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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완벽한 실종
줄리안 맥클린 지음, 한지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2월
평점 :
처음에 책 자체를 미스터리로맨스 장르라고 접해서 소설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장르적 특성도 특성이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불안정한 인물의 심리묘사 능력에 있는 것 같다. 사실 본격적인 미스터리 부분은 5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의 반을 넘겨야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장르 하나만 보고 달려들었다간 초반부 전개에서 '내가 이 책을 왜 시작했었지?' 하고 길을 잃게 될지도...
이 책에서 본인의 시점이 나오는 등장인물은 올리비아, 딘, 멜라니 세 명이다. 그리고 이 세 명은 각자가 처한 상황 때문에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그 심리 묘사를 읽고 있으면 정말 현실적이고 솔직하며 생생하단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나 자신이 심리적으로 불안했을 때 사고회로를 생각하면 그 묘사들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는게,
우선 딘이 실종된 이후 올리비아의 심리를 따라가자면 딱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절망, 슬픔, 현실부정. 그 이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혹시나 있을지 모를 혹여 신기루일지 모르는 말도 안되는 희망에 대한 기대, 본의와 달리 왜곡되게 와닿은 주변인들의 우려에 대한 분노, 그 분노에 대한 후회,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것이었지만 위태롭게 붙들고 있던 희망에 배신 당했을 때 더 힘겹게 짓누르는 절망.
이렇게 늘어놓으니 올리비아의 심리는 정말 정석적인 루트를 탔단 생각이 느껴지는데, 올리비아는 애초에 딘의 실종사건만 아니면 본인부터가 안정형 인간이라 그런 듯 싶다.
사실 정말 날것의 심리변화는 멜라니 파트긴 하다. 책에서 묘사하는 성장배경부터 멜라니가 불안정형일 수밖에 없기도 하고 본인은 자각이 조금 부족하긴 해도 주변에서 심리상담을 권유했을 정도로 불안정함이 겉으로 드러나는 인물인데, 멜라니 심리묘사를 읽다보면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영향을 강하게 받고 그에 따라 감정과 생각이 휘둘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자기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상담사로 하여금 자기를 어떤 사람으로 판단하게 할까 신경쓰면서도, 본인 성격에 못 이겨 내질러 놓고 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날 이런 사람(대부분 부정적 판단)으로 생각하고 있지! 라면서 상대를 비난하는 투로 공격한다거나 상대의 말 한 마디에 기분이 하늘로 솟았다가 땅으로 꺼졌다가 하는 모습이라거나 말이다. 멜라니의 경우 상대의 표정과 그 표정을 통해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는 묘사가 유독 많아서 그 불안정함이 더 잘 보이기도 한다.
딘 역시 심리상담사로서 멜라니에게 느끼는 감정이 꽤 흥미로운데 책 중반을 넘어서야 나오는 얘기라 스포성이 다분해서 생략ㅠ
☞ 딘의 시점은 1990년의 올리비아와 1896년의 멜라니 시점이 교차해서 나오다가 1986년의 멜라니와 딘이 교제를 시작하기 시작하면서 나오는데, 딘이 멜라니에게 느끼던 연민과 애정이 지나간 후 권태를 느끼는 모습, 그 와중에 1986년의 올리비아의 등장으로 그녀를 통해 해방을 느끼고 현실의 비참함을 잊지만, 문득 멜라니를 떠올리거나 멜라니에게 돌아가야함을 자각하고 그려에게 돌아갔을 때 다시 비참함을 느끼는 모습도 흥미롭다. 맨 처음 올리비아 시점으로 보는 딘은 든든한 쾌남 같았고 멜라니를 통해 보는 딘은 따뜻하고 흔들림 없는 버팀목 같이 보였는데 스스로의 시점에서 보는 딘은 정말 하남자 같고... 하 그저 하남자...
책에서 올리비아랑 가브리엘이 왜 헤어졌었는지 잘 안 나와서 가브리엘 1차 결격사유가 뭐였는지도 알 수 없고 가브리엘이 올리비아 시점으로만 그려져서 외로운 올리비아를 보듬어주는 벤츠남으로만 나와서 더 좋게 평가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언니 대체 가브리엘이랑 헤어지고 딘 같은 거 만난거죠... 왜...
미스터리로맨스라는 장르를 강조하려면 아예 딘이 실종 후 살인용의자로 지목 되는 대목이 초반에 나와 스토리 진행 상 그 진상이 무엇인지 빨리 알아내고 싶은 마음에 스토리 전개에만 집중하느라 인물들의 심리묘사 자체만 많이 집중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구조상 그 진상이 먼저 나온 후 소설 후반부에 딘이 살인용의자로 지목되는 대목이 나와 서 그런가 그 이후 전개가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으로 인한 조급함 대신 계속해서 올리비아의 심리에 집중하며 읽을 수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 몽실북클럽(@mongsilbookclub )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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