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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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젠더 편향이 아픈 여성을 더 아프게 만든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의 저자 마야 뒤센베리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낙태에 따라붙는 낙인, 강간 문화, 남성성, 경제 정의, 대중문화 등)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저자 본인이 아프고 나서야 의료계의 성(젠더) 편견이 질병에 대한 지식을 어떻게 왜곡하고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게 되었다 한다.

뿌리 깊은 성 편견과 무지로 여성을 무시하고 오진하고 병들게 한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하는 책을 집필하게 되었으며, 이 책이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과학적 ․ 사회학적 연구, 의사와 연구자의 인터뷰, 미국 여성들의 개인사를 통합해서 의학계의 성차별이 오늘날 여성들에게 어떤 해악을 미치고 있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의료계가 여성의 질병과 몸에 상대적으로 얼마나 무지하며, 여성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신뢰하지 않음으로 인해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환자뿐 아니라 보건의료계 종사자 모두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의 원서 제목은 'Doing harm'은 'Do no harm(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라)'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명제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선입견으로 인식하는 것, 자신이 아는 지식 안에서 설명되지 않으며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의사의 오만이 환자에게 얼마나 해를 끼칠 수 있는지를 자각하게 하는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솔직히 여성이기에 의료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는 사항이지만 지금껏 병원을 다니며 불친절하다거나, 나의 증상에 귀 기울지 않는다거나, 차별 당하고 무시당한다는 걸 느끼지 못했기에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책에서는 처음부터 진료실에서 차별 당하고, 무시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성이라는 요소에 인종, 계급, 연령, 직업, 체중, 외모가 더해지고, 정상 가족에 속해 있어 자신을 함께 변론해줄 '남편'이 있는지, 과거에 정신 병력이 있는지 등이 더 결합되면서 진료실은 '차별과 억압이 작동하는 사회적 공간'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사례에 담긴 환자들의 상황을 보면서 '저게 가능해?', '저런 의사가, 저런 병원이 있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이게 사실이고 지금도 의료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쩌면 난 운이 좋았거나, 아직 심하게 아파보지 않았기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건 과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여성의 위치를 묻고 있는 부분이었다.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해온 의료계에서는 임상 연구 단계에서 여성이 배제되거나 과소평가되었고, 성별에 따른 분석이 거의 없었으며,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서는 연구 자금이나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대부분 남성 위주로 연구되었고, 더 놀라운 건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없다는 추정 아래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치료법을 적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여성에게 주로 생기거나 여성에게 더 흔한 질병, 여성에게서 남성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거나 원인 다른 질병, 여성의 경우 남성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치료 결과나 시술'에 대한 연구에 국립보건원의 예산 중 13.5%만이 지원되었다 한다.

이 목록에는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흔한 발병인 유방암, 부인과 암, 알츠하이머, 우울증, 골다공증, 자가면역질환까지 포함되어 있다. (P.48)

의료부분에서는 최고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상황이 이러하다니... 그러나 다행인 건 지난 수십 년 동안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질병 연구에 대한 지원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여성 건강'이라는 개념을 실제로 양지로 끌어낸 개인으로서의 여성, 집단으로서의 여성, 생의학 공동체나 의회의 권력 있는 여성 같은 지지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하고, 팽창하는 의료 시장에 우리 몸을 맡기기 전에 '과학'에게 더 많이 물어야 한다는 건 문제다.

여성 건강에 관한 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의사들 또한 더 많은 의료지식을 갖게 된다면, 병원을 찾는 여성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몸은 항상 아플 수 있고, 의사는 언제나 실수할 수 있으며, 과학이 사람의 몸에 얽힌 신비를 모두 밝힐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젠더가 그러한 실수의 요인이 되어서도, 미지의 지식으로 남겨져서도 안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고 치유하려는 의학적 탐구가 계속 진행되어, 여성의 고통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의학에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를 저자는 기대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지배해온 의료체계에는 여성 환자 진료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문제가 서로 맞물려 있다.

첫째, 지식의 간극이다.

보통 의사는 여성의 몸과 여성을 괴롭히는 건강 문제를 잘 모른다.

이 문제는 가장 기초적인 수준의 생의학 연구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임상 연구 전 단계에서부터 남성 세포와 수컷 동물을 압도적으로 실험 대상으로 삼고 연구가 계속되므로 여성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고, 성별에 따른 분석 자체가 거의 없으며,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질병에 대해서는 연구 자금이나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다.

둘째, 신뢰의 간극이다.

여성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말을 의사가 믿지 않는다.

수 세기 동안 서구의학은 설명하기 힘든 수많은 여성의 병적 증상을 히스테리라는 포괄적인 진단명에 쓸어 넣었다.

19세기 말 히스테리를 심리적 문제로 보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수많은 질병의 기저 원인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혈액검사와 신기술로 측정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은 모두 '마음'탓으로 돌렸다.

결국 용어는 바뀌었지만 용어가 나타내는 생각은 거의 바뀌지 않았고, 여성이 이런 심인성 질환에 잘 걸린다는 생각도 바뀌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여상의 증상은 '모두 머릿속에서 생긴' 증상이라는 고정관념이 의학 지식으로 굳어졌다.

지식의 부재일까, 신뢰의 부재일까?

지식의 간극과 신뢰의 간극은 너무나 긴밀하게 얽혀 있어서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없다.

의학은 여성의 몸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여성의 질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여성의 질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의학은 여성의 몸이나 건강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

P. 26~28


우리가 막연하게 '여자라서 내 말을 안 믿어주는구나'라고 가지고 있던 의심이 실제적인 차별로 존재했음을 광범위한 전문가 인터뷰와 설문조사, 연구들을 통해 증명해낸다.

여성 환자가 2/3인 알츠하이머 치매나 만성통증질환들은 정부 연구비나 재정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약물이나 의료기기는 여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효과가 나는지 정확히 모르며, 심장마비를 호소하는 환자 중 오진으로 집으로 돌려보내지는 환자는 여성이 남성의 7배에 이른다.

심한 월경통와 골반통을 일으키는 자궁내막증 질환은 생리통에 대한 경시 때문에 진단되기까지 평균 10~12년이 걸린다.

여성 건강 예산은 유방과 생식기 아니면 임신, 출산에만 집중된다.

P. 7

2001년 발표된 유명한 논문인 <고통에 울부짖는 소녀 - 통증 치료에서 여성을 향한 편견>에서 많은 논문들이 통증 치료에서 젠더의 격차를 보여준다고 했다.

연구 결과 여성이 통증에 더 민감하며 통증을 더 많이 호소함으로 이를 고려하여 '여성들이 최소한 남성만큼은 치료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의 통증에 대한 보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은 적절하다'라고 언급했다.

이런 편향성에 대해서 연구진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었는데, 결국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통증 호소에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통증은 본래 주관적이므로 의료진은 환자를 신뢰할 만한 보고자로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여성이 통증을 호소할 때는 '감정적'이거나 '심인성'에서 비롯한다고 편가 절하할 가능성이 커서 여성의 통증이 진짜가 아닌 것이 된다고 저자들은 말했다.

"이런 편견 때문에 의료진은 여성이 호소하는 통증을 최소한 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나올 때까지 평가 절하한다.

객관적인 증거를 중시하는 의학계와 이들의 여성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 교묘하게 결합하면서, 여성은 부적절한 통증 치료와 지속되는 고통이라는 더 큰 위험에 빠진다."

P. 138

사실 변명이 불가능한 과실은 더 빨리 희귀성 질병을 진단하지 못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극심한 통증이 있다는 매기의 말을 믿지 않고 그 후로도 매기의 통증이 실제로 판명되기 전까지 진짜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 데 있다.

증상이 시작되는 때와 '의학적으로 설명되는' 때 사이에는 항상 공백이 있다.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자, 어려운 직업을 수행하고 있는 의사가 즉각적으로 이 간극을 메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또 의학 지식은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불완전하며, 어쩌면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에 일단 환자를 믿어주고,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 실제라는 가정이 기본이 되며, 환자가 말하는 증상을 믿고, 만약 이것이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이라면 이를 설명할 의무는 의학이 맡아야 할 것이다.

여성에게는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너무 오랫동안 주어지지 않았다.

P. 152

"직접 진료해보니 다른 의사에게 섬유 근육통, 만성통증 증후군, 우울증, 불안장애 등으로 무시당해온 수많은 환자, 특히 여성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환자 중의 일부는 진단받은 질병을 앓고 있기도 했지만, 사실 자가면역질환도 함께 앓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불평 많은 환자로 무시당했다."라고 칸은 설명했다.

"어떤 정밀 검사도 없었다. 의사의 추적 관찰은 끝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 생체검사도, 혈액검사도 하지 않았다. 검사를 하더라도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검사를 하더라도 그 실험실의 검사 방법이 최선이 아니기도 했다."

P. 208

나는 인터뷰한 모든 여성들에게 의료진에게 오진 받고 무시당한 경험이 의료계를 보는 시선을 바꾸었는지 물었다.

대답은 항상 같았다. "지금은 의학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어요."

환자들은 이제 의료진들이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더 나쁜 상황은 의료진도 종종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인정하지 않을 때라고 말했다.

여성의 신회를 되찾는 것은 의료계의 몫이다.

이는 시행하기가 어렵고 시간도 오해 걸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 내일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도 있다.

바로 여성의 말을 듣는 일이다.

여성이 아프다고 말할 때, 여성을 믿어라.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수많은 지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P.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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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의 문화사 -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아리 투루넨.마르쿠스 파르타넨 지음, 이지윤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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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반짝인다고 해서 모두 금은 아니다."

'매너'라는 형식 뒤에 숨겨진 짧고 유쾌한 역사 이야기를 <매너의 문화사>를 통해 만나보았다.

이 책은 첫인사부터 굿나잇 키스까지, 소위 우리가 매너라고 부르는 행동 양식들이 상황에 맞춰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낯설지만 매력적이고, 익숙하지만 당혹스럽기도 해서 '매너'라는 긍정적인 행위로 평가받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때론 비양심적인 이야기들도 숨겨져 있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처음부터 까고자(?) 작정을 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유럽을 마치 '매사에 적절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클럽'처럼 여기는 고정관념에 흠집을 낼 것이다!" 선언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눈앞에 드러나는 형식의 이면을 파고들어 '도대체 훌륭한 매너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과연 훌륭한 매너라는 게 존재하는지, 그저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고안된 정신적 울타리에 불과한 건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유럽의 매너가 형성된 역사와 몇몇 엄격한 행동 규칙이 갖는 이른바 '미덕'이라는 것의 실체를 따져본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유럽인들의 행동 방식이 바뀌게 된 동기 중 잘 알려지지 않았던 면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들의 그러한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보장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또한, 오늘날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을 '디지털 중세 시대'라 칭하며,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자화자찬과 악플러들의 장황한 험담들은 중세의 통제되지 못한 행실이 가상세계라는 새집을 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사회의 발전은 새로운 행동 기준을 탄생시키고, 달라진 생활환경은 새로운 사회적 능력을 요구한다.

인간의 존재 자체는 바뀌지 않으며, 인간에게는 '본래의 특성'이란 없기에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지향하는 곳을 향하여 나아가려 한다.

우리의 행동도 본질에서는 사회적 기분을 이행하려는 노력의 일부인 것이다.

본질은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배려하려는 마음에 있으므로, 진정한 문명과 진정으로 문명화된 몸가짐은 규칙과 본보기를 규칙처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전한 오성 (五性)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하고, 결정한 바를 실천하는 사람이 문명인이다.

문명화된 대륙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은 계몽시대 유럽의 철학자다.

유럽은 정신세계의 발전을 선도하는 북극성으로 여겨지면, 세련된 문화로 세계의 다른 부분과 구별되었다.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기술하며, 유럽이 아니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모두 야만적이고 문명화되지 못하였으며 거칠다고 주장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유럽 이외의 지역이 야만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내는 징표가 바로 유럽과 같은 규격화된 상거래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계몽주의 철학자가 다른 민족을 차별하는 것이 딱히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예로부터 모든 인간 공동체는 다른 동물 혹은 자신의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다른 인간과 경계를 지으면서 살아왔다.

모든 사회가 규정하는 '인간'개념의 의미는, 잠재적으로나 노골적으로나 자신이 속한 무리의 일원에게 한정된다.

인간에게 외부인은 종류가 다른 인간이자 문명화되지 못한, 때로는 거칠고 야만적이기까지 한 대상이며, 이 모든 성질을 '매너가 없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인간답다'라는 말은, 곧 적절하게 처신한다는 뜻이며 상황에 맞는 몸짓으로 정해진 때에 정해진 말을 한다는 의미다.

p. 16~17

1530년 네덜란드의 인문학자인 에라스무스 폰 로테르담이 예법서 <어린이들을 위한 예절 핸드북>은 예절이란 장르를 다룬 책으로는 최초이자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책이라 한다.

원래는 어린 왕족을 교육하기 위한 교본으로 이 얇은 교본을 썼다고 하는데, 몇 년 사이에 유럽 전역의 학교가 사내아이들을 교육하는 교본으로 삼았다고 한다.

오늘날 '훌륭한 매너'라고 여겨지는 거의 대부분의 행동은 에라스무스 시대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오면서 계속 발전해오고 있단다.

'훌륭한 매너'는 애초에 귀족 계급이 자신들을 일반 민중과 구별하기 위한 도구로 개발한 것이었는데, 에라스무스는 "평범하거나 천박한 신분을 운명으로 태어난 자들은 예의범절을 갖추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그들의 복 없음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예법서의 교습 대상을 특정 계급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한다.

'예의범절과 인사법'은 위험 사회에서 폭력성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책이었다.

계층 간의 경계가 엄격했던 시절에는 '정확한' 인사법을 배우는 일이 엄청난 골칫거리였으니 인사예절을 '사회적 코르셋'에 비유하기도 했다.

모자 인사법, 악수 인사법, 키스 인사법, 포옹 인사법과 서로를 칭찬하고 친절을 베푸는 짜 맞춰진 인사치레까지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많은 부분이 간소화되고 형식적인 인사 정도로만 남아있기도 한다.

적절한 인사로 첫 만남을 성공적으로 이끌길 원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법서의 충고를 충실히 따른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 방식이 지닌 역사적 배경을 알게 된다면 사랑스러운 행동으로만 여겼던 인사가 다르게 보인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오른쪽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는데, 이 습관의 원래 주인은 로마 군인들이다.

그들은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었다.

악수도 근본은 같다.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서 손에 칼이나 비슷한 무기를 숨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악수가 인사법의 기능을 갖게 된 것은 19세기 유럽에서부터다.

이전까지는 오랫동안 우호관계를 확인하는 상징적 제스처로 활용됐다.

싸움이나 협상이 중재됐다는 의미로 악수를 한 것이다.

모자를 벗어드는 인사법은 중세 기사들의 풍습에서부터 비롯됐는데, 그들은 군주나 친구들 앞에서 적대적 의도가 없을 보여주기 위해 투구를 벗어들었다.

기사들에게 맨머리를 드러낸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다는 뜻이었다.

모자를 드는 인사법은 역병이 창궐했던 이전 몇 세기 동안 더욱 사랑받았다.

사람들은 병을 옮기기 쉬운 볼 키스나 손 키스 대신 모자를 벗었다.

모자 인사는 다른 인사법과 비교할 때 확실히 위생적인 인사법이었다.

p. 47~48

중세에는 음주가 영적 생활에 속하기도 해 당시 수도원에는 술타령이 넘쳐났고, 프랑스 수도원에서는 매년 100일 이상 '술통 축제'가 열리기도 했는데 알코올음료가 이토록 사랑받은 데에는 깨끗한 식수가 부족했던 상황도 한몫했으며, 맥주는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되기도 했단다.

만취는 오랫동안 유럽의 도시 거주자와 군인이 가장 선호하는 오락이었지만 대중적인 알코올 소비의 시대가 열리자 상류층은 과도한 음주를 비난하며 음주 습관을 바꾸었다.

교양 있는 시민은 적정량을 지키고 친밀한 사람들끼리 마시는 걸 선호했으며 귀족과 시민들은 아예 다른 기호식품을 선택함으로써 일반 대중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했는데 프랑스와 영국의 상류층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말 무렵부터는 '알코올중독'이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하는데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빨간 얼굴의 애주가가 음산하고 공격적이고 범죄를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로 인식이 변화한다.

노동자 계급의 음주 형태가가 이런 인식 변화에 한몫하게 되는데 독주 한 잔에 고단한 삶의 걱정을 잊는 습관을 노동자의 전유물인 양 고착시켜 버렸고, 노동자의 음주 습관에 알코올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붙임으로써 프롤레타리아 계습 전체의 도덕성 상실을 문제 삼기도 했다.

'영국 신사'는 주점에 모습을 나타낼 수 없게 되었는데, 주점이 노동자 계습이나 드나드는 장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란다.

예절이란 게 막 생겨나기 시작한 그 시절부터 '훌륭한 식사예절'은 유행하게 된다.

귀족을 겨냥해 쓰인 예법서들은 부를 나눠 갖게 된 시민계층이나 관료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일반 대중과 차별화해 자존심을 지키려 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방도로 궁중 예법을 따라 했다고 한다.

식기 도구 중 몇 가지는 중세부터 궁정 식탁에 올랐는데, 마치 식사예절과 같은 기능을 발휘했으니, 사용자의 신분을 돋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숟가락, 포크, 칼이 식기 도구로 널리 쓰이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럽 내에서의 차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유럽과 중국의 차이인데, 중국에서 칼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식탁 위에서 사라졌으며 음식은 주방에서 나뉘고 썰리고 요리되었으며 사람들은 젓가락만 들고 식사를 했다.

유럽인이 식사하는 광경을 본 중국인들은 '검을 들고 밥을 먹는 야만인'으로 여겼다고 한다.

17세기 프랑스의 궁정 문화는 극단적이라 할 만큼 까다로운 식사예절을 탄생시켰는데, 오늘날에도 식사예절은 사회적 차별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

궁궁 에티켓을 연상시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허기를 면하는 데 있지 않다.

스타일과 매너가 중요하고 웨이터와 손님의 행동은 정해진 양식에 철저히 따르며 제스처와 몸가짐, 식기의 활용과 자리 배치 등이 엄격하지만 우아하게 통제된다.

'품위 있는' 행동을 규정하는 이 모든 코드들이 어우러진 한 번의 식사는 현실 속 일상이 아니라 규격화된 행사가 된다.

'자연 욕구와 분비물'편을 읽는 동안은 찜찜함과 역겨움을 느낄 정도였다.

중세와 근대의 일반인들은 배뇨, 배변, 배설 등의 자연 욕구가 오면 그 자리에서 용변을 해결해버렸는데 변기나 보조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길에다가 노폐물을 버리거나 공공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런던 브릿지 인근 838가구가 하나의 공동화장실을 사용했으므로 대부분 템스강에서 용무를 해결했다고 한다.

중세 귀족들의 성에는 변소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처음부터 사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화려한 화장실을 자랑거리로 삼아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했단다.

루이 14세 시절 베르사유에는 이런 변소가 모두 264개나 있었다니 변기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면류관 역할을 한 셈이다.

중세 전성기에 목욕과 세안은 목욕을 하는 동안 마음의 때가 벗겨지고, 죄가 씻겨 나간다고 믿어 양심의 정화와 동일한 선상에 있었다.

중세 도시에는 공중목욕탕과 사우나가 있었는데, 이런 시설들이 부분적으로 매춘에 사용되다 보니 14세기 들어 가톨릭교회는 '죄악의 심장부'란 이유로 공중목욕탕을 폐쇄하기 시작한다.

이로부터 2백 년간 유럽에는 사회 최상류층도 개인의 청결에 큰 의미를 주지 않는 시대가 열렸다.

손과 얼굴만 매일 씻으며 그만이라 생각했으며 머리에 이가 득실거려도 씻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다.

의복이나 향수, 향수가 뿌려진 가발 등을 활용하면서 씻어야 할 이유는 더 줄어들었다 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한 달에 한 번 목욕했고, 루이 14세의 침대에서는 벼룩이 발견될 정도였지만 불쾌한 냄새는 향수로 가리고, 얼룩은 파우더로 덮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처럼 씻는 행위는 오랫동안 위생 관념보다는 도덕관념과 연결된 주제였다.

중부 유럽 사람들이 '핀란드 사우나'란 단어에서 아직도 유곽의 붉은 등을 떠올리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옛날에는 다른 사람 사람 앞에서 운다고 해서 난처할 게 없었으며, 울 수 있는 능력은 연민과 품위의 증거였고, 지체가 높은 사람일수록 감정이 풍부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눈물이야말로 엘리트 계층이 '감정적일 수 있는 특권'을 눈에 보이게 드러낼 수 있는 도구였다.

하지만 '이성의 시대'라고 불렸던 계몽기가 도래하면서 과도한 감수성을 자제하라 가르쳤고 눈물을 억제하라고 가르쳤다.

19세기 교육 방침에서는 성별 간 엄격한 차별이 강조되었는데, 여자는 부드러움, 순수함, 덕스러움, 강한 모성애의 상징이었고, 남자는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했으며 남성성, 활동성, 명예, 강인함 등을 갖추어야 할 품성의 우선순위에 놓았다.

19세기 말에는 감정 표현을 신경 질환의 일부로 보는 시간이 생겨나게 되면서 눈물은 의학적, 심리학적 현상으로 해석되었고, '과도한' 감정 표현은 부자연스러운 히스테리적인 상태로 분류했다.

옛날에는 동물이나 정상인의 기준에 미달하는 사람, 다른 사회계층, 다른 종교의 신도 등 절대 자신과 동일시할 수 없는 대상을 웃음의 원천으로 삼았다.

프랑스 혁명 당시 사람들은 귀족 관료들의 사형 장면을 보며 웃었고, 18, 19세가 영국 사람들은 거인이나 난쟁이를 웃음거리로 삼았다.

19세기 영국 시장에는 아프리카인들을 전시하기도 했으며, 이 '검은 미개인'들은 시장 내 중앙광장으로 끌려와 날고기를 뜯어먹고 전사의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

남의 고통을 보면 느끼는 기쁨과 궁정 광대의 전통은 서커스랑 제도를 통해 민중을 위한 오락으로 살아남았다.

오늘날이라고 다르지 않다.

수많은 형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멀쩡한 사람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하는 일상을 보여주며 웃음거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격성'과 '성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들의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인간의 행동들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중세에 모욕이란 말 그대로 상생 결단의 문제였기에 사회계층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명예를 훼손당하면 곧장 칼로 손을 뻗었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으며, 누구보다 귀족들에게 폭력은 삶의 즐거움이었다.

중세 귀족의 행실은 폭력에 물들어 있었으며, 극기와 자제를 훈련받은 성직자들도 이런 성향을 완벽히 지우지 못했을 정도였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소풍 삼아 사형을 구경하러 갔는데, 사람들은 희생자의 비명과 저주에 마음이 사로잡혔고 대리만족을 느꼈으며 관중들 간에도 폭력이 횡행했다고 한다.

현대적 인권 해석의 틀에서 보면 타인의 고통에서 기쁨을 찾는 태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며 사회적으로 통제되어야 할 행위다.

오늘날 사람들은 교수형이나 능지처참, 고문 등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진 않지만, 그렇다고 폭력이 행사되는 장면을 보고 싶어 하는 본능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액션 영화, 복싱, 프로레슬링 등의 공격적인 스포츠를 통해 서로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줄기차게 행사하는 모습을 관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문화 속 가상의 폭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에서 폭력은 빠질 수 없는 요소라 하겠다.

중세 사회에서 여자들은 기사들을 위해 준비된 상이었다.

기사들은 결혼을 통해 성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다.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결혼과 관련된 풍습은 결혼을 하나의 거래로 생각했던 의도를 드러낸다.

딸을 사위에게 '넘겨주고', 장인으로부터 아내를 '넘겨받는'것은 중세의 유물이다.

당시에 결혼이란 딸을 다른 남자의 소유물로 이전하는 절차였다.

19세기 사람들은 '욕망'을 말하고, 요즘 사람들은 '관계'를 말한다.

성을 말할 때 사용되는 표현의 변화는 오늘날의 성이 본능적이고 충동적인 삶의 영역보다는 사회적 영역에 속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명화된 인간은 보편적인 관념에 따라 욕망과 사랑의 대상 혹은 증오의 대상에게 즉흥적으로 손을 대지 않는다.

에로티시즘과 관련된 산업에서 모든 것이 물리적 요소 없이 시각적으로만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의 시각적 환경은 갈수록 더 많은 성적 자극을 제공하지만, 그렇다고 이 자극이 충동적인 성행위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사회적 행동에 대한 기준과 풍속이 행위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매너와 사회적 문명화가 인간의 본능적 행동을 제한하는 정신적 울타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마지막 디지털 중세 시대를 통해 저자는 오늘날 인터넷 세계의 예절 지도서인 '네티켓'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전 세계를 하나의 마을로 바꾸었으며,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문명화에 미친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공격적 행위들을 제어하는데 성공하지는 못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자화자찬과 악플러들의 장황한 험담을 보고 있자면 중세의 통제되지 못한 행실이 가상세계라는 새집을 구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한다.

직접 사람과 마주치고 소통하는 기회가 사라지면, 정중하게 행동하는 법과 공격적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덜 민감하게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이 소통하고 있는 상대의 성격을 자기 마음대로 정의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상대의 성격보다는 자신의 바람, 욕망, 희망 등이 중요하게 반영되게 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판타지는 새로운 사회적 현실을 구축하게 되고, 새로운 정체성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전쟁터가 된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으니 소통하다가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

인터넷에선 아무런 제한 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으며, 상대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여차하면 컴퓨터를 꺼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시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져 결국 말라죽고 말았다.

오늘날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사람들은 새로운 자화상이 구축하고 있다.

SNS가 나르시시스트적인 행동을 부추긴다는 조사와 연구결과가 넘쳐나는데 문제는 그들 자신의 미화된 자화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착취하여는 욕망도 도드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가상세계 안에서 더 이상 감정 표현을 통제하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디지털 중세기'가 열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새로운 공격성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비록 말에 지나지 않은 칼이란 무기로 대화 상대를 내리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디지털 중세기'에서는 맞대응과 비아냥거림, 공경과 연민의 상실이 일상화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위대한 역사철학가인 헤겔은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새벽녘에 날개를 펼친다"라는 말을 남겼다.

고대 사람들은 부엉이가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를 동행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인터넷 세계 속 시간에서 부엉이는 어디에 있는가.

짐작건대, 둥지에 앉아 두 눈을 꼭 감고 있을 것이다.

P.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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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최혜미 지음 / 푸른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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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딘가 불편하지만 말할 곳 없는 모든 여성을 위한 한의사 최혜미의 내 몸 돌봄 수업!

저자는 다음 카카오 브런치에 <요즘 여자 건강백서 : 달과 궁 프로젝트>를 연재래 누적 조회 수 300만을 넘기며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는 연재된 글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조회하고 공유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한다.

현재 달과 궁 한의원 원장으로 진료 중이며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진료와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단다.


학창시절부터 시작되었던 월경통은 대학을 가고,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결혼하고 출산하며 없어진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신빙성 제로에 가깝지만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해준 말이었지만 역시나 결혼 후 출산을 두 번이나 해도 월경통은 날 떠나가지 않았다.

거기에 한 다리 더 걸쳐 고통을 가중시키는 월경전증후군은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더 심하게 느껴지고 체력이 떨어질 때면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진통제도 그때뿐, 한약도 그때뿐, 그리고 매달 반복되는 월경통은 한 달에 한 번씩 가족들도 긴장 타게 하는 '예민 보스'로 만들어버렸다.

간혹 "월경통이 뭔가요?" 세상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이를 만날 때면 "너! 정말 복받은 줄 알아라!" 부럽기도 했지만, 너무 심한 월경통으로 쓰러지거나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래도 이 정도면... 그래... 참을만한 거야..."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었다.

40대에 접어들고 보니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는데 이젠 그냥 참고 살아냐 하나 싶다가도 이런 월경통마저도 닮는 건지 아파하는 딸을 보니 그냥 참고 무시하고 넘어갈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은 몸이 우리에게 걸어오는 말이라고 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증상을 없을 터, 내 몸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증상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어떤 증상 때문에 괴로운데 원인을 몰라 고민이거나, 이제라도 내 몸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싶다면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와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먼저 호르몬과 주기에 지배당하는 여자 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자는 이것을 '달(주기)과 궁(자궁) 프로젝트라'라 부르고자 한다.

여자의 생애 주기를 통틀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이런 사소한 불편함을 무시하지 말고 한 번 더 돌아보라 말한다.

어떤 것은 질환(자궁근종, 월경전증후군)이고, 어떤 것은 단순한 증상의 일부(부종, 수족냉증)이며, 어떤 것은 여자로 살면서 한 번쯤 겪을지도 모르는 이벤트(자궁 절제, 임신, 출산)이기도 하다.

삶의 질은 무시무시한 질병보다 일상에 파고든 흔한 질환과 증상으로 더 쉽게 손상된다고 했다.

여자가 자기 몸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될 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기 때문임을 잊지 말고 내 몸을 더더욱 사랑하자!


"여자는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봄직한 말이다.

<동의보감>에서 노화를 "혈血이 쇠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을 생동하게 하는 것이 '기'와 '혈'인데, 왜 '기가 다하는 것'이 아니라 '혈이 쇠하는 것'을 노화라고 정의하냐면, 한의학에서 혈이란 생이학상의 혈액만 의미하지 않고 혈액을 비롯해 혈액이 운반하는 산소, 혈액이 분비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역할, 혈액에 들어있는 백혈구와 면역세포의 면역 작용 들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 모든 것이 줄어들고 말라갈 때가 노화 진행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장기의 세포 기능을 정상화하는 가장 빠른 길은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것이고,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며, 몸을 따뜻하게 유지함으로써 순환을 촉진해 호르몬 신호를 잘 전달하고 자궁과 난소가 제 기능을 다하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월경통과 월경전증후군은 각각 다른 것으로 월경통은 월경 시작과 함께 1~2일 내 나타나거나 지속되는 통증이며, 월경전증후군은 월경 시작 3~11일 전부터 나타는 증상인엔 월경 시작과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둘 다 원인이 불확실하기도 하지만 월경통의 경우 자궁질환과 관련이 있는 경우도 있고, 월경전증후군은 최근 호르몬과 그 영향을 받는 신경전달물질의 상관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월경전증후군의 경우 그 증상이 워낙 다양해 개별 증상만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에서는 월경전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과 함께 생활습관교정법도 알려주고 있으며 치료에 좋은 한약도 소개한다.

한약은 개개인의 체질, 체력, 증상에 따라 처방이 나뉘므로 자신에게 맞는 처방을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월경은 필연이다.

귀찮고 싫어도 안고 가야 하는 숙명이다.

월경과 30년 정도 부대끼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오랜 시간 알아온 지기 같아진다.

월경의 불규칙한 리듬은 건강의 적신호지만 특히 난소 노화가 일어나는 시기에 무월경이 이어질 경우 조기완경 걱정으로 대다수 여성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 이별은 그 후폭풍도 거세기 마련, 안면홍조, 정신장애, 수면장애 등 완경 때 겪는 갱년기 증상들이 조기완경 땐 강도가 훨씬 더 세다고 한다.

난소 기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적 요인만큼 후천적 요인도 크게 관련되어 있는데, 심한 스트레스와 일로 인해 흐트러진 생활 리듬, 영양 불균형, 반복된 다이어트와 비만 사이에서 깨져버린 체지방 균형 등 매우 다양하다.

월경 불순, 무월경 등은 몸이 보내는 강력한 구조 요청 신호임을 명심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


남들보다 유난히 손발이 차가웠던 난 항상 추위에 덜덜 떨었던 것 같다.

물론 과할 정도로 겹쳐 입고 둘러메고 싸매고 있어도 어쩜 그리도 추운지 겨울이면 겨울잠 자는 곰처럼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 했다.

여자의 차가운 손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손과 발이 '항온'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몸의 말단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으로, 보이지 않는 몸의 다른 곳에도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몸은 기막히게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기계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자비 없는 우선순위가 존재하게 된다.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면 우선순위가 낮은 것(=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제외해 버리는데 피부의 윤기나 머리카락, 손발톱 등이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을 때 탈모가 오거나, 위중한 병에 걸린 사람이 혈색이 어둡고 피부가 푸석해지는 것이다.

손과 발의 경우도 우선순위가 낮고, 혈액을 펌핑하는 심장에서 가장 멀리 있어 언제나 불리한 편이다 보니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면 수족냉증이 온다.

그런데 자궁과 난소 또한 매우 중요하지만 생존에 있어서는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몸이 극도로 힘들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면서 월경불순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 손발이 찬 사람들 중에는 아랫배가 찬 사람이 많은데, 아랫배가 차면 월경통, 자궁근종, 부정출혈 등 자궁과 관련된 문제가 일어날 빈도가 높다.

아랫배(단전)은 인체의 혈과 양기가 모이는 곳이다.

월경통이 심할 때면 핫팩을 아랫배(단전)에 대고만 있어도 통증이 완화됨을 느낄 수 있다.

몸에서 가장 따뜻한 온기가 모여 있어야 할 아랫배가 차갑게 식으니 하복부에 냉기가 쌓여 자궁과 난소가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냉증이 지금은 월경통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자궁냉증으로 자리 잡으면 자궁 순환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게 된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될 일이다.

냉증이 심할 경우는 심장 펌프 기능 저하, 월경 출혈로 인한 혈액량 부족, 말초혈관 운동성 저하가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혈액순환을 단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으로 유산소운동, 근력운동이 모두 포함된다.

운동을 함으로써 순환 주체인 심장 출력을 높여주고 근육의 산소 요구량을 높여 혈액을 인체 말단까지 속속들이 공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 체온보다 1도 이상 올라가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반신욕과 족욕을 적극 추천한다.


여성 호르몬이 줄고 있는 갱년기의 여성에게 체중과 체지방이란 여성 호르몬이 완성하던 시절과 똑같이 먹으면 찌고, 열심히 관리하면 겨우 유지되고, 죽어라 관리하고 운동해야 아주 조금 빠질까 말까 하는 것이다.

먹어서 찐 게 아닌 살은 당연히 먹지 않아도 빠지지 않는다.

운동 부족으로 쌓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을 해도 쉽게 줄어들지 않으며 단순한 음식 섭취 제한이나 운동량 증가만으로는 부족하다.

호르몬 분비가 무제하면 분비된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도록 순환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혈액순환 관리로 호르몬 작용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몸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부종이 발생하지 않도록 림프순환을 원활히 관리해 부종을 해소해야 하는데 마사지나 스트레칭 운동 등이 도움이 된다.

장에 숙변이 남아 있으면 체중에 영향을 주고 몸에 독소가 쌓여 순환을 더 방해하므로 변비 예방을 위해 식습관을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비만의 연결고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서 찾을 수 있으므로 충분한 수면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좋다.

잠은 가장 좋은 피로회복제다.


2015년 <SBS 스페셜> '병원의 고백 1부 : 너무나 친절한 의사들' 편에서는 사소한 이유로 자궁 절제를 감행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자궁은 없어도 그만인 쓸모없는 기관이니 절제해버리자는 권유를 많이 한다거나, 혹 열 개를 떼는 건 수술이 오래 걸리니 자궁 하나 뚝딱 잘라버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충격적인 고백이 담겨있다.

그들은 단지 월경통이 심하다는 이유로 또는 자궁근종 개수가 많다는 이유로 자궁 절제를 가볍게 권한다는 것이다.

뉴욕 세인트빈센트 병원의 스탠리 웨스트 박사는 <자궁 절제의 속임수>라는 책을 통해 암이 아님에도 자궁 절제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 자궁 절제를 시행하는 의사들이 저지르는 4가지의 오류를 말했다.

1. 의사의 의학적 자기만족.

2. 자궁 절제가 여성의 몸과 정신에 미칠 영향을 간화한 것.

3. 여전히 만연해 있는 의학적 성차별.

4. 의사와 환자 간의 의사소통 부족. (자궁 절제 후 가장 큰 후유증인 심리적 상실감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가 부족함)

자궁 절제는 단순히 자궁만을 절제하는 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절제 후 일어나는 몸의 변화와 심리적인 변화까지 모두 고려하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0대 후반에 접어들어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양이 줄어들면 문득 불안감에 휩싸인다.

평생 지긋지긋했으나 막상 떠나보내려니 아쉬운 월경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매달 거대한 파도처럼 몰려오던 호르몬의 지배가 사라진 뒤 몸은 갑작스러운 평화에 곧장 적응하지 못한다.

완경에 이르면 이유도 맥락도 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에 땀이 난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수시로 우울하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피부는 건조하고 탄력을 잃는다.

멀쩡하던 관절과 근육에 통증이 생기며 뼈가 점차 약해져 심한 경우 골다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모든 증상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여자 몸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중에서도 가입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초경과 완경은 초대형 이벤트에 속한다.

완경을 거치면 비로소 여자는 더 이상 임시하지 않아도 된다.

여자로서 생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나'라는 주체는 변함없이 건재하다.

완경기에 겪는 몸의 변화는 단지 그뿐, 한때 지긋지긋했지만 떠나보내기는 왠지 아쉬운, 그 정도가 딱 적당한 헤어짐으로 담담하게 손을 흔들어주고 싶다.


저자는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를 통해 '기본'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건강 비법이라 말한다.

잘 먹고 잘 소화시키고 잘 배변하며 푹 잘 자는 것이 최고의 건강비법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자의 몸이 일생 동안 겪을 수 있는 불편을 다루었는데 다음에는 여자가 받는 스트레스와 마음의 불편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 환자들과 만나다 보니 생각보다 자신의 몸에 무관심해서 놀라웠는데, 실체가 있는 몸에 대해서도 이렇게 무심한데 보이지 않는 마음의 피로와 불편은 얼마나 더 외면할까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다.

여성들이여, 이 책의 제목처럼 "내 몸부터 챙깁시다."

다음에 출간될 저자의 책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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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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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당신이 믿어온 '일 잘하는 법'은 다 거짓말이다!"


사람들은 피드백을 갈망한다...

조직 문화는 성공의 열쇠다...

전략기획은 지극히 중요하다...

당신은 역량을 평가받고 약점을 고쳐야 한다..

사람들은 워라밸을 중시한다...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날 직장 생활의 기본이자 진실이라고 생각해온 이 모든 것이 실은 전부 거짓이라면?!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의 공동 저자인 마커스 버킹엄과 애슐리 구달은 매일 출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엄청난 거짓말과 왜곡되고 잘못된 가정과 오류를 통자와 분석을 통해 낱낱이 까발린 후 일의 본질에 다가간다.

그리고 거짓, 왜곡, 오류, 허풍을 걷어내고 일의 본질을 공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한다.

이런 9가지의 거짓말이 직장 내에 굳게 자리 잡은 이유는 그것이 통제를 원하는 조직의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조직일수록 매우 복잡한 곳이라 리더는 본능적으로 단순함과 질서를 추구하는데, 그 단순함과 질서는 조직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비치게 되며 리더와 주주를 쉽게 설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그런 단순함을 향한 욕구는 서서히 순응 욕구로 바뀌게 되면서 오래지 않아 이런 순응은 개성 말살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개개인의 특별한 재능과 관심사는 귀찮은 것으로 여기게 되고, 조직은 구성원을 본질적으로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만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구성원들은 획일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계획을 충실히 따르고, 위에서 지시한 목표와 일관성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가고자 한다.

조직에서 원하는 다재다능한 특성을 갖춰야 하고, 그렇게 될 때까지 꾸준히 피드백 받으며, 미리 정해놓은 리더십, 성과, 잠재력 모델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이렇듯 우리가 당연히 진실이라고 여겼던 생각들이었고 조직의 생활이었는데 왜 그토록 인기가 없고, 왜 그렇게 깊은 불만을 안겨주는 걸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에 관련된 거짓말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힘, 우리가 삶에서 활용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힘은 바로, 개개인의 개성에 담긴 힘이라 말한다.

인간 본성의 힘은 개개인의 본성이 유일무이하다는 데 있으며, 이것은 오류가 아닌 특색임을 알고 본인 고유의 특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라 말한다.

이 책은 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박살 내주는 혁명 같은 책이자 일의 교과서라고 저자는 확신하며, 현실 조직에 몸담고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일과 사람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일에 관한 9가지의 거짓말'과 함께 그에 반하는 '일에 관한 9가지의 진실' 또한 함께 밝히고 있다.

첫 번째 거짓말 :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 (그곳은 실제로 일이 일어나는 곳이다)

두 번째 거짓말 :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다. (계획을 세우기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세 번째 거짓말 : 최고의 기업은 위에서 아래로 목표를 전달한다. (사람들은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네 번째 거짓말 : 최고의 인재는 다재다능한 사람, 특출한 사람이다. (독특함은 오류가 아닌 특성이다.)

다섯 번째 거짓말 : 사람들은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즉, 관심받기를 원한다. (누구나 최선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여섯 번째 거짓말 : 사람들은 자기 경험을 정확히 평가하고, 타인을 정확히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 (그것이 우리가 지닌 전부다.)

일곱 번째 거짓말 : 사람들에게는 잠재력과 추진력이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

여덟 번째 거짓말 : 일과 생활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일의 진짜 목적이다.)

아홉 번째 거짓말 : 리더십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특출한 사람을 따른다. (특출함은 우리에게 확신을 준다.)


1장~3장에서는 문화, 기획, 목표를 그토록 단호하게 부과하는 이유에 의문을 던지고 우리 모두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4장~7장에서는 인간 본성의 특정 측면을 다룬 뒤 개개인이 그토록 확연히 다른 상황에서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밝히며, 8장에서는 왜 '균형'이 우리의 이상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의심해보며 전혀 다른 목표를 제시하고, 9장에서는 리더십과 관련된 모든 것에 느끼게 되는 경외심을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의 비전에 매달리거나 열정을 쏟을 때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준다.



사람들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로' 어떠냐고 물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들이 태양 전지판이나 카페테리아가 아닌 진짜 회사 일을 궁금해한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다.

당신은 진지한 자세로 일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관리자가 편파적인지, 분쟁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정규 회의를 끝낸 후 진짜 회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승진하는지, 팀들 사이에 텃세가 있는지, 고위 간부와 다른 사람들 사이의 권력거리(부하와 상사를 격리하는 감정적 거리-옮긴이)가 얼마나 먼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 중 어떤 것이 더 빨리 퍼지는지,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지, 성과와 사내정치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하는지 이야기할 것이다.

즉,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명한다.

P. 33~34


우리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가장 신경 쓴다면 어떤 팀에서 하는 경험과 어떤 회사에 머물기로 한 선택 사이에 연관이 없어야 한다.

팀보다 회사 우선이 아닌가.

한데 분석할 때마다 팀 관련 항목에서 점수가 낮은 경우 팀원들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일하지 않기로 결정할 때 그 '어떤 곳'은 회사가 아니라 팀이다.

나쁜 회사의 좋은 팀에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버티지만 좋은 회사의 나쁜 팀에 있으면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입사할 무렵에는 회사에 신경 쓸지도 모르지만 일할 때는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어떤 팀에 있는지 신경 쓴다.

P. 44~45


당신이 입사를 원하는 곳이 있다면 그 회사 문화가 훌륭한지 묻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어떤 사람도 그 점에 실질적인 답을 줄 수 없다.

대신 회사가 훌륭한 팀을 구축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야 한다.

P. 54


'팀 내에서 내 주위 사람들은 나와 가치관이 같다'와 '동료 팀원들은 내 편이다.' 항목의 팀 점수가 낮으면 팀원들이 서로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거나 서로를 지원하여 하지 않는다.

팀 내에서 이해를 형성할 기회를 자주 만들수록 당신은 더 많은 정보를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고, 많은 정보를 교류할 경우 더 큰 신뢰를 얻는다.

'비밀'은 절대 신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P. 79


리더인 당신은 직원들이 판단, 선택, 통찰, 창조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당신이 현재 택하는 방법은 그리 적절치 않다.

당신은 계획 시스템에 정보를 가둬두고 목표 설정 시스템 내에서 지시를 전달한다.

그보다는 정보 시스템으로 정보를 드러내고 가치와 의식적인 절차, 스토리로 표현해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직원들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당신이 어느 고지를 탈환하여 하는지 알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들이 스스로 기여할 방법을 알아내리라고 믿어야 한다.

그들은 분명 목표를 위로부터 전달받는 계획 시스템에서 내리는 결정보다 더 낫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세운 목표는 우리를 가두지만 스스로 세운 목표는 자유를 준다.

P.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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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교도관이야? - 편견을 교정하는 어느 직장인 이야기
장선숙 지음 / 예미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왜 하필 교도관이야?>의 저자 장선숙 교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편견을 교정하는 어느 직장인의 이야기다.


저는 30년째 교도소에 수용 중입니다.

사람을 죽였을까요?

그것도 한두 사람도 아닌 많은 사람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저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교도소에 있을까요?

저는 30년 동안 교도관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주로 여자수용동에서 밤낮을 함께 하였고, 수용자의 출소 후 사화 복귀를 위해 취업과 창업 지원, 인성교육,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수용자와 출소자, 그의 가족들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자 장성숙 교감은 30년간 교도관으로 재직하며 '교도관은 어떤 사람인가'를 자문해보곤 했단다.

교도관들은 주로 범죄인을 격리 구금하고 교정교화하여 사회에 복귀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만 육천 명의 교도관들은 '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한 사람'을 만든다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한 사람을 교화해 사회로 내보내기 위해 교도관들은 밤낮으로 자신들의 자유마저 담장 밖에 영치시키고 들어와 애쓰고 있으며, 수많은 교정위원들, 봉사자들이 숭고한 사명을 가지고 참여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교도관들은 모든 사람들이 기피하고 수치스러워하고 감추고 싶은 힘든 시간과 공간에서 수용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에게 안정을 취하게 하고,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지 못하는 이들에게 자기를 성찰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들이다.

사회와 가족들까지 포기하여 세상을 증오하고 좌절하는 이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다.

가장 어둡고 답답한 곳에서 그 어둠을 탓하기보다 한 자루 촛불이 되어 희망을 잃은 수용자들에게 빛이 되고 온기가 되어 한 생명이라도 거두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다.

누군가 '교정'은 대한민국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 했다 한다.

새 생명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다.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교도관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영화나 드라마에 악역으로 나오는 교도관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범, 경제범, 온몸에 문신을 한 우락부락한 수용자들에게 굽신거리는 교도관의 비굴한 모습, 곳곳에 마네킹처럼 그림자처럼 우두커니 서서 지키기만 하는 모습, 수용자들에게 부정 용품을 연계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 못된 교도관의 모습들 말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간혹 영화 <하모니>, 드라마 <슬기로운 감방생활>을 통해 볼 수 있는 착하고 따뜻한 교도관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설정일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교도관이란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교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직업이 "공무원입니다" 두리뭉실 이야기하며 "오~" 하던 반응도 "교도관(교정 공무원)입니다"하면 "아- "하는 김빠지는 느낌...?!

함께 운동을 다녔던 지인의 남편이 교도관이었는데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남편의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질 않는다고 했다.

교도관은 법무부 소속 국가직 공무원으로 경찰, 소방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근간을 유지하는 직렬로 충분히 인정받을 자격과 권리가 있는데, 일반 시민들 가까이 있지 않고 흉측하고 못된 사람들만을 상대하기에 사회의 안전을 위해 구금된 이들처럼 은둔하게 되어 '또 다른 재소자', '구금된 교정 공무원'이라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교도소에서 만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결코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담장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복잡하고 안타깝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알게 되더란다.

그래서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의 부모형제가 되기도 하고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사회복지사가 되기도 한단다.


간혹 우리 수용자들은 내게 '엄마'라는 표현을 합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도 있지만 연배가 훨씬 많은 수용자들도 그렇게 말합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가장 절박하고 어둡고 무서운 곳에서 자신들을 보호해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많은 교도관은 그런 마음으로 수용자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p.22


저자는 교도관으로 최종 합격한 후 은사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왜 하필 교도관이야?"이라는 말을 듣고 무척 서운하고 야속했다고 한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돈을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고,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고 하셨다.

저자에게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소명이고 선물이었다 한다.


"때로는 세상을 보듬는 것보다 한 사람을 보듬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너는 지금 그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

P.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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