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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 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연금술사로 너무나 유명한 작가의 책을 선물받았다. 제목은 순례자다. 내 나이 60에는 야고보길 순례를 가는 것이 인생 목표 중 하나여서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시작이 이상하다. 람의 의례란 뭐고, 검을 찾으러 간다는 게 다 뭔 말인가. 평범한 이들의 비범한 일상에 대한 성찰을 한다더니, 주인공은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예수를 들먹거리다니 이단인가 싶어 불쾌해 지기 시작했다. 손톱 밑을 찌르며 고통을 주는 훈련 장면은 너무나 유치해서 웃어버렸다.
작가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중반부터 잘 나오는 것 같다. 깨어 있으라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말은 알겠으나, 자기계발 서적에 흔히 나오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마음 속의 악마와 상의를 하라는 둥, 이상한 훈련등을 하라는 둥, 그러면서 마스터와 주인공은 계속 특별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 모순이라 생각했다.
작가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글을 쓴 것이라면 작가 역시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특별한 모임의 일원이 되어 특별한 사람인 것도 아니고, 아침에 일어나 평범하게 직장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여 밥먹고 자는 일상을 펼치는 사람이 평범한 것도 아니다. 오전 7시면 일어나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따스한 사람이라면 주변의 누군가에겐 특별한 사람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볼 지라도 본인에게 죄책감을 갖지 않고, 자려고 누웠을 때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물론 가슴 속의 열정을 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열정으로 다 불타야 할 필요는 없다. 겸손과 온유 안에서 하루를 감사히 보내고 주말 하루 즘은 본인이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느끼고, 목표를 가지고 외국어 공부 하나 즘 해주면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본인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 서적에나 나올 법한 내용을 특별한 사람의 입장에서 거창하게 써내려 간 것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다만 예수의 광야의 40일에서 만난 악마를 그의 마음 속 악마로 표현한 것이나, 다소 우스꽝스러우나 신성하게 묘사된 훈련법을 자세히 기술한 것은 그의 작가로서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나 역시 작가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람의 의례 없이도, 람의 훈련을 받지 않고도 주님 안에서 평화를 추구하고 감사하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세상을 움직인다는 1% 역시 순례 중 검을 찾아 특별한 사람들이 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본인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걷다 보니 목표에 가까워진 것이다.
내가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한 후에 깨달은 것은 인생이 뜻대로 되진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변명일까. 아니다. 인생의 섭리다. 열정을 가지고 깨어 있되 이를 다 남에게 강요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작가의 말 처럼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자기 점검 한 번 하면 작가의 말을 이해한 것일 것 같다. 다 쓰고 나니 이 책이 내 인생의 잘못된 타이밍에 만나 너무 폄훼 당한 것 같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이해했습니다. 마스터!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사랑의 위대함을 느낀 후, 나는 다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삶의 위협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개가 아니라 당신 안의 두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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