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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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 때론 주인공이 되어 감정이 들어갈 때가 있다. 이런 소설은 뭔가 여운이 오래 남는다.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을 때 대부분은 이런 인생도 있구나 저런 인생도 있구나 하며 읽기 마련인데 문미순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란 소설은 마치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다.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지만 리얼리즘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 때 소설은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가 되고 삶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이런 점에서 마치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명주와 준성으로 대표되는 소설의 인물들은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이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바로 나의 모습이고 너의 모습이고 우리의 모습이다.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지만 상황은 따라주지 않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그런 설정이 과하다 싶다가도 뉴스 속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접하다 보면 소설 속 인물 설정이 과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혼을 한 후에 홀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명주는 끝내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연금 때문이다. 뭔가 극적인 요소 같지만 현실에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가슴 아프게 여겨진다. 준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두 인물이 나중엔 서로 만나 의지하게 되고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된다. 어쩌면 다른 희망의 발견이랄까. 

 

소설 마지막 부분에 대리 기사의 대목이 눈이 오는 날이라고 하는데 눈이 오게 되면 대리 기사들은 위험해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 대리 기사가 부족하니 오히려 대리비가 오르게 된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러모로 현실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다. 마치 체 게바라의 유명한 명언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가 생각났다. 그래도 이 소설의 결말이 아주 희박한 미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치열하게 문제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해보게끔 하는 작가의 치열한 사고 방식이 감탄할 만 했다. 쉽사리 어떤 결정 내지 결론을 내리기 힘든 상황 속에 처한 인물들 속에서 우리의 겨울을 지나온 방식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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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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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란 무엇일까? 지도자라면 나라의 위태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 한 나라를 책임지는 자리는 그만큼 무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어떻게 변하는가? 사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상은 변한다. 주변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 해도 세상은 늘 변해 왔고 변하고 변할 것이다. 현실에 안주한다는 건 그 자신이 멈출 뿐이다. 

 

지도자는 사람을 이끄는 사람이다. 비록 왕권 사회라 해도 그렇다. 백성이 존재해야 왕도 존재하는 법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왕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조선의 몇몇 왕들은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 중 인조도 들어간다. 

 

주변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는 건 과거를 통해 배우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인조는 듣지 않았다. 굳이 들으려고 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 실패의 경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놓쳐 버렸다. 

 

책은 병자호란을 중심으로 이전의 이야기, 전쟁 중 이야기, 이후의 이야기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책은 전반적으로 인조와 그 시대상을 이야기 한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흐름을 설명하여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쉬웠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저자가 참 쉽게 풀어 쓴 느낌마저 가지게 한다. 

 

왕이 비록 도망다니며 난리를 부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다. 장수가 아니라면 이름도 없이 죽어간 민초들. 그 하나 하나의 사연을 다 알아갈 수 없지만 끝까지 투쟁했던 용맹한 전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남한 산성은 단지 관광차 가기보다 역사를 알고 가면 더 뜻깊은 의미들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빛나는 역사든 아픈 역사든 역사에서 배우고자 하는 부분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꼭 기억하고 학습해야 함을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런 책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병자호란에 관한 책을 추천한다면 단연코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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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의 눈 문학인 산문선 1
서정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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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 번씩 책의 제목을 본다. 대개는 책의 제목 속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저자도 책의 제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정의 낙타의 눈이란 책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어떤 책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생물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뭔가 다른 이미지를 설명하려는 책 같기도 했다. 이미 여행기라고 알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대략 낙타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려나 하고 나름 추측을 했다. 그런데 낙타의 눈은 사람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의 다른 뜻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이 여행기 속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곳이 없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곳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만큼 낯선 이국 땅의 어느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 중심의 이야기로 펼쳐 나간다. 간혹 멋진 풍경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더 호기심 어린 눈길로 볼 수밖에 없었다. 

 

페트로프 보드킨. 아르프 쿠인지, 보리스  쿠스토디예프 이런 화가들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보았다. 러시아에 이런 화가들이 있었구나 싶은 마음 뿐 그들의 예술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앎에 대한 욕구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두루 완벽하게 알 수는 법이다. 그렇기에 대략적으로 읽어볼 뿐 자세히 파고들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그림 보는 안목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의 여행기 속에는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있다.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어딘가 모를 낯익음이 숨어 있다. 낙타의 눈은 사람 이름의 풀이다. 그 속에는 이 눈처럼 맑고 청아하고 반짝이게 이 세상을 살아가라는 여기나 저기나 거기나 똑같은 부모의 바람이 담겨 있다. 묘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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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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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어느 지침이 있다 해도 그것이 모든 개인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확고한 진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는 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삶 속에는 고유한 개개인의 삶이 있기에 그렇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기에 수업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수업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성지연의 어른의 인생 수업이란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펼쳐 나갈지 궁금했다. 저자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을 소개한다. 어떤 책은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기도 하고 어떤 책은 지루하게 읽었던 책도 있고 어떤 책은 정말 새로운 책도 있다. 저자의 느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독서 토론 모임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물론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 대부분이어서 내용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읽은 책 이야기를 읽으며 옛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이런 저런 부분이 있었구나 싶기도 했다. 조곤조곤 해주는 이런 이야기 속에 과연 내 삶을 반추하며 잘 살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정말 가치있게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작은 고민을 안겨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래도 나름의 가치를 한 것이리라. 

 

어른이라고 다 같은 어른이 아니다. 한창 살아가는 어른도 있고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른도 있다. 잠시 이 책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도 있기에 그렇다. 책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서 2의 인생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웬지 가슴에 남았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버린 인생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같은 인생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통해 다양한 삶의 안내자를 만나야 한다. 그래서 사는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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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 - 힘껏 굴러가며 사는 이웃들의 삶, 개정판
최필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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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최민식 선생의 사진집을 본 적이 있다.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사람의 모습 속에서도 한참 동안이나 여운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일 뿐이었는데 묘한 여운이 남았다. 그 여운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다만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어쩌면 사진이란 것도 그림을 보는 것 같은 그런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최민식 선생의 사진집을 본 이후에 누군가의 사진을 통해 여운을 발견한 적이 없었는데 최필조의 말할 수 없어 찍은 사진, 보여줄 수 없어 쓴 글은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짙은 여운이 남았다. 

 

이 책 역시 사람이 주로 등장하는데 이런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추억 여행이라도 떠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리고 뭔가 바쁘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의 손만 가지고도 그 손을 찍은 사진만 가지고도 다양한 느낌을 전달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손의 다양한 모습 만큼이나 다양한 감정들, 다양한 느낌들, 다양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이 느낌들이 뭔가 낯설지 않고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반갑다. 

 

책 제목이 참 근사하다고 느낀 건 할 말은 많지만 말을 할 수 없어 찍은 사진 하나가 참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느낌이고 사진으로 보여줄 수 없어 쓴 글은 마치 하나의 형상으로 이미지로 다가와 많은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만큼 작가의 내공이 깊다고 느껴진다. 

 

어디선가 봄 직한 사진 하나 이야기 하나에 감동을 만들어준 작가에게 그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저자는 마지막에 마음 한 구석이 따스해지는 책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 했지만 이 책은 충분히 그런 책이었다. 뭔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 사진의 여운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짧은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이지 추운 겨울날 호호 불며 먹던 오뎅 국물이 생각난다. 일상의 작은 발걸음 속에서도 이 책과 함께 행복을 찾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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