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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문학 -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
배철현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란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도 이런 강의가 있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서울대와 법무부의 협력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람들에게 인문학 강의가 있었다니 우리도 어찌본다면 희망의 인문학을 우리 나름대로 실천한 것이다.
교수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지 궁금했던 건 청중은 학생과는 다른 사람이었기에 학생에게 강의하듯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을 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어떤 눈높이를 가지고 강의를 시작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읽어본 결과 생각보다 내용이 깊은 데에 놀랐다. 어쩌면 재미에 치우친 강의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건 재미와 내용의 깊이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 모두를 조화롭게 버무려 완벽한 인문학 비빔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조금 양념이 과한 비빔밥처럼 약간은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첫 강의에서 배철현 교수는 마아트와 컴페션이란 다소 생소한 용어를 등장시켜 인문학에 대한 접근을 하였다. 이 두 가지 단어에 대한 개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품어야 할 꿈과 이상 그리고 그에 따른 현실적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했다. 첫 강의부터 상당히 쉬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쉽지 않은 개념을 툭 던지고 쉽게 이야기로 풀어 내었다.
교수들의 강의는 대학 1년생이 교양으로 듣기에도 손색 없을 정도이지만 과연 이런 강의를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잘 들었을까 싶은 의문이 든다. 사람마다 관심사는 다르다. 그렇기에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런 강의들이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지만 한 편으론 그저 지루한 잔소리만 나열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교수들의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과 삶에 대한 탐구를 과연 얼마나 마음 속으로 받아들였는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이런 강의를 통해 진지한 고민을 해본 것만으로도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강의가 그저 일회적 사례가 아니라 꾸준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언제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해보겠는가.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성찰함이 없는 삶이란 그저 무엇인가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강의가 아니더라도 삶 속에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하면서 삶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낮은 인문학이란 책은 바로 그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