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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마녀는 더 이상 두렵고 악한 존재가 아니다. 마녀에 대해서는 각종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영향으로 장난을 많이 치지만 친근하고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 많고 해리포터의 여파로 심지어 마녀, 마법사를 동경하고 그들이 되고 싶어하기도 한다. 중세인의 눈으로 본다면 바로 저잣거리에 걸려 화형당할 생각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마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감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은 아직까지 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남아 있다.
책의 첫번째 장(마녀사냥과 인쇄술)에서 작가는 중세말기에 마녀 사냥이 강화된 이유로 그 당시 사회 분위기와 인쇄술의 발달을 말한다.
중세 말기를 뒤덮은 희망이 부재하는 상황과 염세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현세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모두 마녀들과 악마의 탓으로 돌리게 했따. 그리고 이런 믿음을 확산하고 더욱 강화한 것은 놀랍게도 당시 첨단 테크놀로지인 인쇄술이었다. p.57
이 문장에서 중세 말기를 현 현국사회로, 인쇄술을 인터넷으로 바꾸면 소름끼칠 정도로정확히 요즘의 한국의 사회와 일치한다. sns에서 단어 하나라도 잘못 말하면 바로 캡쳐되어 몇년이 지나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고, 인터넷 공간이 아닌 오프라인에서의 일도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올라와 당사자에 대한 '신상털이'가 시작된다. 잘못을 했으니까, 욕 먹을만 하니까 신상을 털고, 돌은 던진다고 항변하는 네티즌들은 과연 누군가를 심판할 자격이 있는가. 과연 그것이 정의구현인가. 정작 자신은 그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우리는 여전히 중세 말기에 있던 마녀 사냥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마녀프레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녀프레임>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책이 꽤 두껍고 방대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손에 들어온 책은 200쪽이 다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려울 수 있기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책을 읽어갔는데 의외로 책은 쉽게 읽혔다.그러나 책이 가볍거나 허술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작가는 한시도 '마녀사냥의 프레임' 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마녀 사냥의 역사와 원인, 근대 유럽에서 현재 한국사회까지를 빠르게 훑는다. 중요한건 '마녀'가 아니라 마녀사냥의 '프레임'임을 책을 다 읽어갈때쯤이면 깨닫게 된다. 작가는 마녀프레임에 말려드는 사람들이나, 마녀프레임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마녀프레임의 원리와 현상에 대해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서술할 뿐이다. 그러나 그 설명을 읽으며 마녀프레임의 위험성에 대해 깨닫게 될 떄, 독자는 비로소 마녀프레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다. 마녀프레임은 근대의 잔제가 아니라, 현재를 구성하는 위험한 수단인 것이다.
마녀는 언제나 자본-민족-국가라는 삼위일체를 유지하기 위한 예외상태로 남아있다. 이것이 바로 마녀프레임을 여전히 작동하게 하는 원천이다. 예외적 존재야마로 근대 국가를 위한 희생양이다. p.142
마녀는 언제든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누구라도 공동체가 필요로 할 때 마녀가 될 수 있는 조거이야말로 근대 사회가 갖는 특징일지도 모른다. 이런 까닭에 마녀는 끊임없이 현재로 귀환하는 유령같은 존재이다. p.160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책을 쓴 목적에 대해 '마녀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책을 쓴 까닭은 이 사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녀프레임>을 다 읽고 나면 굳이 작가의 취지를 생각하지 않아도 마녀와 마녀프레임에 대해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된다. 마녀프레임은 여전히 우리의 곁에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 사이에 마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마녀프레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 마녀프레임을 벗어나길 원한다면 우리는 사유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마녀프레임>을 읽어야 한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만 한다. 그 사유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