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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장일순을 처음 알게 된 건 인물 현대사란 방송 프로를 통해서이다. 물론 김지하의 스승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인물이었지 자세한 건 알지 못했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방송을 보면서도 난 그를 흥미롭게 생각하지 못했으니 당시 난 그저 한 인물에 대한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보는 데 있었지 그 인물 자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다 ebs문화사 시리즈 3편 지금도 마로니에는 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다시 장일순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서야 장일순이 도대체 누구길래 당시 젊은이들의 사상적 스승이 될 수 있었을까 궁금했고 급기야 장일순에 관한 책을 뒤젹였지만 장일순에 대한 책을 찾기란 어려웠다.
장일순에 관한 책이라고 해 봐야 이현주 목사와 대담 형식으로 꾸민 노자 이야기와 평소 강의를 묶은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그리고 장일순을 기리는 사람들이 함께 만든 책들 뿐이다. 장일순이 직접 기록을 남긴 건 없다고 봐야 한다. 그건 그가 살았던 당시 상황에서는 글을 남기는 건 오히려 화를 불러오는 일이었기 때문에 철저히 모든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남긴 말 한 마디를 따라가다 보면 삶은 무얼까 하는 존재론적인 물음 앞에 서 있음을 느끼게 한다. 좁쌀 한 알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사상 속엔 함께 살아가는 상생의 힘이 있다. 말 한마디엔 과도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큰 울림을 주는 광야의 소리같은 느낌이다. 그 정도로 우리 마음 속에 쓰나미를 몰고 올 만한 내용이란 이야기다. 그러나 과연 사람들은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알고 있는 내용을 실천하기란 참 힘들다.
내 삶의 좋은 모델을 만났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혹시 책을 읽는 이유가 삶의 목적을 찾는다 라던지 아니면 삶의 모델을 만나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난 무위당 장일순을 만나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반드시 젊은 시절 만나야 할 우리 민족의 위대한 스승 중 한 분이다.
서예의 조예가 깊은 장일순은 거리를 지나면서 군고구마를 파는 사람이 써붙인 서툴지만 정성이 가득한 ‘군고구마’란 글씨를 보면서 “이게 진짜야. 그 절박함에 비하면 내 글씨는 장난이지. 못미쳐.”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가 잃은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