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관심이다. ~~~~~~ 그러므로 모른다. 라는 말은 어쩌면 면죄의 말이 아니라, 사랑의 반대말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정의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연민의 반대말이기도 하고 이해의 반대말이기도 하며 인간들이 서로 가져야 할 모든 진정한 연대의식의 반대말이기도 한 것이다. (p.247~p.248)

-247~248쪽

23. "저도 생각했죠. 이왕 죽을 김에, 단풍처럼 아름답게 죽자고, 사람들이 보고 참 아름답다. 감탄하게 하자고," (p.260)

-260쪽

24. 신비롭게도 사람이 삶을 배우는 데 일생이 걸린다.
더더욱 신비롭게도 사람이 죽음을 배우는 데 또 일생이 걸린다. - 세네카 (p.269)-269쪽

25. 그래도 산다는 것, 죽을 것 같지만, 죽을 것 같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라고 되뇌는 것도 삶이라는 것을 , 마치, 더워 죽겠고 배고파 죽겠다는 것이 삶이듯이,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삶이듯이, 그것도 산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 그러므로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죽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바꾸어서 말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p.303)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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