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들링 1 - 마지막 하나 엔들링 1
캐서린 애플게이트 지음, 서현정 옮김 / 가람어린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기 시작하고 1부가 끝났을 때 솔직히 이게 정녕 어린이 동화가 맞나 싶었다. 제목의 엔들링의 뜻이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이긴 한데 주인공인 빅스가 엔들링이 되는 이유가 인간이 빅스의 종족인 데언을 다 학살 시키기 때문일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서 사실 충격이 컸다. 어린이 동화에 제노사이드가 정녕 바람직합니까ㅠ

하지만 어떤 주제든 그걸 다루는건 작가의 역량이라 그런가 이 소설은 한 종족의 멸종이라는 무거운 소재와 다른 종족의 어두운 욕망이 지배하는 세계관을 흥미진진한 판타지 모험소설로 풀어냈다. 주인공인 데언 족 빅스며, 워빅 족 토블, 인간인 카라(개인적으로 소설 삽화 모습이며 성격이며 드라마 멋진징조들에 나오는 페퍼 이미지로 많이 상상됐다. 오지고 당찬 애기), 펠리벳 족 갬블러(갬블러는 삽화로 등장하지 않아서 상상의 여지가 많았는데 빅스를 태우고 다닐 수 있는 커다란 고양이... 그 사이즈면 거의 표범 아닌가...ㄷㄷ) 등 등장인물들은 너무 우울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매력적으로 표현해낸 것도 소설 속 세계관을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도록 한 것 같다.

생각해보면 판타지소설인 해리포터도 그 상황적 배경이 꿈도 희망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충격적일 소재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인간이 한 종족을 멸종시킨다는 이 소설의 배경 소재도 현실에서 실제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게 해하고 있는 일들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렇게 소설의 형식을 빌려 풀어내는 것도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 출판사 가람어린이(@garamchildbook)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캐서린애플게이트 #엔들링1_마지막_하나 #가람어린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자 속의 그대 알비 문학 시리즈 4
야마카와 마사오 외 지음, 최수민 외 옮김 / 알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같은 독자에게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들어가있는 소설집은 마치 어릴 적 동네 슈퍼 앞에 2-3대씩 있던 200원짜리 뽑기기계처럼 느껴진다. 더욱이 작가들의 이름마저 생소한 때에는 책에 실린 한편한편을 읽는 것에 상당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많은 경우 기대하던 것과 다른 내용에 실망을 하게 되지만, 종종 취향에 꼭 들어맞는 단편을 만나게 되면 그때 느끼는 기쁨도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쁨을 느끼게 했던 소설은 히라바야시 하츠스노케 작가의 '악마의 성전'과 와타나베 욘 작가의 '사랑'인데, 꽉닫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지독한 취향이 반영된 선정이다.

'악마의 성전'은 내용 자체가 밝은 내용은 아닌터라 해피엔딩이라기 보다는 정의구현 엔딩이 더 맞는 말인듯 싶다. 고해실의 어둑한 배경에서 시작하는 이 액자식 구성의 소설은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30분 짜리 단편영화로 각색됐다면 더 몰입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던 '사랑'은 딱 단편만 읽었다면 적당히 간질간질한 연애소설이었을 텐데 소설의 시작 전에 적혀있는 작가에 대해 짧은 사전정보를 알고 보니 훨씬 더 귀엽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마치 작가가 연인이던 미치코와 함께 나 닮은 등장인물 하나 너 닮은 등장인물 하나를 만들어 정말 말 그대로 풋풋하고 장난스럽게 써내려갔을 거 같단 느낌이 들었다. 실제 작가와 미치코의 관계와 작가의 생애를 생각하면 현실과 다른 결말에 가슴 아프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작품 자체가 가지는 사랑스러움이 크게 다가왔다.

※ 출판사 알비(@realbooks)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야마카와마사오 #무로사이세이 #하기와라사쿠라로 #마키노신이치 #히라바야시하츠노스케 #타나카코타로 #토요시마요시오 #와타나베욘 #코사카이후보쿠 #상자_속의_그대 #알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말로 정말 제목값하는 책이었다.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중학교 때 시험이라도 보려고 주기율표의 원소와 원소기억을 몇쌍 외웠던것이 화학과의 연으로는 전부라 주기율표를 외운다고 끙끙거렸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내가 주기율표를 외워야 하는 일이 있는 과거를 살았다면 그때도 이런 책이 있었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주기율표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왜 이런 모양이 됐는가, 각 원소들 왜 그 자리에 배치어있나부터 원소들이 어떻게 결합하는지까지 최대한 쉽고 상세하게 알려주려고 한다. 그럼에도 화학에 전혀 문외한인 입장에서는 책에서 다루는 원소 자체의 구성이나 그 안에 전자들의 위치나 움직임을 그려보는 상상력 자체가 부족한 탓에 내용들을 최대한 쉽게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만만치않은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책 중간중간에 같이 나오는 그림들이 그 부족한 상상력을 보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해서 고백하자면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과학서적이 아닌 하나의 소설처럼 읽어내려 갔다. 규칙과 불규칙의 반복과, 우연과 발견 혹은 발명을 반복하며 만들어지고 있는 주기율표와 더 다채로워진 인간 문명의 성함을 기술한 소설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소설은 정해진 결말이 없이 물질과 지식에 대한 탐욕에서 시작한 연금술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으며 이렇게 쌓아올린 지식이 후에는 바뀔수도 있음을 언급하며 마무리 한다.

개인적으로 요즘 신화적인 부분에 관심을 좀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책에서 언급하는 별이며 우주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발견된 것은 118개의 원소이지만 그것들이 결합해 생겨난 무한한 분자들이 이 작은 행성에 생명체와 그것들이 살아갈 환경을 만들었다는 그 기적과도 같은 우연일지 필연일지 모를 무언가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 출판사 동아시아(@dongasiabook)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김병민 #주기율표를_읽는_시간 #동아시아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선명해지는 동시에 내가 사라지는 기분은 매우 근사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드물게 금속책갈피를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하길래 들여다봤는데 이 책의 위 구절을 사용한 책갈피를 발견했다. 책을 읽기 전임에도 문장 자체가 꽤 로맨틱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이 소설의 현 시점에서 주인공은 위 문장의 느낌을 두번 경험한다.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혜인을 만나러 갈 때와 혜인과의 만남 이후 지금 자신과 동거중인 해준에게 돌아갈 때.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은 부산에서 혜인과 옛날을 회상하며 그녀와 애틋한 사랑을 했던 풋풋한 대학시절의 '내'가 선명해짐과 동시에 동성애자인 '내'가 사라지게 된다. 또 혜인과의 만남 이후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혜인과 사랑을 하던 대학 시절의 '나'는 사라지고 해준이란 남성과 안정적인 사랑을 하는 '내'가 선명해지게 된다.

주인공의 저 느낌이 독자에게도 근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혜인과의 대학시절 연애 감정과 해주과의 현재의 연애 감정이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결국 자신을 동성애자로 규정하지만 아직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지하기 못하던 때에 마주한 혜인과의 사랑은 자신의 성 정체성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그 시절 주인공의 감정은 그저 온전히 혜인에게만 관련된 것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부정하기 위해 혜인과의 연애가 시작된 것도 아니며 혜인과의 연애 끝에 내린 결론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기억을 되짚어 마주한 과거의 감정은 어떤 왜곡이나 불편함도 없이 그때의 애틋함을 고스란히 다시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애틋함은 이제는 지난 과거에 머물 뿐 현재의 상황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냥 그때의 우리는 그랬었지 정도로 추억을 담백하게 정의하며 해준에게 돌아가는 기차의,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오는 제 감정의 기분 좋은 진동을 느끼며 마무리할 뿐이다.

이 가제본 책의 뒷표지에는 박준 시인이 김봉곤 작가의 책에 던지는 찬사가 쓰여있다. 그의 소설이 아름답다는 내용인데, 나 역시 이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감정이나 경험도 다른 것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으며 추억을 회상하되 그에 연연하지 않은 그 확실한 선그음이 아름답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 출판사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김봉곤 #시절과 기분 #창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지음, 김아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디스토피아 배경의 소설은 첫째가 14살이 되면 조용한 전쟁을 위한 캠프로 보내야 한다는 암담한 규율을 정말 딱 11살 메기의 시선에서 순진하게 그린다. 저 규율을 유지시키기 위한 첫째는 용감하고 우월하다는 프로파간다까지도. 그래서 사실 이 책을 반 정도 읽을 때까지 그 조용한 전쟁이 과연 누구와의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적'이라고 표현하지만 3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적'의 존재는 한 번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한 번쯤 궁금할법한 사항이지만 11살 아이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저 규율을 위한 선전이 갉아먹은 제 존재감과 둘째이기에 받는 무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둘째이기 때문이 아니라 11살 아이답게 메기의 관심은 제 앞에 나타난 또래 방랑자 아이에게 옮겨간다.

책을 읽기 전에는 첫째를 더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그저 저 사회의 통념 쯤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까보니 거의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수준의 프로파간다라 놀랐다. 단순히 의무를 부여하는 수준이 아닌 첫째는 영웅이며 특별하고 용감하다는 식으로 태생적으로 주어진 자리를 신성시함으로서 이성으로 거부할 수 없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동시에 첫째가 아닌 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함으로서 그 체제와 체제의 희생자들에게 부채감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앤드루 솔즈베리의 첫째들에 대한 칙령은 마을을 지배하는 종교로 작용한다. 맹목적이고 거부할 수 없는. 아마 이 이야기 속의 조용한 전쟁에서 '적'의 존재가 언급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을지 모른다. 종교에 의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통 어린 나이로 설정되는 주인공이 저지르는 실수들과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두려움에 필터링 없는 응원을 던질 수 있다는 부분이 크다. 애들은 그렇게 자라니까. 물론 대부분의 성장소설의 끝이 해피엔딩인 것도 있고.
그렇지만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성장소설이기 때문 보다는 여성 작가가 쓴 티가 나는 소설이라는 점이 더 컸다.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에서 중요한 역을 담당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여성캐릭터다. 주인공인 메기는 물론이고 마을 밖의 길을 알고 있는 사람도 방랑자 우나고, 차를 운전할 줄 알고 마을에서 둘째인 메기에게 관심이 갈 수 있게 주목시키는 사람도 린디다. 남성캐릭터는 악역이거나 주인공인 메기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줄 뿐이다. 혹은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제정신을 채 차리지도 못하거나. 물론 이 점이 너무 몰아주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이게 또 여성의 시선에서 쓴 소설 읽는 재미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