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안녕하기를 - 나의 깃든 이에게 저스트YA 15
남유하 지음 / 책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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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안녕하기를』은 깃든 이와 함께 순리를 거스르려는 주인공, 소로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깃든 이는 영혼을 말한다. 소로의 부족은 열일곱 살 전후로 빙의되어 함께 살아가는데, 이때 빙의되는 영혼은 조상부터 해서 일면식도 없는 자나 흉악범, 살인자가 될 수도 있다. 인간만 가능한 것도 아니라서, 그 외 동물이나 식물도 깃든 이가 될 수 있다.


소로의 몸에 들어 온 깃든 이는 자신을 지구에서 왔다고 말했다. 깃든 이, 영인과 함께하게 된 소로는 외롭지 않은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소로의 언니가 집에 들렀다. 무당의 영혼을 받아서 신당에 가 있는 언니는 소로와 달갑지 않은 사이였다. 언니는 소로가 지구에서 온 영혼을 깃든 이로 받았다는 사실에 얼굴이 창백해진다. 얼마 후 언니는 소로에게 절대 신당 주위로 오지 말라며 신신당부하고서 다시 돌아갔다.

평소와 같은 시간을 보내던 소로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어머니와 정겨운 사이가 아닌 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감정을 느낀다. 어머니께 가서 독립하겠다 말하자 어머니는 소로의 손에 편지 하나를 쥐여주었다. 소로는 작은 배낭을 꼭꼭 눌러 담아 여정에 발걸음을 올렸다.

여정을 시작한 날, 소로는 편지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의 진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가 소로에게 무관심했던 이유와 예언에 대해 말이다. 소로는 편지 속 예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검은 무당을 찾아가게 되는데...


줄거리에서부터 느껴졌겠지만, 『부디 안녕하기를』은 그 소재가 참신하다. 독특하다는 말로는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포인트는 성장과 공존이었다.
첫째로 성장이다. 초반부 소로는 아직 가족이라는 틀 속에 귀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청소년은 그러하다. 자신이 아직 무엇이 되고 싶은지, 혼자 잘 해낼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은 특정 계기만 있다면 쉬이 변할 수 있는 존재다. 어떤 것이든 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간에 가능하다. 소로는 예언이라는 계기를 통해 자신의 길을 깨닫게 된다.

내가 적어놓은 부분은 검은 무당을 만나기 전까지의 내용이니만큼, 소로의 여행의 한 부분도 다 적지 못했다. 소로의 성장담은 그 후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므로 책을 읽으면서 그 여정에 함께하기를 권하고 싶다.

둘째는 공존이다. 그러나 공존은 책을 완독하지 않아도 바로 와닿는 주제였을 것이다. 주 된 소재만 하여도 하나의 몸에서 여러 영혼이 사는, 즉 공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다. 요즘 같은 혐오의 시대에서는 특히 더 공존이 중요하다. 서로가 돕는다면 극복할 수 있는 일임에도 질책하고 탓하는 것에 정신 팔려 하나도 이뤄내지 못하는 이때, 우리는 공존이 도움임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책 속에서도 영인과 소로의 협력과 배려로써 공존을 드러낸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상하는 공존은 어떤 모습일까, 고민하는 것도 추천한다. 또 후반부에 가면 영인, 소로와 반대되는 공존을 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고민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부디 안녕하기를』은 높은 몰입감을 가진 책이다. 숨어 있는 주제와 소로의 성장담 역시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하여, 『부디 안녕하기를』를 읽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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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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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은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인 모파뿐 아니라, 등장인물 대다수가 다음 단계를 향해 발을 디딜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성장소설은 이처럼 다 함께 성장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책장을 펼치고 눈에 들어온 포인트는 '심해종'과 '고산종'이었다. 심해종과 고산종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각 바다로 내려가는 것과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택한 인간들이다. 환경에 맞게 진화하여, 같은 인간임에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ex.심해종과 고산종의 아가미 유무) 진화를 사용한 해당 소재가 흥미롭게 다가온 까닭은, 우리는 언제나 고난과 재난 속에서도 발전해왔기 때문이리라.

독특한 소재도 소재지만, 내가 『파란 파란』을 높이 평가하고픈 이유는 청소년소설로써 완벽히 부합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많은 청소년 소설을 읽어왔지만 대게 와닿지는 않았다. 오히려 유치하게만 느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파란 파란』은 공감이 많이 되었다.

'무슨 인생에 정답이 없냐. 막막한 일만 가득이고.' (77p)

내가 겪은 바에 따르면 청소년은 방황하는 시기이다. 고등학교를 부모님이 가라 해서 간 친구, 특성화고는 어른들 시선이 안 좋으니, 인문계를 간 친구, 학교 선생님이 '네 성적에 왜 특성화고를 가냐' 해서 인문계로 간 친구와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여 학교를 택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처럼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내 의지와 내 꿈을 가지고 확신하여 미래를 선택한 친구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러 간 친구는 좀 달랐을까? 방황하지 않았을까?
정답은 '아니'다.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간만큼 배로 고생하는 듯 보였다. 이는 현실이라는 벽을 넘을 수 있는 발판이 재능이지 좋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심해수영을 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게 아니라면 나는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을까? (49p)

분명 처음에는 좋아서 시작한 게 맞는데 어느 순간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심해수영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재미를 느끼는 일이 줄어들었다. (81p)

또, 꿈은 있지만 성적이 부족해 원하는 학과에 못 들어간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이 친구들은 '왜 우리학교를 왔냐' 는 선생님의 물음에 'ㅇㅇ과 떨어져서 여기 왔어요.'라고 답한다. 얼마나 안타까운가. 하고 싶은 게 없는 친구들은 남에게 휘둘려 선택을 강요받고 하고 싶은 게 있는 친구들은 현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니.

어쨌든, 이런 고민과 방황을 볼 때 나는 꼭 생각하곤 했다. 아, 그냥 인생에 정답이 있으면 좋을 것을. 학교 시험을 치는 것처럼 오답을 쓴 사람들은 탈락시키고 정답을 쓴 사람들은 잘 살 수 있게 해주면 얼마나 편할까. 하고. 그래, 발췌한 문장과 비슷한 생각이다. 한 번쯤이라도 방황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소설 속 내용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책이 전해주는 메세지 역시 인상 깊었다. 나는 사실 포기는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은 다 잘 버티고 있는데 나만 포기하면 나는 패배자가 되는 것 아닐까. 나만 바보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파란 파란』을 읽고 생각이 좀 바뀌었다.
포기는 포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를 끝내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A를 포기하고 B를 선택했지만, 도전한 B도 못할까봐 걱정일 수 있다. 그런데 뭐 어떤가, 사람이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방황하는 당신이, 부디 도전하고 포기하며 결국 진심으로 원하는 결말에 다다를 수 있기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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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사계절 1318 문고 152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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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사계절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슬픔의 틈새』는 단옥, 타마키, 올가 세가지 이름으로 살았던 주인공의 긴 삶을 써낸 작품이다. 해당 책은 공감이 많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시대적 상황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 사람들의 삶은 황폐했다. 창씨개명을 하고 나라를 빼앗기고 모멸과 멸시를 받아야 했던 그 역사를 떠올리면 절로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물이 난다. 그런 상황이 책의 배경으로 자리하다 보니 1부 후반에서 도저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서, 공감이 많이 갔다. 둘째 이유는 주인공의 활달하고 희망찬 면모와 가끔 내비치는 청소년다운 모습들이 공감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다.

『슬픔의 틈새』는 제목을 쪼개보면 슬픔과 틈새라는 두 가지 단어가 나옴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서평을 두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하겠다.
첫째는 슬픔의 '틈새'이다. 1부, 2부, 3부를 지나갈수록 주인공에겐 큰 시련들이 계속 닥쳐온다. 삶이 불완전함의 연속이고 고행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청소년에게 과할 정도로 아픈 순간들로 말이다. 제목의 슬픔은 이 사건들을 의미한다. 그럼,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 인생에는 파도가 칠 수밖에 없고 이 파도를 수용하라는 걸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이 책은 슬픔보다 틈새를 주제로 잡음을 느꼈다. 작품 전반에 걸쳐 나오는 연대와 사랑의 모습들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덕춘은 정만 가족에게 금싸라기 같은 쌀을 몇 됫박 담아 주었다. (99p)

해당 문장만 보아도 따뜻한 감정이 들지 않는가? 나는 감동을 느꼈다. 나도 아니고 가족도 아닌 남을 위해서 내 몫을 나누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요즘처럼 정이 없어진 시대에, 이렇게 서로를 돕고 함께 손잡아 극복해 내는 모습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와닿았다.
그렇기에 작가님께서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첫째 말은 슬픔보다는 틈새에 가깝다는 것이다. 사랑과 도움, 연대와 조화, 정과 협력들이 주제에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서로의 손을 잡고 이겨내지 못할 것이 어디 있으랴. 나는 척박한 환경과 인생의 고난 속에서 피어난 희망을 그려냈다고 느꼈다.

둘째는 '슬픔'의 틈새이다. 내가 슬픔을 잘 느꼈던 순간은 1부였다.

엄니, 이곳은 지옥이나 다름없어요. 왜놈들은 조선 사람들 목숨을 모기만치도 안 여겨요. 탄광 앞에서 죽은 사람들, 시, 시체가 거, 거름 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중략) 엄니, 보고 싶어요. 배가 고파요. 집에 가고 싶어요. (83, 84p)

해당 파트가 특히 울컥했다. 강제로 끌려와서 탄광에서 노동하며 집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해당 편지는 전해지지조차 못했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으므로 조선으로, 집으로, 어머니에게로 전해지지 못했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나는 우리 역사가 이토록 황폐하고 피로 얼룩졌다는 사실에 분노와 슬픔을 느꼈다.

『슬픔의 틈새』를 통해 희망과 극복의 교훈을 얻었고, 역사의 아픔과 슬픔을 다시 마주했다. 책이라는 건 재미로 읽어도 충분하다고는 하나, 이렇게 역사적이고 교훈이 담긴 책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이 이금이 작가님은 청소년 소설과 동화라는 장르의 중심축이 되는 작가님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유진과 유진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청소년 독자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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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칼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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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칼』은 전쟁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랑 이야기이도 하며, 연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전쟁은 제국과 외계인의 전쟁이었지만, 현실이라고 크게 다른 전쟁을 하고 있지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미국과 이란의 전쟁. 21세기임에도 과거 피 흐르던 역사가 반복된다. 전쟁을 좋아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가족을, 나를, 연인을, 자식을, 친구를, 평안한 일상을 잃는 걸 누가 원할까. 전쟁으로 피 흘리며 곡하는 이들이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다. 그들의 의지로 서로를 죽이는 게 아니다. 하루빨리 전쟁들이 마무리되길 희망한다.

세상의 전쟁이 국가와 국가 간의 싸움만 있을까? 아니다. 다른 전쟁 역시 존재한다. 아직 세상은 불합리와 차별, 억압 속에 있다. 전자의 전쟁뿐 아니라, 이 때문에 치른 희생도 많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어야만 했고, 고통과 아픔 속에서 살아야 했다. 옳은가? 하고 묻는다면 옳지 않다. 고 답하겠다. 그만큼 세상이 옳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세상에 옳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데, 평생 옳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우리가 무언가 해볼 수 있다. 남을 위해 조금 더 배려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갈 수 있다. 내 몫을 조금 덜고 남의 빈 그릇을 조금 채워줄 수 있다. 작은 선행들이 모여서 새로움의 시작이 될 것이며 올바른 길이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세상을 바꿔나갈 그날을 희망한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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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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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는 착해서 동급생에게 호구라 불리는 인간이다. 또 부모님이 이혼했기에, 할아버지, 엄마, 윤수 셋이서 살고 있다. 아픈 할아버지와 어린 윤수 대신 돈을 버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다. 혼자 악착같이 벌어도 셋을 감당하는 것은 어렵기에, 윤수네는 가난하다. 그러므로 윤수는 가난하고 착해 빠졌으며 싸움도 못 한다.
그런 윤수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호구가 아닌 개자식이 되기로 다짐한다. 마침내 반에서 최고의 자리에 앉았을 때, 윤수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쯤에 윤수가 외면했던 왕따, 주온이 자살 시도를 한다. 그런데 주온의 유서에는 유일한 친구로서 윤수가 존재했다. 윤수는 죄책감을 느끼며 주온의 병문안을 간다. 병문안을 갔을 때, 주온은 행복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

“행복이 그렇게 중요할까.”
손이 아래로 떨어지고, 휴대폰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걸 위해 너무 많은 걸 잃었는데.”
주온이 나를 본다. 답을 찾듯 나를 바라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나는 답을 내어 주지 못한다. (166p)

윤수는 병실을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죽었다. 할아버지는 윤수에게 행복하라고 했다. 엄마는 큰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윤수는 길을 잃었다. 개자식이 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아니었다. 이제 윤수는 혼잡해진 경로를 손에 쥔 채 바란다.

그걸로는 안 돼요. 그것만으론 채워지지 않아요. 그따위 허상으로는, 나는.
하늘이 아니라 땅을 딛고 말해 줬으면 좋겠어.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 손주, 하고 안아 주면서.
나 같은 것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175p)

윤수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다. ‘설령 아주 불행해진다 해도 좋으니 자유롭게 저만의 인생을 살’ 겠다고 말이다.


『호구』는 윤수가 마침내 삶의 정의에 마침표를 찍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심으로 잡힌 단어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선(+ 호구). 다른 하나는 인생이었다. 먼저 선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요즘 사회는 착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착하게 살면 바보이며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호구가 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이 어딘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 고장 난 톱니바퀴를 아직 갈아 끼우지 못한 탓이다. 사람들 모두 끼긱거리는 엉성한 기계음을 들었다. 그렇지만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잠시 가동을 멈추고 고장 난 톱니를 빼도 될 만큼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쉼을 고작 톱니바퀴 갈아주는 데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두가 외면해 온 일들은 점차 자라서 사회에 뿌리박힌 문제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착한 사람이 욕으로 무시당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호구라고 불리는 게 무서워서 선의의 순환이 사라지고 끊켜선 안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했다. 왜 친절한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까지 만들어서 욕하는 거지, 싶어서.

내가 들은 말인데, 사실 사람들은 선을 미워하는 게 아니랬다. 선이 싫어서 고장 나고 뒤틀린 사회를 그냥 두는 게 아니랬다.
그들은 선이 정말 짜증 나서 조롱하고 욕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은 선을 사랑한다. 나방이 가로등 빛을 따라가듯 인간도 선이라는 빛을 따라가게 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아는 것이다. 내가 완벽한 선일 수 없다는 걸, 나는 탁하고 더러운 면모가 있다는 걸. 그래서 미워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닮고 싶었던 선이지만 내가 될 수 없기에 선을 미워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본질적으로 선을 사랑하는 우리가, 서로에게 손 뻗을 수 있는 이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자. 작품에서는 결국 행복하지 않아도 인생에 가치가 있노라고 말한다.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 (207p)

인생이란 것은 정해진 항로를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고 선로가 정해진 기차도 아니다. 수학처럼 어떤 공식을 대입해야만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며 정답지나 자습서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 인생은 길든, 짧든,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돈이 많든, 돈이 없든,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살아있음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호구』를 읽는 모든 방랑자가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당신이 가는 길은 그 자체로 도로가 될 것이며 또 새로운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길이 정답이라 여기고 힘차게 발 디딜 수 있기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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