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죽이기 -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들을 내 인생에서 확실하게 쫓아내는 법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김세나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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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죽이기> 배르벨 바르데츠키, 서교책방



🙂

“아, 이건 내가 만나봤던 사람 얘기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었다. 특정한 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이상하게 비슷한 결을 가진 여러 얼굴들이 겹쳐지는 느낌이었달까. 회사에서 한 번쯤은 겪어봤던 고약한 상사, 괜히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동료, 대화를 끝내고 나면 기분이 묘하게 꺼림칙해지게 만드는 사람들. 책을 덮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책이 내가 이미 겪었던 일들을 전문적인 언어로 풀어준 책이라는 것을 말이다. 


😝

처음에는 책 제목이 다소 강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죽이기’라니...! 나르시시스트들을 과연 우리 인생에서 죽일 수...? 아니, 과연 몰아내기라도 할 수 있으려나?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어보면 그건 공격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오히려 나르시시스트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상대를 바꾸려는 시도를 거의 포기하라고 말하는 점이 오히려 솔직하게 느껴졌다. 나르시시스트라는 존재가 특별히 드문 유형이 아니라, 오히려 친밀한 관계 속에서 더 자주 나타날 수도 있다는 설명도 현실감이 있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보통 우리는 누군가와의 갈등이 생기면, 설명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면 풀릴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기대 자체를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다. 나르시시스트인 상대방은 논리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고, 공정함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이 대목이 좀 씁쓸했지만, 동시에 이상하게 납득이 갔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

이 책의 내용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적당히 거리 두고 웃어 넘길 수 있는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무시하라는 것도 아니고, 맞서 싸우는 것도 아닌, 너무 깊이 빨려들어가지는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이게 말처럼 쉽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인 조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순간 이미 말려든 것이란 말도 상당히 공감갔다. 책을 읽으면서 “이걸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덜 힘들었을 텐데...” 싶은 생각이 꽤나 많이 들었다.


🤓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은 자연스럽게 나르시시스트를 잘 상대할 수 있는 '내가' 되는 방법으로 내용이 이동한다. 자존감, 자기 배려 같은 말들이 나오는데, 처음엔 솔직히 좀 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앞에서 계속 이야기하던 상황들을 떠올리면서 읽다 보니, 이게 그냥 좋은 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결국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불거지는 일들에 대처하는 방법은 나 자신의 나다움을 회복하고, 적절한 대응방법을 익혀 씩씩하게 살아나가는 게 아닐까 한다. 


🫥

이 책은 누군가 때문에 내 자신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그것 하나만으로 상당히 값진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읽고 나면 이제 나르시시스트에 대항해서 잘 살 수 있게 된다거나, 세상을 뒤집을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주는 건 아니지만, 특정 상황에서 움츠리거나 소심해지지 않고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르게 반응할 수 있을 것 용기를 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정도만 해도 이 책은 충분히 자기 역할을 다 한 게 아닌가 싶다.


"요조앤 @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서교책방 @seogyobook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르시시스트죽이기 #배르벨바르데츠키 #심리학 #서교책방 #요조앤서평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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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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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메리 앤 시그하트, 앵글북스

😕
《평등하다는 착각》. 제목만 보면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지지만, 막상 읽어보면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높여 몰아붙이는 책이라기보다는, 오래 누적된 현실을 차분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짚어가는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리 앤 시그하트는 이 책에서 여성의 능력 그 자체보다도, 여성의 말과 판단이 남성만큼 권위를 부여받지 못하는 구조를 “권위의 격차”라는 말로 설명한다. 원 제목이 《The Authority Gap》이란 점과, 한국어판 부제는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라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
이 책이 좋았던 건, 익숙한 차별의 언어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의 자리에서 여성이 한 말은 흘려듣다가 남성이 비슷한 말을 하면 그제야 채택되는 순간, 똑같이 단호하게 말했는데 남성은 “리더십 있다”고 평가받고 여성은 “예민하다”거나 “드세다”는 인상을 남기는 순간 같은 실제적인 사건들을 책은 촘촘하게 소환해낸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건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몸소 체험했던 감각을 언어로 붙잡아낸 책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처럼 넘겼던 장면들이 사실은 누적될수록 사람의 자신감과 커리어, 발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린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
무엇보다 여성들을 체계적으로 탄압하는 역사와 구조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는 데서만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좋은 지점 중 하나였다. 자료와 인터뷰가 풍부하고, 실제 사례를 끌어오는 방식도 능숙해서 읽기 어렵지 않은데도 내용은 제법 묵직하다. 특히 이 문제가 일부 악의적인 개인의 태도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편견과 제도의 관성, 심지어 여성들 자신이 내면화한 기대까지 얽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들은 꽤 인상적이다. “분노를 부추기는 책”이 아니라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접근 가능하고 실천적인 책이란 점이 아주 흥미롭다.

🙃
다만 이 책은 아주 새롭기만 한 책은 아니다. 젠더 이슈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에게는 익숙한 사례나 논지가 적지 않고, 어떤 장에서는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또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완전히 급진적이거나 예상 밖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낯선 이론을 던지는 데 있지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제를 훨씬 정교하고 반박하기 어려운 형태로 정리해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번쩍이는 한 방의 통찰로 승부하는 책이라기보다, “그래서 결국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가”를 차근차근 축적해 독자를 설득하는 책이다.

😇
누가 말을 끊는가, 누가 더 쉽게 신뢰받는가, 누가 같은 행동을 하고도 더 큰 대가를 치르는가 같은 질문들에서 출발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성평등에 관한 책인 동시에, 사회가 누구의 말에 먼저 무게를 실어주는가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의 일상 감각을 조금씩 바꿔놓는 힘이 있다. 한 번쯤은 이미 평등해졌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더 차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 앵글북스(@anglebooks) 독서모임 지원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평등하다는착각 #메리앤시그하트 #앵글북스 #독서모임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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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는 법 - 사실과 믿음 사이, 삶은 어디에 있는가
차병직 지음 / 김영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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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서는 법> 차병직, 김영사


🌎
이 책은 법을 딱딱한 규정이 적힌 문구의 집합이 아니라, 삶의 여러 경계에서 작동하는 판단의 언어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책이었다. 이 책은 ‘선택·사회·믿음·삶’이라는 네 축을 따라 법이 현실과 부딪히는 장면들을 살피고 있는데, 이를 통해 법이 우리 일상과 정치, 언론, 공동체의 문제 속에서 어떻게 흔들리고 적용되는지를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법률신문 연재 칼럼을 묶어낸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편 한 편이 비교적 짧고, 주제 전환이 빠르며, 법률가의 언어를 교양서로 번역해 접근성을 높인 점이 충분히 칭찬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
실제로 읽다 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장점은 생각보다 쉽다는 점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법률 전문가의 자리를 강요하기보다, 잠시 입법부나 사법부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권한다. 그래서 이 책은 법이 무엇을 판단하고 무엇을 놓치는지, 제도는 왜 늘 경계선 위에서 흔들리는지를 질문하게 한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도 비교적 편하게 따라갈 수 있고, 주제의 폭도 넓다. 재판과 판결, 권력과 언론, 자유와 질서 같은 문제들이 너무 전문용어에 갇히지 않은 채 펼쳐진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법을 '멀리 있는 제도'가 아니라 '내 삶 가까이에 있는 사고방식'으로 끌고 들어오려는 교양서로서의 미덕이 있다.

🪂
또 한편으로는, 저자가 오랫동안 법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설명해온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 법을 단순히 옳고 그름의 최종 심판으로 놓기보다, 늘 현실과 충돌하고 조정되는 과정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책 전반에 깔려 있다. 그래서 책은 명쾌한 정답을 주는 대신, 법이 언제나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세계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다. 이런 점은 확실히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법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냉소 하나로 밀어붙이지도 않으려는 문제의식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다만 아쉬운 지점도 분명하다. 책의 의도는 경계를 흐리는 데 있는 것 같지만, 몇몇 대목에서는 그 흐림이 사유의 섬세함으로 이어지기보다 논리의 느슨함으로 보일 때가 있다. 특히 재판의 비교동등성, 보복수사 같은 주제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문제 제기를 해놓고도 개념 구분이 충분히 정교하지 못한 느낌이 남는다. 자연과학의 언어를 법의 세계로 가져오는 비유는 겉보기에 그럴듯하지만, 엄밀하게 따져 보면 다른 층위의 문제를 한데 묶어버리는 순간이 있고, 그래서 독자로서는 “정말 이 비유가 맞나?” 하고 멈칫하게 된다. 법의 불확정성이나 해석 가능성을 말하고 싶은 취지는 이해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법적 안정성이나 공적 기준의 중요성이 약하게 처리된 대목은 못내 아쉽다.

⛏️
비슷하게 정치와 수사를 다루는 부분에서도, 현실을 냉정하게 본다는 태도와 현실을 너무 쉽게 일반화하는 태도 사이를 오갈 때가 있었다. 정권 교체 이후의 수사, 정치적 공방, 프레임 경쟁을 설명하는 문장들 가운데는 분명 현실감이 있는 대목도 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은 설명이라기보다 체념에 가까워 보여서, 독자로서는 “그래서 이 책은 결국 무엇을 더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하는 질문이 남는다. 법이 사람과 제도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과, 그래서 흔들림을 거의 불가피한 본성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데, 그 경계가 조금 모호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있다. 저자의 문장은 대체로 무겁게 과장되지 않고, 주제를 넓게 옮겨가면서도, 독자의 이해를 도와주는 배려심있는 내용도 엿볼 수 있었다. 법을 둘러싼 여러 장면을 교양적 에세이의 형식으로 묶어냈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무엇보다 법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 '법은 결국 판결문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과도 연결된다'는 감각을 건네는 데는 성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김영사(@gimmyoung)에서 책을 제공받아, 독서모임 및 서평단 활동의 결과로 작성한 글입니다.

#경계에서는법 #차병직 #김영사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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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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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데아> 이우, 몽상가들


🚌

이 작품을 읽는 동안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아마도 묘한 어색함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가 아닌, 단지 한 사람이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도시를 떠돌 때 생기는 미세한 불편함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쉽게 읽히면서도, 이 작품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 속 한쪽이 묘하게 터치하는 듯한 특이한 느낌을 받는다.


🚲

이 책의 주인공 준서는 모로코에서 자라며 줄곧 ‘한국인’이라는 이름으로 규정되어 왔다. 그리고 그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결국 서울로 온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서울은 그가 상상해 온 고향과는 다른 곳이었다. 서울은 여전히 매혹적이고 활기찬 곳이지만, 동시에 준서에게는 낯설고 차가운 발톱을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의 외모는 한국인이지만 생활 방식과 감정의 결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어딘가 어긋나 있는 듯한 것이었다. 이러한 이 작품의 설정은 이 책의 내용이 단순한 개인의 성장담을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다문화 현실과 정체성의 혼란을 은근하게 드러낸는 듯 했다. 


📖

소설의 흐름은 크게 모난 곳이나 스펙터클 없이 비교적 잔잔하다는 특징을 보인다. 신촌과 홍대, 광화문 같은 서울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공간들을 떠돌며 준서는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꿈꾸고 소속감을 얻으려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바는 보기 좋게 자꾸만 어긋나고야 만다. 책을 쭉 읽다보니 어떤 순간 심지어 그의 방황이 조금 반복적으로 느껴지기까지도 했다. 하짐나 바로 이토록 그가 겪는 반복된 경험 속에서 이 작품의 주는 메시지의 힘이 생겨나는 듯 하다.  결국 한 개인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결코 단번에 결론이 나는 사건이 아니라, 비슷한 실패와 실망을 여러 번 통과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

읽다 보면 ‘고향’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도 조금 심층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진정한 고향은 태어난 장소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준서가 서울에서 느끼는 혼란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청춘소설이면서도, 동시에 꽤나 중요한 사회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문체는 전반적으로 담백하고 직선적이었다. 화려한 문학적 장치나 수사, 상징보다는 인물의 심리와 상황에 집중하는 편이라 읽는 부담이 크지 않아서 좋았다. 대신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준서의 시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그가 느끼는 소외감이나 기대의 붕괴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 이 책의 정말 좋은 미덕이 아닌가 한다.


❤️

책을 덮고 나서는, 이 책을 구성하는 제목 중 '서울 이데아'에서, '서울'보다는 ‘이데아’라는 단어를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된다. 플라톤이 존재의 본질, 참과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로서 이데아를 말한 것 처럼,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완벽하고 진정으로 속하고 싶은 장소나 상태를 그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서울 이데아』는 그 이상이 얼마나 쉽게 만들어지고 또 얼마나 쉽게 깨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쩌면 중요한 것은 결국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그 장소가 주는 의미, 그 장소를 구성하는 존재들, 그 장소를 찾아 헤매이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울이데아 #이우 #장편소설 #서평단 #몽상가들


@mongsang_books @leewoo.sseia


* 책을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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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 희생된 진보의 새들은 연합할 수 있고, 우리는 소외를 거부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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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슬라보예지젝, 우중몽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다. <진보에 반대한다>라니... 마치 일부러 불편함을 유도하는 선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이 겨냥하는 것은 진보 자체라기보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진보라는 감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진보 진영의 담론이나 정치적 입장을 정리해주는 책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이미 통념적으로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책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지젝이 현재의 정치 상황을 단순히 좌우 대립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오늘날의 갈등이 점점 체제 자체의 정당성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한 사회 안에 서로 다른 세계가 공존하는 듯한 감각, 같은 현실을 보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의 균열 같은 것들이 그의 문장 곳곳에서 반복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정치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철학적 에세이에 가깝다는 느낌도 받는다. 물론 어렵고 난해한 문장 구성과, 저자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등장하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상당한 숙제이나 난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 에세이라고 받아들이니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부분도 있었다. 어려운 이야기들은 ChatGPT의 해설이 필요하기도 했다.


특히 '권위'에 관한 논의는 꽤 오래 남는다. 우리는 흔히 전통적인 권위가 무너질수록 개인의 자유가 확대된다고 생각하지만, 지젝은 오히려 그 공백을 채우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전문가의 얼굴을 한 선동가, 대중의 불안을 자극하는 카리스마적 지도자, 혹은 중립성을 가장한 영향력 같은 것들이다. 이 대목을 읽다 보니 권위를 없애는 것과 권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전혀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중반부에 등장하는 상대성 이론 비유나 역사철학 논의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조금만 곱씹어 보면 그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단순한 해석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계급이나 사회적 갈등 같은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는 구조적 긴장이라는 점을 지젝은 반복해서 강조한다. 이 부분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적어도 세상을 지나치게 단순한 ‘진보 서사’로 이해해 온 습관을 흔들어 놓는 힘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뭔가 명확한 해답을 얻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질문이 늘어난 듯한 기분이 남는다는 점이 또 놀라운 지점이었다. 우리가 진보라고 부르는 것들이 정말 삶의 조건을 바꾸고 있는지, 아니면 단지 불안을 관리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하면, 최종적인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라는 시대를 좀 더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읽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한 번쯤 천천히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서평단 #우중몽 #슬라보예지젝 #진보에반대한다


@woojoos_story 진행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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