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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평점 :
요즘 간혹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 집이 조금만 형편이 좋았더라면....’ 어쩌면 남들만큼 살지 못한다는 그래서 어떻게라도 남들만큼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다. 아주 밑바닥 인생까지는 아니어도 오만가지 일을 다 해 봐서 그런지 삶의 여유가 부럽기만 하다. 이런 시점에서 조정래의 외면하는 벽이란 소설집을 읽게 되었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을 읽다가 불현듯 나의 모든 생각이 그저 사치라는 걸 느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도 달라진 것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편리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런 편리함을 쉽게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더구나 바다를 건너 자신이 태어나 자란 나라를 뒤로 하고 한국에 온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은 어떨까? 물론 70년대 한국의 노동자들보다야 이들이 더 편하다고 할지 모르나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이란 그때보다야 지금이 훨씬 더 크다.
아리랑, 태백산캑, 한강으로 우리 현대사를 가로지르며 이야기를 펼쳐 나간 선생은 하나 하나의 짧막한 이야기를 통해 그 안에서 우리가 놓친 많은 이야기를 해 나간다. 무기징역을 받아 외딴 감옥에 갇힌 사상범, 엄마를 찾아 나선 소년, 직장 동료의 죽음으로 인해 사람이란 존재를 생각하는 회사, 미군과 양공주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들의 아픔 등 무심히 스쳐 지나간 지난 세월의 흔적들을 그대로 써내려간 듯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 속에서 우린 추억이란 이름으로 지나간 아픔의 기록들을 들추어 내고 있다. 이야기 하나 하나엔 짙은 아쉬움만이 가득하다. 어쩌면 슬픈 기억의 추억이라고 할까. 이것도 지나면 아름다움으로 발전할지 모르지만.......
그 시대를 살아본 적이 없기에 생소하지만 역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희미하게 알았던 이야기를 이렇게 소설 속에서 다시 읽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학교에서도 잘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바로 현대사이기에 어디서든 쉽게 알 수 없는 우리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옛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 새삼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우리 현대사의 기록이 소설이든 역사든 좀더 다양하게 많은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무나 급격하게 변했던 현대사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제대로 된 현실을 살아갈 수가 없다. 외면하는 벽은 지금도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다. 그래서 역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