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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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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메리 앤 시그하트, 앵글북스
😕
《평등하다는 착각》. 제목만 보면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지지만, 막상 읽어보면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높여 몰아붙이는 책이라기보다는, 오래 누적된 현실을 차분하게, 그러나 집요하게 짚어가는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리 앤 시그하트는 이 책에서 여성의 능력 그 자체보다도, 여성의 말과 판단이 남성만큼 권위를 부여받지 못하는 구조를 “권위의 격차”라는 말로 설명한다. 원 제목이 《The Authority Gap》이란 점과, 한국어판 부제는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라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
이 책이 좋았던 건, 익숙한 차별의 언어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의 자리에서 여성이 한 말은 흘려듣다가 남성이 비슷한 말을 하면 그제야 채택되는 순간, 똑같이 단호하게 말했는데 남성은 “리더십 있다”고 평가받고 여성은 “예민하다”거나 “드세다”는 인상을 남기는 순간 같은 실제적인 사건들을 책은 촘촘하게 소환해낸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건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미 몸소 체험했던 감각을 언어로 붙잡아낸 책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처럼 넘겼던 장면들이 사실은 누적될수록 사람의 자신감과 커리어, 발화 방식 자체를 바꿔버린다는 점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
무엇보다 여성들을 체계적으로 탄압하는 역사와 구조에 대한 분노를 자극하는 데서만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좋은 지점 중 하나였다. 자료와 인터뷰가 풍부하고, 실제 사례를 끌어오는 방식도 능숙해서 읽기 어렵지 않은데도 내용은 제법 묵직하다. 특히 이 문제가 일부 악의적인 개인의 태도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편견과 제도의 관성, 심지어 여성들 자신이 내면화한 기대까지 얽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들은 꽤 인상적이다. “분노를 부추기는 책”이 아니라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접근 가능하고 실천적인 책이란 점이 아주 흥미롭다.
🙃
다만 이 책은 아주 새롭기만 한 책은 아니다. 젠더 이슈에 관한 책을 꾸준히 읽어온 사람에게는 익숙한 사례나 논지가 적지 않고, 어떤 장에서는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또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완전히 급진적이거나 예상 밖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낯선 이론을 던지는 데 있지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문제를 훨씬 정교하고 반박하기 어려운 형태로 정리해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번쩍이는 한 방의 통찰로 승부하는 책이라기보다, “그래서 결국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가”를 차근차근 축적해 독자를 설득하는 책이다.
😇
누가 말을 끊는가, 누가 더 쉽게 신뢰받는가, 누가 같은 행동을 하고도 더 큰 대가를 치르는가 같은 질문들에서 출발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성평등에 관한 책인 동시에, 사회가 누구의 말에 먼저 무게를 실어주는가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거창하게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의 일상 감각을 조금씩 바꿔놓는 힘이 있다. 한 번쯤은 이미 평등해졌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더 차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 앵글북스(@anglebooks) 독서모임 지원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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