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돌콩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0
홍종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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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무스름한 씨앗이 참 작기도 하다. 씨앗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어렵게 어금니 위로 옮겼다. 그리고 지그시 힘을 주었다. 시큰한 느낌이 어금니에 느껴지면서 씨앗이 깨졌다. 단단했다. 입안 가득 비릿한 날콩 맛이 퍼졌다. 돌콩도 콩은 콩이었다. p. 112


  시큰하고 비릿한 맛, 청소년기를 미각적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청소년기는 풋풋하다 못해 비릿하다. 동시에 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무게가 그들의 몸에 비해 너무 무거워 보고 있자면 코 끝이 시큰해 온다. <달려라 돌콩>은 청소년들 중에서도 유독 몸집이 작고, 짊어져야 하는 짐의 무게는 큰 ‘오공일’이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159센티미터의 키에 몸무게는 46키로. 오공일은 또래 중에서도 무척 작고 왜소하다. 학교에서도 작은 몸으로 인해 괴롭힘을 받고 충동적으로 무면허 차량절도라는 엄청난 범죄까지 저지르고는 학교를 자퇴한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에서 많이 부족한 오공일에게 딱 맞는 기회가 있었으니 바로 기수학교였다. 그의 왜소한 몸도 기수학교에서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체격이었고 악바리 같은 면모도 말을 모는 것에는 도움이 된다. 오공일은 기준 미달의 미숙한 아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알맞은 기준이 필요했던 것 뿐이었다. 돌콩 또한 마찬가지다. 크고 매끈한 다른 콩들처럼 식용으로 쓰이지 못해 길가의 잡초 취급을 받지만, 우공일에게는 완벽한 간식이다. 돌콩도, 오공일도 주변부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작가는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그들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끌어안아 주인공으로 빛나게 한다.


  비단 오공일뿐만이 아니다. 청소년들은 사회에서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 그들이 더 성숙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임을 작가는 오공일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오공일이 기수학교 졸업을 위해 한발씩 나아가는 과정은 그 좌우충돌의 이야기가 너무도 풋풋해 비릿하다. 또한 오공일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전봇대에 소주를 붓는 장면을 비롯해 그가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보고 보듬어가는 과정은 시큰하다. 단단하지만 작다. 그러나 돌콩이 콩은 콩인 것처럼 오공일은 오공일이다.


  오공일이 제주도에서 말을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장면을 읽으며 얼마 전에 보았던 <특별한 배달> 속에서 남녀 주인공들이 방방 위에서 힘껏 뛰는 장면이 겹쳐보였다. 비릿하며 시큰한 그들의 삶은 그것이 말을 타는 왜소한 소녀와 소년이건, 오토바이를 타는 소년 소녀이건 응원 받아야 한다. 건강한 청소년 소설을 읽으면 시원한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신 듯 청량해진다.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달려라 돌콩>은 상쾌한 바람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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