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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배우다 -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개정판
전영애 지음 / 청림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의 에세이 개정판.
소소한 일상에서,
사람의 온기에서,
시인의 농담에서
인생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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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에 부치는 글
'이 오래된 책이 새 모습으로 다시 나온다니 기쁘다. 첫 책이 나온 지 꼭 십 년이 지났고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지만, 무얼 더 보태기는 어려웠다. 그냥 그 자체로 완결된 한 시절의 이야기이고 지금도 그대로 유효해 보인다. 나중에도 그럴 것이다.'
선생의 일상 그리고 그의 글들의 완결성을 느낄 수 있는 문장. 하루 하루 그리고 매 문장 하나 하나 제대로 마침표를 찍었기에 그것들에 더 무엇을 덧붙일 이유가 없는 것.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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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했던 세가지 소원 우화. 할아버지는 무심코 쏘세지가 먹고 싶다 말했고, 화가 난 할머니는 그 쏘세지 코에나 가 붙어라 쏘아 붙였꼬, 결국은 그 쏘세지를 떼어 내는데 세번 째 소원을 써야했던 노부부.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도, 그 방향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는 것도, 그리고 그 선택과 실행에 대한 후회 없음. 그것은 바로 삶에 대한 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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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성실함과 열심이 오해를 사고 문제가 되어 벽에 부딪치면 몸이 아파 힘들었던 선생에게 어린 딸이 건네 준 만년필 선물. 딸은 삶 속에서 아픈 엄마가 견디어 낼 수 있는 길을 글을 쓰는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 폭설을 뚫고 백화점을 다녀온 것. 퇴근 길 불 켜진 딸의 방 속 작은 한 송이 지혜의 꽃이 잘 견디어 주길 빌었던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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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책이라도 내용이 좋아 번역을 했는데, 같이 묶어서 복간하기로 한 책이 출간되지 않아 이유를 물어보니 잘 팔릴 것 같지 않아서... 그렇다... 책도 감정도 상품이다. 첫 번역물 '사랑'이 팔리는 때가 있고, '불안'이라는 감정이 팔리는 시절이 있다. 요즘 체감하는 팔리는 감정은 '우울'이었는데 연말이 되면서 살그머니 사라진다. 연말에 팔리는 감정은 '들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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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한 말의 힘.
어린 딸이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다가 동네 어른이 몇 살이냐는 질문에 "춘추 방년 9세"라고 답해 빵! 터졌다는 일화를 나누며 독서를 통해 지식과 사회의식, 가치와 전통을 배우면서 존댓말에 담긴 사람들의 성의를 배우지 않았을까.
자신이 일생동안 받은 베품과 대접 또한 외국어이지만 타인의 형편을 살펴한 말의 정중함이 아니었을까... ...
존댓말, 정중한 태도. 그래 부드러운 혀가 뼈를 꺾는다고 했다. Be Gent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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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시간은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 진지하게 많이 생각하여 자신의 갈 길을 신중하게 찾고, 찾은 길을 성심껏 가는 삶. 탁월한 전문가가 되는 길.
시간의 힘.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시간. 절대 물리적 시간과 에너지의 투입. 삶을 살아가는데 무시해서는 안되는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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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하는 교수의 문학.
선생의 에세이는 온통 사람들 이야기.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지만 그 안에 자신에게 선의를 베푼 많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자신의 삶은 가능하지 못했을 것임을 겸손하게 읊조린 글들.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나의 삶에는 어떤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나... ... 찬찬히 짚어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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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앤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도서 중간 중간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