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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N. K. 제미신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평점 :
책을 한 권 잡으면 그거에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라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N.K.제미신의 단편집을 읽게 됐다. 이미 3부작까지 장편 소설로 휴고상 수상한 작가라고 해서 한번 읽어보려고 첫번째 책을 사놨는데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다.
사실 SF 입문한지 얼마 안 돼서 이 장르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고서 읽기 시작했는데, 흔히 공상과학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발전된 과학기술과 미래에 관한 내용은 물론이고 흥미로운 판타지도 많이 섞여 있어서 책에 실린 22편을 장르적 다양성을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정말 재밌게 읽은 이야기도 있고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할 법한 이야기(어떤 단편은 아예 컴퓨터? 디지털? 안에서의 이야기인거 같은데 컴퓨터 관련 용어가 너무 많이 나와서 거의 못 알아 들으며 읽은 것도 있다.. 용어들 중에 다운로드, 업로드, 도메인만 알아들음)도 있고 읽고 나서 이게 끝이야? 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단편들을 뽑으면 '붉은 흙의 마녀', '폐수 엔진', '퀴진 드 메므아'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폐수 엔진'을 제외하면 나머지 둘은 판타지적 성향이 강한 편이다.
일단 '폐수 엔진'이랑 '퀴진 드 메므아'는 결말이 열린 해피엔딩이라 좋았는데, '폐수 엔진'은 환경오염과 인종차별에 대한 메세지도 담고 있고 얼핏 첩보작전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보는 것 같아서 심장 두근거리면서 읽었다. 거기다가 제설린이랑 유지니 관계성도 좋고 유지니 캐릭터가 결말에서 성장하는 모습도 좋았어서 아이티로 간 이후 내용도 한 편 더 나왔으면 싶었다ㅠ '퀴진 드 메므아'는 뭣보다도 소재가 독특해서 마음에 들었다. 어떤 사건이든 날짜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면 그때의 식사를 다시 경험할 수 있게 되는 레스토랑이라니..ㄷㄷ 진짜 저 소재부터도 흥미로운데 이 단편은 진짜 소재가 아깝지 않을 완벽한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ㅠ 판타지적 소재의 현실적 결말이여ㅠ
'붉은 흙의 마녀'는 사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면서 읽던 이야긴데 이 단편 클라이막스로 갔을 때 에멀린이 보는 미래에 대한 묘사가 너무 사람 울컥하게 만들었다. 인종 차별에 대한 시위와 그 결과로 얻어낸 미래의 삶과 계속 되는 투쟁, 그리고 백악관의 흑인남자까지. 사실 지금도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길은 길기만 하지만 이조차도 상상하지 못하던 때에 살던 에멀린이 그 미래를 보장받고 자기를 희생하는게 지금의 BLM 시위에 다다르기까지 희생 당한 사람들의 단편을 보는 거 같아서 마음이 복잡했다. 개인적으로 단편 읽고서 이렇게 긴 여운이 남았던 건 처음인것 같다.
제미신 작가가 책머리에 단편을 쓰는 것과 장편을 쓰는 건 다르다고 말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의 장편, 단편에 대한 호불호도 많이 갈렸어서 그 둘이 확실히 다르다는 걸 알기는 하지만 이 책의 22편의 단편들을 읽고나니 3부작짜리 장편이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진짜 이 한계 없는 상상력의 범주 중 부서진 대지 시리즈는 어디와 가장 가까울지 벌써 궁금해진다.
※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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