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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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한 개인에게 있어 기념이 될 만한 역사적인 기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일들이 때론 역사로 기록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지나간 모든 것이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걸 담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건과 일에 대해서만 기록으로 남긴다. 물론 당시에는평범한 한 개인의 기록이 시간이 흘러 역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주경철의 그 해 역사가 바뀌다란 책을 읽으며 도대체 그 해엔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1492, 1820, 1914, 1945년을 보면 대략 1492년은 콜롬보스를 이야기할 것 같았고 1945년은 전쟁을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1820년과 1914년은 어떤 일이 있었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1820년은 바뀐 동양과 서양의 역사를 1914년은 생물을 멸종시킨 생태학적 변화를 이야기했다.

 

어느 해는 익숙한 거라 가볍게 읽으면서도 저자의 새로운 관점을 주목했고 어느 해는 생소한 거라 이런 사건들이 있었구나 하며 호기심 있게 보았다. 네 개의 코드를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를 펼쳐 놓으니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 인간으로 인해 멸종된 동물이 많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자연은 우리와 함께 가야 하는 존재인데 인간의 과도한 욕망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진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문명과 야만이란 구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며 넌지시 고민 거리를 던지는 것이 좋았다. 우리가 알아야 할 아니 다시 확인해야 할 좋은 고민거리라고 생각한다

 

자연만 파손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통해 서로 죽이는 야만적인 모숩을 보이는 것이 인간임을 다시 확인했다. 과연 역사란 것이 진보할까? 과연 우리는 더 행복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수밖에 없다. 문명이 발전할 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윤택해졌다고 한다. 삶이 더 편해졌다고 해서 결코 행복까지 덩달아 따라오는 건 아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새로운 과학의 발달이 인간 뿐 아니라 자연에까지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곧 로봇의 시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역사적 변곡점으로 말미암아 우린 또 어떤 시대를 맞이하게 될지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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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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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은 흥미롭다. 어떤 한 가지 단서를 가지고도 여러 정황들을 살펴보며 어떤 생각을 해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껴진다. 물론 사건, 범인, 경찰 등 예상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때론 사건 속의 또 다른 사건이 존재하기도 하고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존재하기도 한다.

 

요즘 추리 소설 하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세다. 어릴 땐 아소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였는데 이젠 시대가 변한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인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사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기린의 날개는 가가 형사 시리즈라고 한다. 책 표지를 보면 소설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학, 다리, 한 남자, 조각상의 그림은 소설을 암시하고 있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죽음부터 시작된다. 어쩌면 아주 평범한 스토리다. 그러나 이 스토리가 이끄는 힘이 있다. 아마 이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이겠지만.

 

사건은 3년 전 다리 위에서 죽은 남자의 아들이 수영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연습하던 시절로 올라간다. 거기서 한 사고가 일어나게 되고 그 사고로 말미암아 중학생 한 명은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된다. 어쩌면 살아있어도 죽은 존재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사실 이 사고는 죽은 남자의 아들도 연루되어 있었다. 죽은 남자의 아들은 이 사실을 잊고 지내다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고 자신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된다. 이 사실을 죽은 남자가 알게 되고 물을 다스린다는 신사에 가서 회복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하마터면 전혀 엉뚱한 사람이 살인했다고 뒤집어 쓸 뻔했는데 가가 형사의 수사를 통해 범인을 찾게 된다. 이 소설 가운데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책 표지 뒤편에도 나오는 글귀이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대로 하라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이 이야기를 난 왠지 진실로부터 도망친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 책이 주는 묘한 여운은 아버지의 따스함이다. 평소엔 그리 친한 관계가 아니었던 부자사이였지만 아들을 대신해서라도 용서를 구한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이 누군지 찾아내는 과정만 흥미로웠다면 별 느낌이 없었겠지만 이 소설은 뭔가 쉽게 오해하는 사이에 놓친 사람의 진심에 대한 내용이기에 잔잔한 감동까지 느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이 주는 묘한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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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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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도시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건 도시는 어쩐지 바쁘고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기에 어딘가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휴식을 늘 가질 수 없기에 일탈을 하고 싶은 생각을 한다. 하지만 주변에 나를 따스하게 만들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어딘가 혼자 가는 것보다 그 사람을 만나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정희재의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정말 일상의 소소한 느낌을 적은 글인데 이게 이렇게 위안이 될 줄은 몰랐다. 특히나 제목 앞에 작은 글씨로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란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 이런 순간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이야기 가운데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명절 연휴에 기숙사에 있었던 D의 이야기였는데 D는 명절 연휴에 기숙사에 남아 있게 된다. 기숙사 문은 닫히고 어쩌면 몰래 숨어 있는 것이기에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어찌되었든 한때는 수십 명이 머물렀던 공간에 혼자 남겨진 것이다. 하지만 혼자라고 생각했던 때 우연히 화장실에서 자기처럼 숨어 지내던 한 사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휴게실에서 한 번 더 마주치지만 별 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자신의 방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D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죄란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뭔가 깊은 여운이 남았다.

 

정희재란 작가가 유명 작가는 아닌데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소소한 일상을 아주 담백하게 쓴 것이 이렇게 오랜 여운을 주는 건 어쩌면 작가의 글이 그만큼 진솔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래 수필이란 것이 그런 것이지만 작가의 경험이 마치 나의 경험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오늘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과도한 경쟁 사회 속에 그렇게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렇다. 비록 어딘가를 갈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카페에 앉아 이런 책을 들고 있는 것도 좋다. 이 책이 바로 나와 당신에게 공감과 위로와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을 덮으면 사알짝 행복한 미소 한 모금 지을 수도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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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
주원규 지음 / 인문서원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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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역사적 인물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역사적 인물을 새롭게 그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조명 받지 못한 역사적 인물을 부각하는 것이다. 5만원권 지폐의 주인공인 사임당은 그 자신의 이야기보다 사실 율곡의 어머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막상 사람들에게 사임당의 훌륭한 점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주원규의 사임당 그리움을 그리다란 소설을 읽었다. 주원규란 작가는 그간 그 자신만의 상상력 세계를 펼쳐 보였다. 다른 작가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끌어다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비록 접근이 어려운 소재지만 우리 새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 그리 큰 거부 반응은 없다. 다른 사람이 소설을 썼다면 사임당의 평범한 이야기를 예상했겠지만 이 소설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평범했다. 자신만의 특이한 상상력을 최대한 자제하고 사임당 본연의 모습을 충실히 그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땐 조금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 소설은 마치 생크림처럼 부드러워 술술 읽힌다. 사임당이 처음 이름조차 가질 수 없는 여자로서 살아갈 때 아버지 신명화가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예술가이자 선비로서의 삶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모습과 그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사임당을 잘 그렸다. 그러면서 한 남자의 여자로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살아가면서 고뇌할 수밖에 없는 내면의 갈등과 남편을 닮은 아들과 자신을 닮은 아들 사이에서의 갈등 역시 잘 그려주었다.

 

최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배제한 채 사임당이란 인물의 내면적 고뇌를 주로 그렸다는 점은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소설은 그것이 아무리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관해 쓴다고 해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작가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역사 소설의 딜레마는 이것인데 객관적 사실로 써버리면 작가의 상상력이 죽어버리고 주관적 느낌으로 쓰면 역사적 객관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찌되었든 이 소설이 역사적 사실로서의 사임당을 서술했고 특히 그 내면의 고뇌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누구의 어머니가 아니라 한 예술가로 한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시대적 고민과 아픔을 잘 그렸기에 이 소설과 함께 평전도 참고한다면 5만원권 지폐 속에서 볼 수 있는 한 여자가 아닌 사임당의 진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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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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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을 하며 사는 존재다. 그런데 생각이란 것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생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철학이다. 우리가 흔히 너 철학적이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최진석 교수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란 책을 읽으며 어떻게 하면 깊이 있는 즉 탁월한 사고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철학을 한다는 것 자체를 어느 철학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그 철학자의 생각을 우리 시대 어떻게 적용하고 사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철학하기라고 한다. 즉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철학인 것이다물론 생각할 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의 결과를 알아야 한다. 그 시대 왜 이런 생각의 결과가 탄생하였는지 이 결과가 우리 시대에는 어떤 사유를 낳을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정보가 많다. 인터넷만 뒤져도 여러 가지 지식들을 찾아볼 수 있으니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보다 유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진정한 철학을 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함이 필요하다고 책은 지적한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를 보면 주로 곡선의 디자인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직선의 디자인이었는데 이것이 곡선의 디자인으로 바뀐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건 곡선의 디자인으로 선도한 사람이다. 곡선의 디자인으로 바꾸기 시작하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행의 흐름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곡선의 디자인을 선도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철학함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란 베이컨의 이야기대로 지식이 필요하다. 많은 지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철학함 즉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것을 버리고 낯선 것의 탐험을 시작하는 행동이야말로 철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탁월한 사유란 건 알고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사실 이대로 사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일방적 지식만을 암기하고 배우는 우리 교육 방식에서 질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참 어렵기만 하다. 진정한 철학을 위해선 아마 근본적인 것부터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근본적인 변화라 함은 아이들이 질문할 수 있게 만드는 것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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