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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스페인 여행 이야기라 궁금했다. 스페인하면 여러가지 떠오르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투우다. 하지만 이 투우는 지방에 따라 금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소를 죽인다는 것 때문이다. 또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축구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란 소설 속에서도 등장하는
이야기가 축구 이야기인데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경기는 아마 흥미진진 그 자체이지 않을까.
정혜윤의 스페인 야간 비행이란 책을 읽는데 여행 산문이라고 되어 있지만 여행지에 대한 사진이 없어 놀라웠다. 어쩌면 여행 사진 없는 여행
산문집을 처음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신선했다. 더구나 글이 예사롭지 않았다. 지루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글이 잘 읽혔고 여러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느낀 것도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다만 그래도 어쩐지 사진 없는 허전함이 있었는데 이것이 편견일지는 몰라도 여행 산문집에서 사진이 없다는
건 앙금 없는 찐빵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빵은 너무 맛있고 훌륭하지만......
여행 산문집을 편지라는 형식으로 기록한 것도 색다른 것인데 정도상의 지리산 편지란 산문집을 보면 지리산 곳곳의 기억을 사진과 함께 편지
형식으로 기록하여 산문집을 만들어 제목처럼 편지체란 것을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런 느낌 없이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구나 편지 수신인이 양서류인데 참 독특하다란 말 외에는 어떤 이야기가 더 필요할까 싶다.
이 책은 책 속의 또 다른 책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드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의 소설, 시 등의
작품들과 스페인의 지역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삶을 성찰한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따라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묘한 이끌림이 있다.
저자의 소개란에 보면 라디오 프로듀서와 북칼럼니스트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좋은 북칼럼니스트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기록보다는 이런 책이 더 머리 속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비록 사진 한 장 없어도 이렇게
여운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저자가 부럽다는 생각도 한다. 그만큼 치열한 독서와 사고를 쌓아왔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물론 이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마음도 필요하겠지만...... 암튼 사진 한 장 없는 여행 산문이라고 해도 글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