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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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는 착해서 동급생에게 호구라 불리는 인간이다. 또 부모님이 이혼했기에, 할아버지, 엄마, 윤수 셋이서 살고 있다. 아픈 할아버지와 어린 윤수 대신 돈을 버는 것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다. 혼자 악착같이 벌어도 셋을 감당하는 것은 어렵기에, 윤수네는 가난하다. 그러므로 윤수는 가난하고 착해 빠졌으며 싸움도 못 한다.
그런 윤수는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호구가 아닌 개자식이 되기로 다짐한다. 마침내 반에서 최고의 자리에 앉았을 때, 윤수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답답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쯤에 윤수가 외면했던 왕따, 주온이 자살 시도를 한다. 그런데 주온의 유서에는 유일한 친구로서 윤수가 존재했다. 윤수는 죄책감을 느끼며 주온의 병문안을 간다. 병문안을 갔을 때, 주온은 행복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다.

“행복이 그렇게 중요할까.”
손이 아래로 떨어지고, 휴대폰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걸 위해 너무 많은 걸 잃었는데.”
주온이 나를 본다. 답을 찾듯 나를 바라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나는 답을 내어 주지 못한다. (166p)

윤수는 병실을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죽었다. 할아버지는 윤수에게 행복하라고 했다. 엄마는 큰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윤수는 길을 잃었다. 개자식이 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아니었다. 이제 윤수는 혼잡해진 경로를 손에 쥔 채 바란다.

그걸로는 안 돼요. 그것만으론 채워지지 않아요. 그따위 허상으로는, 나는.
하늘이 아니라 땅을 딛고 말해 줬으면 좋겠어.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 손주, 하고 안아 주면서.
나 같은 것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175p)

윤수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린다. ‘설령 아주 불행해진다 해도 좋으니 자유롭게 저만의 인생을 살’ 겠다고 말이다.


『호구』는 윤수가 마침내 삶의 정의에 마침표를 찍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심으로 잡힌 단어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선(+ 호구). 다른 하나는 인생이었다. 먼저 선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요즘 사회는 착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착하게 살면 바보이며 남에게 친절을 베풀면 호구가 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이 어딘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 고장 난 톱니바퀴를 아직 갈아 끼우지 못한 탓이다. 사람들 모두 끼긱거리는 엉성한 기계음을 들었다. 그렇지만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잠시 가동을 멈추고 고장 난 톱니를 빼도 될 만큼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얼마 안 되는 쉼을 고작 톱니바퀴 갈아주는 데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모두가 외면해 온 일들은 점차 자라서 사회에 뿌리박힌 문제가 되었다.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착한 사람이 욕으로 무시당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호구라고 불리는 게 무서워서 선의의 순환이 사라지고 끊켜선 안 되는 것 아닌가.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에 돌을 얹은 것처럼 답답했다. 왜 친절한 사람을 조롱하는 단어까지 만들어서 욕하는 거지, 싶어서.

내가 들은 말인데, 사실 사람들은 선을 미워하는 게 아니랬다. 선이 싫어서 고장 나고 뒤틀린 사회를 그냥 두는 게 아니랬다.
그들은 선이 정말 짜증 나서 조롱하고 욕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은 선을 사랑한다. 나방이 가로등 빛을 따라가듯 인간도 선이라는 빛을 따라가게 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은 아는 것이다. 내가 완벽한 선일 수 없다는 걸, 나는 탁하고 더러운 면모가 있다는 걸. 그래서 미워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가장 닮고 싶었던 선이지만 내가 될 수 없기에 선을 미워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본질적으로 선을 사랑하는 우리가, 서로에게 손 뻗을 수 있는 이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자. 작품에서는 결국 행복하지 않아도 인생에 가치가 있노라고 말한다.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

“행복하지 않은 삶에도 가치가 있어.” (207p)

인생이란 것은 정해진 항로를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고 선로가 정해진 기차도 아니다. 수학처럼 어떤 공식을 대입해야만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며 정답지나 자습서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우리 인생은 길든, 짧든,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돈이 많든, 돈이 없든,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살아있음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다.
『호구』를 읽는 모든 방랑자가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 당신이 가는 길은 그 자체로 도로가 될 것이며 또 새로운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길이 정답이라 여기고 힘차게 발 디딜 수 있기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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