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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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김주혜 작가님의 신작 소설인 <밤새들의 도시>

완벽한 비상을 꿈꾸는 발레리나의 치열한 삶을

서막에서부터 커튼콜까지 발레공연을 보는 듯이

잔잔하지만 내밀하고 때론 격정정인 문장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소설은 발레라는 예술을 통해

주인공 나탈리아의 성장과 고통, 그리고 도약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아버지와 지쳐버린 어머니 사이에서

차가운 사랑을 받고 자란 나탈리아

 

용서, 그것은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라나 그게 행복은 아니었다.(p.36)

 

 

나는 이 세상에서 불확실성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누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누가 곁에 남을 사람인지 알수 없다. 홀로 남겨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먼저 떠나는 것이다.(p.40)

 

 

어떤 선택도 불가능할 땐 내가 먼저 떠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어린 나이에 그런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의 나탈리아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발레.

타고난 재능과 뼈를 깍는 노력으로 정상에 오르게 되지만

치명적인 사고로 인해 무대에서 사라지기 된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이 발레를 시작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그녀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발레라는 장르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낸다.

 

 

나를 둘러싼 검은 새들이 빙글빙글 구름 위로 솟아 오르며

깃털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갑자기 나를 붙잡고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질 친다.(p.64)

 

 

 

강박에 사로잡힌 그녀의 삶을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단지 꿈이었지만 그녀의 삶이

얼마나 탄탄하게 경직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았다.

 

 

 

동물계에서 가장 사회적인 생물은 바로 새다. 같은 종과 일정 교류 없이 밤낮으로 홀로 대영 위를 날며 최대 수년간 땅에 발 한 번 디디지 않는 앨베트로스조차 결국엔 대대로 이어져 온 서실지로.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장소로 돌아간다. (p.64)

 

모든 것은 다시 제대리로.

결국 발레리나는 다시 무대로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다움을 보여준다.

아름답다.

 

 

가난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가난하게 행동하는 것,

즉 더 많이 가진 자의 관대함을 기대하는 것이다.(p.81)

 

 

환희를 느끼는 사람의 본모습을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짧은 찰나에 사람들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차이가 드러날 때는 행복할 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이다. (p.111)

 

 

모든 것은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더욱 강해진다.

두려움도, 슬픔도, 욕망도, 꿈도 (,p.148)

 

 

사랑은 대부분 환상이지만,

두 사람이 그 환상을 믿고 위험을 무릅쓸 때 현실이 되었다.(p.416)

 

 

삶은 견딜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p.603)

 

 

좌절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결국 자신만 춤을 추는 나탈리아

너무 추운 시절을 보낸 탓인지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던 청춘의 시기

하지만 그 시간 속에 친구들과 사랑이 있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걸 이해하는 시기가 온다.

진짜 힘들 때 손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삶은 여전히 살아갈 만한 것이 되고

우리는 결국 다시 무대로, 혹은 삶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건 아닐까.

 

 

 

완벽한 외톨이데 관한 책을 쓰려고 하는데 거듭 실패한다.

친구들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정이 내 삶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었지만

촘촘하게 짜여진 문장들 덕분에 한편의 예술을

온전히 마음에 담은 기분이었다.

삶과 무대,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영상화를 기대해 보면서....

(넷플릭스 관계자님이 이 소설을 읽으셨으면 좋겠다.)

 

 

🍀

이 리뷰는 다산초당으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

그리고 책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귀한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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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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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의젓한사람들

#김지수 인터뷰집

#양양하다

 

 

 

인터뷰를 통해서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을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평소에도 좋아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즐겨 찾아보곤 한다.

 

 

이런 내가 받아본 이번 책 <의젓한 사람들>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14인의 삶을 철학을 담은

김지수 작가님의 인터뷰집이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 이 문장이 트히 좋았다.

 

 

다정과 공감의 위로를 전하는 ‘F’의 문장들 속에서

단단한 책임과 확신의 T의젓함을 만났다고 할까?

 

 

책에서 전하는 의젓한 사람들

누군가의 슬픔에 조용히 반응하고, 응답하는 것,

그 책임을 피하지 않는 단단한 삶의 태도를 지닌 이들이었다.

 

 

 

책에서 만난 14인의 의젓한 사람들

가장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은 문장은 #가수양희은 님의

인터뷰에서 만난났다.

 

 

 

📌 (p.58)

그랬어요. 도무지 모르겠다.

도무지 모르겠다...그랬더니 도무지가 뒷말을 끌고 왔어요,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그렇게 나왔죠. 그때는 참 산다는게 쓸쓸했어요.

문득이라는 말도 참 놀라운 말이에요

뭘 써야 할지 모를 땐 도무지. 문득이 도우러 달려오더라고요.”

 

 

 

도무지알수 없는 무언가에 문득의 순간이 더해져

여전히 흐르는 삶을 살아내는 우리가 있는 건 아닐까?

 

 

 

또 기업가이자 정치가인 #플뢰르펠르랭 의 인터뷰 중

 

도착이라는 단어는 부모님이 썼습니다.

너의 출생대신 항상 너의 도착이라고 하셨죠

공항에서 내가 도착했을 때라고요.(p.135)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70년대 프랑스로 입양을 갔던 소녀는

사랑이 넘치는 부모님 밑에서 자존감 강한

멋진 여성으로 자라날 수 있었고

그런 교육 덕분에 그녀에게 모든 처음은 도착이었다.

 

 

배우 #박정민 님의 인터뷰도 놓을 수 없다.

 

📌 (p.104)

저는늘 포기하고 싶어요.

어제도 포기하고 싶었고, 오늘 아침에도 포기하고 싶었어요.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조금 더 강할 뿐이죠.

365일 중 65일은 그만둔다고 속으로

소리치면서도 300일을 버텨요.“

 

 

도망갈 결심을 하고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박정민의 인터뷰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부고 전문 기자 #제임스R.해거티 의 인터뷰 중

 

📌 (p.362)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본 인에게 바라는 모습보다

가지 모습 그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어떻게 기억될지는

의젓함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록을 남기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덮으면서 문득

14인의 엄청난 인터뷰가 담긴 이 책이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풍부한 길라잡이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귀한 기회 주신 #양양하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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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말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태오 지음 / 부크럼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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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당신이정말로잘됐으면하는마음에

#태오 #부크럼

 

 

 

언젠가 모가수를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가수를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에

넌 빛나는 존재야”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존재야

넌 뭐든지 잘해 낼거야.” “모두 지나가더라.” 같은

다정한 문장들과 함께 사랑이 가득 담긴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곤 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문장들이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문장들이었다.

 

 

그를 위한 문장들을

결국 나를 위로하는 문장들이었다.

 

 

 

힘듦은 누구에게나 있고

외롭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살면서 가끔 방향을 잃을 때가 있다.

틀린 길이면 되돌아가도 되고 옆길로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계속 나아간다는 것이다.

다른 방향으로도 가보고, 잠시 쉬기도 하면서 어디로든 계속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당신이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책에는 당신이 매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삶이 항상 행복할 수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틈틈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라고 든든한 다정의 말을 전해주는

태오 작가님의 문장들이 담겨 있다.

 

 

말뿐인 위로일지언정 위로받지 못하는 마음 보다야 위로 받는 마음이 낫기 때문이고,

그렇게라도 당시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면 백 마디 말이라고 전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p.26)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럼에도 북구 하고

살아갈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문장들

 

사랑한다는 말에는 생략된 뜻이 있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랑해.

-p.119

 

 

사랑에 대해 적기 위해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적고 나니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내리는 눈을 보며

당신을 떠올리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깨닫는 것이

결국 이 모든 말들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이었습니다.

 

-p,118 <사랑이라는 두 글자>

 

 

 

 

 

본 게시물은 #부크럼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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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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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아이들의집

#정보라 장편소설

#열림원

 

 

 

정보라 작가님의 장편소설 ][아이들의 집]은 돌봄과 양육을 국가와 공동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상상의 어떤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이 허구의 사회에선 아이에게 부모가 있는지 혹은 양육해 줄 다른 가족이 있는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가족이 아이들 아이들의 집에 맡기는건 흔한 일이다. 모든 돌봄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런 철학에 기초하여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기 대문이 이름부터 아이들의 집인 것이다. (p,.89)

 

 

국가 주도의 돌봄시스템은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밀접하게 접해져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부모의입장에서 읽은 소설이었다.

읽는 내내 쓸쓸하고 외로웠다.

 

 

과학 발전이라는 이면에는 사이비 집단과 이익집단이 융합되어 있고

미취학 아이들의 학대 문제, 아동 납치 후 불법 해외 입양 문제 등의 이야기를

소설에서는 다루고 있는데 불편한 현실을 미신과 미래 과확의 이야기의 이야기로

조금은 위트있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만날 때면 언젠가 학대 당하는 아이들을 다룬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이는 부모의 학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이 되었지만 결정적인 인터뷰에서 아이는 엄마의 편을 들었고 아빠는 몰랐다는 말로 일축해 버렸던 그날의 이야기는 정지화면처럼 남아있다.

 

 

학대하는 부모도 아이에겐 온 세상의 전부였을까?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엄마는 아프고 밥 챙겨 주는 사람도 없이 대개 혼자 길거릴 헤매고 다니는 것보다 잘사는 나라에서 부잣집에 입양돼서 자 먹고 잘 지내는 쪽이 애한테도 좋지 안냐고 그 모임, 직원이 그러 더라,(p.108)

 

 

사람이 제일 무서워, 귀신은 불쌍하지. (p.129)

 

돌봄도 이익으로 보는 사람들이 제일 무섭다.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던 범죄자의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 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일 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교육의 권리였다. (p.178~179)

 

 

아이의 장례식은 옳지 않았다. 아이의 죽음은 부당하다.

아이는 죽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되어 살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되어야 한다. (.p.225)

 

 

행복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모든 아이들, 살아남아 어른이 된 사람들,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연대를 전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

 

 

본 게시물은 #열림원@yolimwon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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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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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스물두번째레인 #카롤리네발

#다산책방 #다산책상 #소설 #독일소설 #성장소설



“고통스러운 삶을 직면하는 가장 인상적인 방법이 이 소설에 있다.”

– 데니스 세크, ARD 방송국



주인공 틸다는 20대의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그녀가 짊어진 삶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알코올 중독으로 무너진 엄마,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아빠, 그리고 어린 여동생 이다까지. 그녀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과, 틈틈이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틸다의 일상 속

유일한 도피처이자 안전한 공간은 수영장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스물두 번 레인을 돌고, 마지막으로 깊은 숨을 몰아쉰다.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잠수를 한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소설은 1인칭, 틸다의 시점으로 쓰여 있는데,

읽다 보면 틸다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문장은 단조롭지만 섬세하며, 틸다의 억눌린 감정을 보여주듯 잿빛을 띤다. (이런 이유로 초반엔 집중이 잘 되지 않았어요.)



“누군가 죽고 나면 다들 그러듯, 계속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단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걸 수도 있다. 어떤 말을 하든 틀리고, 어떤 말도 맞지 않으니까.

하지만 어쩌면 틀린 말이나 맞는 말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p.34)



친구였던 이반의 사고사 이후,

하지만 그들은 그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나 – 졸업하면 어쩌면 떠날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엄마가 이렇게 안 좋아질 줄 몰랐어.

마를레네 –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두 사람을 떠나서 네 삶을 살아야지. 이다는 잘 해낼 거야. 사람은 자기 업무와 더불어 성장하니까. (p.39)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채,

그저 보기 좋은 충고(?)와 오지랖을 피우는 친구.

오히려 읽는 내가 더 불편했던 부분이다.



“나는 이다가 언제나 구원의 순간을 그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p.56)




이다는 이다만의 방식으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가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갈 때면,

함께 겪었던 소소한 작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의 관계는 그가 이곳에 더는 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작별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같은 말도, 그 뒤에 붙는 작은 물음표도 없다.

작별에 익숙한 내가 느끼기에, 이것은 진짜 마지막이다.

나는 내내 이곳에 남았다.

나는 내내 이곳에 있었다.

(p.101~102)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다가 눈물을 닦아준다.

“난 울지 않아.”

그렇게 말했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버지와 엄마, 평범한 어린 시절 등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안전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책은 남는다는 것.

아무도 이 이야기를, 다시 말해 내가 도망칠 수 있는 이 세계를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고, 상처 입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p.149)



이다, 이제 두려워하면 안 돼.

두려워하는 널 더는 보고 싶지 않아.

너는 강하고 똑똑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제대로 말해야 해.

엄마에게도, 바깥세상의 사람들에게도. (p.165)



레인을 스물세 번이 아닌, 스물두 번 수영한다.

그런 다음 깊은 곳까지 잠수해, 바닥에 앉아 풀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한다.

(중략)

15일 만에 빅토르가 나타났다. (p.177)



나 – 이건 작별이야?

빅토르 – 아니, 오히려 반대지.

나 – 작별의 반대가 뭔데?

빅토르 – 도착?

나 – 왜 물음표가 붙어?

빅토르 – 어쩌면 너에게 하는 질문이기 때문에?

     아니면 내가 더 나은 말을 떠올릴 수도 있으니까?

나 – 너에게 하는 질문이라면, 내 대답은 ‘응’이야. (p.282)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이다.

틸다와 빅토르의 작별은 ‘새로운 도착’을 의미하고 있으며,

각자의 도착이 자신만의 것임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슬프지만 행복한 틸다와 이다의 이야기!

<스물두 번째 레인>



🍀

이 리뷰는 다산초당으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

그리고 책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귀한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ekida_library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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