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위의 책 설명이 더 와닿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외면하며 힘써 잊고 싶었던 현실들을 아프지만 끌어올리는 그런 절절하고 강렬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저 깊은 우물 속 숨겨진 백골 시신을 함께 끌어올리고 있는 듯한 같은 으스스함과 기묘함이 함께합니다.
사실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오컬트, 패러디 등의 장르가 무엇인지 제가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다양한 향기를 풍기는 작품들이 함께 엮여 있는 단편소설집이란 점에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열치열이란 말도 있듯이, 아픈 현실에서 위로받고 싶을 땐 때론 그 아픈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거울 속 내 얼굴을 바라보듯 즉시해야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소설책을 읽고 난 느낌도 그런 것 같아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선 아프지만 잠시 그 상처에 약을 뿌리는 과정도 필요하듯이,
책에 패러디되어있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상들을 바라보며 제 마음도 그렇게 아프고 여무는 과정을 함께하게 되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어온 작품은 세 작품이었습니다.
"몰:mall:沒"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그리고
"계절의 끝"
그리고 이 세 작품은 모두 배경, 주제, 분위기에서 모두 다른 개성을 풍기며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몰:mall:沒>
"몰"이란 작품의 시작은 누이의 봉선화 꽃의 향기와 파스 향기가 어울어지며 시작됩니다.
누이라는 단어가 주는... 먹먹한 따스함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사실은 제목에서 그 주제를 숨기고 있습니다.
mall 그리고 沒이라는 동음이의어가 어떤 단어를 떠오르게 하시나요?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분개하게 했던 두 개의 사건,
그 시점은 떨어져있으나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감을 안겨준
두 개의 '인재'를 주제로 작가는 이 이야기를 썼다고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에도 밝혔듯,
혹시나 사고의 유가족들이 읽게 되었을 때 얻게될 상처를 고려하며...
또 본인이 글 쓰는 작가로 얼무나 무력하고 무능한가를 실감하게 한 소설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각을 돌아돌아 쓰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신다고 하네요.
독자의 저의 생각도 같습니다.
이런 주제를 이런 단편소설이란 그릇에 훌륭하게 담아주셔서
우리 머리와 가슴에 더 오래도록 이 사고들을 기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느껴지는 콘크리트의 분진이 오래도록 희뿌옇게 제 가슴에
뿌연 앙금처럼 침잠해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