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낙타의 눈 ㅣ 문학인 산문선 1
서정 지음 / 소명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가끔 한 번씩 책의 제목을 본다. 대개는 책의 제목 속에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저자도 책의 제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정의 낙타의 눈이란 책을 읽었다. 제목만 보고서는 어떤 책일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생물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뭔가 다른 이미지를 설명하려는 책 같기도 했다. 이미 여행기라고 알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대략 낙타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려나 하고 나름 추측을 했다. 그런데 낙타의 눈은 사람 이름에 대한 이야기이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의 다른 뜻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이 여행기 속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곳이 없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곳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만큼 낯선 이국 땅의 어느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람 중심의 이야기로 펼쳐 나간다. 간혹 멋진 풍경 이야기도 나오긴 하지만 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 더 호기심 어린 눈길로 볼 수밖에 없었다.
페트로프 보드킨. 아르프 쿠인지, 보리스 쿠스토디예프 이런 화가들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보았다. 러시아에 이런 화가들이 있었구나 싶은 마음 뿐 그들의 예술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앎에 대한 욕구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모든 것을 두루 완벽하게 알 수는 법이다. 그렇기에 대략적으로 읽어볼 뿐 자세히 파고들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그림 보는 안목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책을 읽으며 어쩌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느낌의 여행기 속에는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있다. 그 시선이 머무는 곳에 어딘가 모를 낯익음이 숨어 있다. 낙타의 눈은 사람 이름의 풀이다. 그 속에는 이 눈처럼 맑고 청아하고 반짝이게 이 세상을 살아가라는 여기나 저기나 거기나 똑같은 부모의 바람이 담겨 있다. 묘한 여운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