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양장)
배병삼 지음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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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논어란 책을 읽어본 건 서른에서 조금 모자른 때이다. 물론 공자의 이야기 중 유명한 것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논어를 읽어본 건 그떄가 처음이었다. 당시 읽었던 논어는 그저 한 이야기에 해설을 풀어쓴 글이었다. 좋은 내용이 가득하였으나 왠지 딱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배병삼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란 책을 읽으면서 조금 놀라웠던 건 딱딱함 보다는 정말 부드럽게 읽힌다는 점이었다. 전에 읽었던 논어와는 다르게 한 문장에 대한 해석보다는 논어를 통해 인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논어의 내용을 녹아들게 만들었다. 마치 논어란 아주 좋은 생선을 적절한 양념으로 맛의 깊이를 더 끌어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논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공자는 결국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 흔들리지 않았고 어짐과 예를 다하되 불의에 대해선 단호하게 증오하기도 했다. 정말 이런 스승이 있다면 기꺼이 내 모든 걸 포기하고서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물론 그 전에 좋은 스승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겠지만.......

 

전에 읽고 나서 의문이 들었던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해소되기도 했다. 해석자에 따라 공자의 이야기의 뜻이 약간 차이가 있으니 최소한 두세 가지 번역의 논어를 함께 읽어보는 것이 필요함을 새삼 느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른 번역이든지 해설이든지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 부분에 저자는 "하여 논어의 인생이란 내내 배우고 또 익히며 살다가 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고 이야기한다. 논어의 첫 이야기부터 배움으로 시작하여 사실상 마지막 이야기까지 배움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공자가 강조했던 건 배움이다. 인을 배워야 하고 예를 배워야 하며 효를 배워야 한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논어를 읽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 1순위로 놓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편하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저자의 사유의 깊이가 남달라 한 번 읽고 그냥 덮을 수 없다. 더 고민해 보게 된다. 이렇게 더 고민하게끔 만드는 책이 진정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깊이있는 인문학적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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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 현대과학의 최전선에서 탐구한 의식의 기원과 본질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이정진 옮김 / 알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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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심장이 있는 가슴을 가리킨다.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마음이 뇌에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그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한다는 것 또한 뇌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우리가 의식한다는 것 역시 그렇다. 물론 아직도 마음이 심장에 있나 아니면 뇌에 있나 이걸 가지고 논쟁을 하기도 한다.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증명하는 건 어렵다.

 

크리스토프 코흐의 의식이란 책은 바로 이런 것들을 탐구한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 의식의 출발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어떻게 과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자기 성장 이야기에서 최신 의식 연구에 대한 내용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굳이 표현하자면 자전적 과학 이야기라고 할까. 사실 뇌과학과 심리를 잘 모르고 이 책을 접한다면 솔직히 조금은 당혹스러운 면이 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 심지어 철학까지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으니 어렵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한 과학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의식이란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감이 올 것이다. 이왕이면 스토리 형식으로 구성해도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인지 상당히 많은 책들이 번역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뇌는 소우주라고 불리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연구 진행 단계에 놓여 있다. 아직은 인간이 밝힐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최근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도 과학의 발전으로 더욱 밝혀질 가능성이 크다.

 

책을 덮으며 생각났던 건 바로 이 순간도 의식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건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조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말이다. 의식의 탐구 과정을 통해 뇌과학과 철학 그리고 심리학까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행하다 보면 의식의 지식들이 점점 쌓여갈 것이다. 또한 종교와 과학간의 커다란 갈등도 결국은 서로 상호보완으로 협력해야 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몇 가지로 분류했지만 의식을 무어라고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이런 지적탐구 여행을 한 번 떠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마 멋진 여행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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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경제 - L’economie des inegalites
토마 피케티 지음, 유영 옮김, 노형규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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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가진 사람은 더 많이 가지게 되지만 가지지 못한 사람은 반대로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가 날로 커지고 대기업의 임원과 평사원의 임금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이런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늘고 있다.

 

토마 피케티의 불평등 경제도 바로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겠지 싶었는데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내용은 다소 어려웠다. 물론 저자가 이론만 가진 학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 우리가 소득 하면 단순히 일을 해서 벌어들인 것만을 생각한다면 토마 피케티는 자영업 소득, 퇴직 연금, 이전 소득, 세습 재산 소득 등으로 분류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류를 백분율로 통계 내어 수치로 보여주고 임금 불평등에 대한 기록도 마찬가지로 도표화 시켜 보여준 것이 신뢰감을 형성한다. 물론 이런 도표와 수치가 프랑스를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OECD국가에 대한 기록도 함께 남겨 두었다.

 

책은 전반적으로 전문성을 띤다.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일반 독자들이 읽기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일반 독자들을 배려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 어려운 경제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 놓았다. 마치 경제 용어 사전 쯤 되는 듯 하다. 처음 책을 읽다가 '이 용어가 무슨 뜻이지?' 이런 물음을 가졌던 것들도 뒤에 보니 상세한 설명이 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대개의 책들은 앞 부분에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는 프롤로그와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책을 다시 정리하는 에필로그가 있는데 이 책은 에필로그가 빠져 있다. 물론 마지막 부분인 재분배의 도구들에서 작가가 마무리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을 에필로그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뭔가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어도 끝난 느낌이 아니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마지막에 재분배의 도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뭔가 결론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이런 저런 대안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앞으로도 이런 책과 같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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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탁지일 지음 / 두란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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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종종 여호와의 증인에서 아예 가판대를 설치하며 서 있는 모습을 본다. 더구나 신천지도 아예 거리에서 전도를 하곤 한다. 소위 이단들이 거리까지 점령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에 반해 교회에서 전도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탁지일의 이단이란 책을 읽으며 우리 시대 과연 이단들이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교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책은 이단이 어떤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게 되었는지 역사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작 많은 한국 교회 교인들이 알고 싶은 건 우리 시대 이단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 여호와의 증인도 영어 공부를 빌미로 포교 활동을 많이 하고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통일교를 선전하기도 하고 실내체육관 같은 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는 구원파가 있다 해도 가장 무서운 건 신천지의 활동이다. 오죽하면 교회마다 신천지에 대한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까.

 

신천지가 과연 어떤 교리를 가지고 있으며 왜 그리스도인들이 신천지의 미혹에 넘어가고 있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서 이야기를 해 주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었다. 책은 그저 신천지의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 단순히 신천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성 차원에서만 그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물론 제한된 지면에 다 실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천지로 인해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성도들을 위해서라도 신천지의 교리의 잘못된 점과 이들의 왜곡된 성경 교육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해 놓았으면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인가 직접 신천지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엔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신천지란 생각이 안될 정도로 복음적인 내용을 가지고 접근했다. 이미 신천지란 걸 내가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서야 예수 그리스도가 이미 이땅에 와 있다는 이야기에 결국은 신천지구가 했지만 처음 대화는 지극히 평범한 복음주의자 같았다.

 

학술적인 접근보다는 이 책의 접근 방법이 오히려 성도들에게 어필할 수는 있겠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신천지에 대한 접근 방법이 조금 아쉬웠을 뿐 우리 시대의 이단들에 대한 명쾌한 해설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도 이단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교회 성도들이 이런 이단들에 대해 '나는 절대 이단에 빠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단은 나와 상관없어'란 안일한 자세보다는 더욱 말씀을 묵상하고 연구하는 성도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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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평민열전 - 평민의 눈으로 바라본 또다른 조선
허경진 지음 / 알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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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알게 된 건 주로 왕의 행적들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선비나 장군 즉 벼슬을 하였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한 것도 있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었다. 즉 왕과 그 주변의 이야기가 아니고선 우리가 알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 평민 열전을 읽었다. 조선에도 왕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풍부했다. 왜 그간 이런 노력들이 없었을까.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왕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길 바랄 뿐이다.

 

사기 열전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열전이란 여러 사람들의 전기를 기록한 것이다. 조선 평민 열전 역시 여러 사람들의 전기를 다룬 것이지만 다소 내용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시인부분에선 그저 글을 잘 지었다 정도만 나와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 한 사람의 행적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사기 열전 같은 경우는 한 사람의 행적을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라 인물의 됨됨이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조선 평민 열전은 인물에 대한 소개가 미흡했다. 나름의 추리론 그만큼 평민에 대한 기록이 없었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몇몇 인물들 같은 경우는 다른 책도 출판된 적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러한 인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내용이 별로 없었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소개가 길어지는데 그래서 그런지 앞부분을 읽을 땐 빠른 속도로 넘길 수 밖에 없었지만 뒷부분은 조금 자세히 읽었다. 인물의 됨됨이를 비로소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주목하게 되었던 것은 바로 글을 기록한 사람들이다. 물론 평민의 이야기를 평민이 기록했겠지만 채제공이나 유득공 등 역사책에서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기록한 글도 있다. 소위 벼슬을 하였던 사람들이 평민의 전기를 기록하다니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왕이 중심으로 이루어진 역사 속에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평민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다만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어 왕과 정치인들의 역사가 아닌 평민과 여자 그리고 시민의 역사들이 기록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직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아닌 숨어 있을 수 밖에 없거나 사람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는 그런 기록에 대해서도 조선 평민 열전처럼 책으로 엮여 나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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