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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여행기 - Izaka의 쿠바 자전거 일주
이창수 지음 / 시공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스물 한 살 때 저질렀던(이렇게 표현해도 될만큼 무모한 출발이었다.) 내 첫 여행을 떠오르게 한 원더랜드.
IZAKA 가 쿠바를 종횡단하며 기록한 일기를 따라 난 그의 자전거 뒷자리에서 그의 행로를 훔쳐보며 옛 생각에 잠겼다.
몇 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난 IZAKA 와 함께 쿠바여행을 떠났다.
낯선 곳에 내렸을 때 갖게되는 경계심 그리고 날이 보태질 수록 열게되는 표정과 가슴,
언젠가부터 한국에서의 내 성격과 습관들은 갈아치우고, 따뜻함을 온몸으로 내뿜을 수 있게되었던 선물과 같은 날들.
예전 여행할 때 느낄 수 있었던 사람들의 엉뚱하고도 순박한 모습을 쿠바의 여기저기서 IZAKA 가 마주칠 때마다 이런생각이 들었다.
'맞아 맞아 , 저거야, 우리는 한국에 살면서 늘,, 잘해야 해,, 실수하면 바보가 될텐데, 저 사람을 믿어도 될까. 등등 한번에 몇 가지를 따져가며 살아간다.
그래서 긴장도 많고, 후회도 많고, 미안함도 많고, 상처도 많으 수 밖에 없다.
여행을 하면서 자유를 느끼는 것은 아마도 자신을 둘러싼 것들로 부터의 해방이라기 보다는, 내가 불편해 했던 ' 나 자신' 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대학교 청년의 쿠바 자전거 여행을 기록한 일기이다.
때문에 어떤이의 리뷰대로 여행자의 볼거리, 숙박, 물좋은 레스토랑, PUB 따위의 정보지는 아니다.
그저 발품팔 시간이 없는 나같은 사람이 함께 동행해도 좋을 만큼의 시간기록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마지막장을 넘길때 조차 가벼운 미소를 연신 짓게되는 건지도 모르겟다...
한번쯤.. 나를 잊은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따뜻한 해를 굳이 가리지 않는 이에게..
--- 밑줄긋기 ---
. . 나는 가능한 여행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저런 의미를 덧붙인다고 해서 여행이 더 위대해 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 . 그래서 형을 버스 정류장에 앉혀 놓고 그냥왔다. 작별의 시간이 너무 길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야모에서 7km 간 곳에서 방향을 틀엇다. 그리고 PD 형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정류장으로 돌아갔다. 형은 대합실에 멍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중략... 내가 들어가자 형은 번쩍 손을 들고 나왔다. 우리는 얼싸안고, 얼마나 아쉬웠는지를 이야기 했다. 그리곤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셨다. 따뜻한 맥주였지만, 더없이 맛있었다.
. . 카키색 군복에 밀짚모자를 쓴 그는 사람 몸에 석고상을 단 것처럼 매우 강직한 모습에 표정변화도 없었다. " 오렌지 좀 줄까? " 그가 내게 물었다.^^
. .카메라를 손에 들고 마음에 드는 피사체를 찾고 있는데 50 대 중년 아저씨와 눈이 마주 쳤다. 아저씨는 상당히 쑥스럽게 웃음을 짓더니 모자를 벗고, 머리를 정돈했다. 그리곤 차렷 자세로 섰다. 도저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 . 비가 올 때는 뛰어가나 걸어가나 어차피 젖는 것은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