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 - 그런 당신을 위한 블로그라는 세계
김슬기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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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신청하기 전에 작가와 함께하는 '소소한 수다방' 이벤트가 있었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수다방이라니 솔깃했지만 신청못하고 넘어가버렸는데. 이번에 2차 수다방이 개설된다는 소식!

그런데 또 시간도 안맞고 넘어간다...

 

책을 읽기 전에 심리학적인 내용인가 싶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작가가 결혼을 계기로 블로그를 개설하고 그 정보를 내용으로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겪은 이야기였다. 아니! 읽으면서 요즘 내 이야기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새벽에 후다닥 읽어버렸다.

 

나또한 오프라인 만남보다 온라인에서 글로 끄적이길 좋아하고, 그렇게 만나게 되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 중엔 연락이 끊어진 관계도 많다.

작가 또한 내향적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많아서 블로그에 끄적거리며 시작된 글들이 모여 어느새 13년차 블로거가 되었다.

요즘 유튜브도 있고, 인스타그램도 있고, 브런치 등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작가가 고집하는 블로그는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나또한 공감한다.

 

책리뷰를 쓰면서 인스타그램과 여기 이 블로그를 쓰지만, 아무래도 길게 제한없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블로그에 끄적이는 것들이고, 블로그 제목이 '나만의 공간'인 것도 내가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네** 블로그는 정보를 알리기 위해 내가 습득하기 하기 위해 만든 블로그였지만, 어느새 유지하기가 힘들어졌고, 지금은 일부 책리뷰만 끄적이고 있다. 예전에는 일기 같은 형식으로 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 읽어보면 너무 내용을 축약해서 상대방이 누군지 당사자가 누군지도 희미하다. 세세하게 적은 글들이 아니라 그 당시의 감정에만 충실한 글들이었다.

 

작가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악플을 받았다고 했다. 나또한 악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전체 비공개, 일부 공개만 해버렸다. 악플의 상처는 오래간다.

코로나로 책을 많이 읽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작가도 가족들도 블로그를 이용한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고, 아이 또한 블로그를 쓸 줄 알게 되면서 거기에서 가족의 만남을 이루기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가족 모습에 웃음이 났다.

 

글을 쓰게 되면 가족의 이야기도 이웃의 이야기도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간다. 그래서 사실 솔직하게 쓰기까지 나역시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다. 내가 어디 살고, 나이는 어떻고, 어디 일하는 것까지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함으로서 친구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온라인 세상은 나에게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길 바래서이다. 현실과 분리하고 싶은 이원공간이길 바란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유지하면서도 진득하게 유지되는 인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랜선 친구와 현실 친구의 우정을 깊이 구분하진 않는 편이다. 믿을 게 못된다고 하지만, 그건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작가는 글쓰기를 위해 서평단 활동을 하기도 했다. 1년에 책 100권을 읽게 된 계기였다고. 나또한 공감했다. 책 사놓고도 미뤄두기만 했던 나에게 서평단활동은 기간 제한이 있어, 꾸준히 읽는 지구력을 가지게 한다. 다양한 책들도 읽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책은 내 관심사의 위주이기 때문에 서평단 활동에 당첨되기만 한다면 더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에 반해 단점은 내가 읽고자 했던 책들이 뒤로 한없이 밀린다는 것이다. 신간을 많이, 더 다양하게 읽을 수는 있지만 내 관심사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지금 이 시점이 그런데... 서평단 활동을 그만둬야 하나 아직도 고민이다. 여행을 못가는 취미 활동을 독서로 치유하고 있는데 먼 훗날 여행이 풀리면 나는 독서에서 멀어지게 될까?

 

꾸준히 글을 쓰게 된 것도 좋아진 점이다. 예전엔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서평단 활동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글쓰기 능력도 향상되었달까?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 내향적인 사람이 블로그 활동을 하게 된 것. 또한 블로그 활동으로 계획을 세워 목표를 이루는 것. 다 이해가 간다.

앞으로의 내 계획도 꾸준히 글을 써보는 것. 혹은 여기서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해본다.

 

 

"우리가 글을 쓰든 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니 그냥 당신 뜻대로 쓰면 된다. 내가 글을 쓰는 건 스스로 글쓰기를 원하고 세상에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탈리 골드버그, 글 쓰며 사는 삶-

 

"결국 글 쓰는 일의 핵심은 당신의 글을 읽는 이들의 삶과 당신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극하고 발전시키고 극복하게 만드는 것,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스티븐 킹-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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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별이 되어 바람이 되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하움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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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장기기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각종 사연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유가족의 편지와 이식수혜자의 편지, 장기기증을 전담한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의 편지가 담겨 있다.

 

첫 장을 펴자마자 눈물이 나서 휴지를 한웅큼씩 쓰고도 끝내는 끄억끄억하며 읽어내려갔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뇌사상태로 누워있는 환자 앞에서 장기기증을 허락한다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 마음을 알 수도 없거니와 글로도 표현이 안된다.

아이와 아빠와 엄마, 동생, 친구, 오빠, 할머니 등 여러 관계로 얽힌 장기기증자의 가족들이 하늘에 쓴 편지들을 읽으면서 슬픔이 느껴졌다.

몇 해가 흘러도 잊지 못한다는 내용과 이젠 멀리 떠나 행복하게 지내라는 말까지.

 

기증자 가족분들이 원한건 살아생전 뇌사에 빠진 그들이 장기기증을 원한 부분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일부라도 살아있길 원하는 마음에서 그런 결정을 한 것과 살아생전 베풂과 그들의 인품을 생각하면 그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 믿고 서약동의를 한다.

동의하기까지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지만, 그들이 끝내 목을 놓아 우는 건 수술을 위해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는 수술실 앞에서 쉽게 보내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책 속에는 QR코드로 일부 기증자의 사연이 영상으로 담겨져 있는데 한 편 한 편 보면서 기증자의 생전 모습과 기억하는 사람들, 그리고 남은 가족의 인터뷰 영상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 중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었다. 하나는 의사인 형이 뇌사에 빠진 동생을 살려내지 못하고 부모님을 설득해 장기기증을 선택한 영상이었다. 멋진 동생이었고, 좋은 삼촌이었고, 좋은 도련님이었던 그에게 갑자기 닥친 불행과 부모님의 심정이 안타까워 눈물을 쏟았다.

또하나는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된 제주에 사는 어린 아들에게 다가온 불행. 휘파람을 잘부는 개구쟁이였던 아들이 갑자기 쓰러져 뇌사가 된 모습에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까. 어린 아이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이 외에도 딸을 위해 학교에 책을 기증해 아신문고라는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를 기리는 부모님까지.

 

이식수혜자의 고마운 편지에는 오랜 혈액투석으로 고생했는데 장기기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았다는 수기와, 폐와 폐장 다양한 이식을 받은 수혜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남긴 편지가 있다. 다들 새 삶을 살겠다는 다짐과 도움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는 마음이었다.

코디네이터들이 남긴 편지에는 기증자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있다. 쉽지 않은 결정에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동의해준 가족에게, 그들이 잘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있다.

 

영상을 보며 댓글도 읽어보았다. 장기기증을 하지말라는 내용이었다. 장기를 꺼내고 사후 뒤처리를 유가족에게 맡겨버리고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답변도 달려있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답변이 달렸다.

또한 장기기증을 하며 '생명나눔강사'로 활동하는 분도 계셨다. 아버지를 보내면서 생명기증에 대한 지식을 널리 알리고자 일을 하게 되었고, 더 오래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았다.

그리고 '생명의소리합창단'이 있었는데 기증자 유가족, 이식수혜자, 기증희망등록자로 구성된 합창단이었다. 이들 모두가 멋진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가 하늘에 닿길 바랐다.

 

내 가족이 어느날 갑자기, 뇌사에 빠진다면 어떤 심정일까. 의식이 있으니 가망있을거라 믿고싶은 한가닥의 희망을 가지고 날마다 기도할 것이다. 그 순간, 힘들것 같으니 고통받는 다른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겠냐는 말을 들으면 제정신일 사람이 있을까. 이 책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결정을 내리신 기증자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그들의 바람대로 이식수혜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장기를 받고 살아있고, 기증자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길 바랄 수 밖에.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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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마연희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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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여행에세이일꺼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 제목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행은 맑음, 때때로 흐림" 여행에서 중요한 건 여러 가지겠지만 그 중 날씨에 대한 중요성도 한 몫하지~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저자는 여행이 좋아 회사를 그만두고 국내 최초로 맞춤여행사를 차린 여행사대표 겸 여행칼럼니스트다.

이 책은 여행사대표로서 겪은 일들을 주로 에피소드로 다루고 있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여행을 다녀온 에세이는 이미 출판시장에서 과부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나와서.

 

우선 개인 맞춤여행사가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던 건 나또한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을 둘 다 다녀왔기 때문이다.

처음 패키지 여행 갔던 기억이 난다. 어딘가에 꼭 필수로 들려 쇼핑을 해야 했던 모습이. 시간에 맞춰 일정대로 이동하고, 인원 체크하고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그 후 단체로 가야 할 상황이 아니고서야 나는 자유여행을 선호했다. 내가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곳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내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정을 짤 수 있는 묘미를 느끼기 위해.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누구나 다 알 듯이 내 안전은 내가 책임져야 하고, 내 행동에 대한 실수나 이런 것도 내 책임이다. 또한 혼자 여행을 가게 되면, 맛있는 것을 많이 못먹어보는 점도 있다. 입이 짧기에 여러 음식을 주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밝혔다시피 패키지여행의 단점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인데 이를 개선해 개인맞춤여행사를 만든 대표겸 작가님이 존경스럽다! 일정 짜는게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지 알기에.

여행하면 누구나 에피소드가 있겠지만, 나는 패키지여행에서 휴대폰을 분실한 경험이 있다. 내가 어디 놓고 온건지 누가 훔쳐갔는지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좋은 경험은 아니였다. 그 뒤로 휴대폰과 지갑, 카메라 등 꼭꼭 잘챙겨다녔다. 여행의 뼈아픈 교훈이다.

자유 여행하면서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혼자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말이 안통하면 답답할 때가 많다. 나또한 내가 원하는 건 이거였는데 저것을 주는 경우? 혹은 눈치로 더 구매해야 하는 경우? 가방을 놓고 버스에 탔다가 뒤늦게 알아챈 경우. 기차 파업으로 예약한 기차표가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인 경우 등등 추억해 보면 지금은 웃고 있지만, 그 당시 상황에선 모골이 송연했다. 이국 땅에서 이게 왠 고생인가 싶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꾸준한 건 그 이상의 경험과 생각, 느낌을 가지기 때문이 아닐런지.

 

코로나 이전 한창 바쁜 시기, 여행사로 걸려오는 고객의 전화에 24시간 대기, 새벽까지 제대로 자질 못했다는 글에 안타까웠다. 더 대단한 건 애기 낳으러 수술하러 간 순간에도 전화통을 붙잡고 있었다는 사실에 존경스러웠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내 업이 되면 즐길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도 잘 견뎌나가는 대표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코로나로 여행업계가 다죽었다는 기사를 봤다. 대표님 또한 TV에 출현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하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내 아는 동생도 여행사에서 나왔고, 여행업을 하는 외숙모도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가 계속 이어지면서 백신까지 맞으면 이제 여행이 가능해지는가 싶었는데 또 다른 변이바이러스로 세계는 위축되고 있다. 언제까지 봉쇄되어야 할까.

예전에 자유롭게 마스크없이 누비고 다니던 시절이 그리워지려고 한다. 진정 추억으로 남을 것인지.

 

책 속에서 20년 넘게 택시업을 하던 쿤 아저씨가 차를 팔고 도시락 장사를 한다는 글에, 전화 한 통 울리지 않는 사무실을 매일 출근한다는 대표님의 글에 울컥했다. 서비스업을 한다는 자체가 고객들에게 좌지우지 되는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전세계적인 팬데믹현상이 아니던가. 반강제적으로 쉴 수 밖에 없고, 매출 또한 마이너스가 아닐까. 그럼에도 함께한 고객들과의 행복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응원에 힘입어 행복하다는 대표님에게 저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꼭!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 하루가 바쁘더라도 행복한 일을 하시기를!

 

여전히 어렵다는 항공업계와 숙박계, 자영업계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비행기노선이 점차 자취를 감출 때, 공항가던 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도 비행기가 가끔 떠다니는 하늘을 보면 언제 다시 여행갈 수 있을까 상념에 잠긴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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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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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어버렸네요! 저또한 독립생활을 하고 있지만 돈모으는 건 쉽지 않거든요. 현 직장생활에서의 애환과 앞으로의 미래, 그런것들이 현실로 다가와서 공감했어요. 책속의 20대, 50대와 70대 3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인생과 돈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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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 세계 인형극 축제 속에서 찾은 반딧불 같은 삶의 순간들!
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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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의 세계라니! 유년 시절 인형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현실에 치여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인형들에게 받는 위로 여행이라니. 독특한 소재였다. 래연 작가는 학창 시절부터 문학가가 꿈이었고, 랭보의 시를 좋아해 랭보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인형극을 보고 인형극 전도사가 되었다.
 

인형으로부터 위로 받고 인형들의 삶에서 우리의 현실을 본다는 것에 이 책을 보면서 수긍했다. 나또한 어릴 적 양배추인형에 종이인형, 미미인형까지 인형이라면 내 모든 것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기가 지나 TV속 연예인에 빠져 살던 시절도 있었고, 만화에 미쳐 주구장창 만화만 보던 시절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책 속에서 나또한 동성 친구에 대한 동경으로 한동안 이성보단 그 친구가 한없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만의 짝사랑같은 기분이었달까.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그 시기엔 누구나 동경하는 대상이 가까운 동성친구가 되기도 하다는 걸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 당시엔 그 마음이 왜 그런것인지 막연하게 느껴졌다. 좋은 점 뿐만 아니라 나쁜 일탈 행동까지도 닮고 싶어하는 마음이 결코 정상이 아닌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곧 나만의 새로운 호기심을 찾아 매진했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싸워가며 쟁취했다. 하고싶은 공부였기에 후회는 없었다. 작가의 책 속 유년기 에세이를 읽으며 나랑 조금은 닮은 부분이 있구나 생각했다. 그녀가 랭보를 찾아 떠난 여행에서 인형극에 빠졌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프랑스 여행에 올인했다. 어린 시절 만화와, 미술, 역사 공부로 다져진 꿈들이 커지면서 아, 프랑스는 가봐야지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작가가 말한 샤를르빌은 처음 듣는 도시였으며, 인형극 축제나, 랭보의 도시이니 말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만이 흙속 진주를 알아챌수 있는만큼 나는 무지했다.

 

프랑스에서의 여행은 파업과 함께 내가 계획한 도시를 못보고 건너뛰게 만들었으며, 또 다른 의미로 와닿았던 곳이었다. 기차로의 계획이 버스로 이동되거나 혹은 예정에 없던 동행과 함께 그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고흐의 작품 배경이 된 곳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는 경험과 혹은 인생 계획대로 되는 여행이 어딨겠냐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렇게 빵 좋아하던 내가 한 달이 되자 이제는 한식이 그리워지며, 한국마트를 찾아 식료품을 구입해 라면을 끓여먹는 처지가 되었다. 집 나가봐야 고생이라지만 그래도 이 여유로움의 추억과 행복한 마음을 놓지 못하기에 다시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또한 여행 중 감기몸살에 걸려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던 시간이 있었다. 잘츠부르크였는데 그 곳에서 알아본 베트남 가게에 가서 손짓발짓으로 주문한 메뉴에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

 

책 속 마리오네트 인형은 줄인형이라 하는데 이것은 어릴 적 만화나 어디선가 본 듯한 인형이다. 나는 이 인형을 체코 여행에서 처음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가까이서 본 인형은 너무 신기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무섭고 오싹해 크기가 커 밤에 보면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어릴 적 인형은 인형답게? 생긴 인형이었다면, 현실적으로 생긴 인형은 나를 째려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하나 구입해볼까 하다가도 집에 있으면 무서울 것 같다는 나자신과의 대화로 결국 흐지부지 되었다.

 

그림자 인형극 또한 어디에선가 접했고, 손가락인형이나 손인형 또한 어릴 적 TV어린이 프로그램이나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내가 책 속에서 다시 본 건 인형을 크게 제작해 사람이 들고 다니거나, 혹은 신체의 일부가 되어 인형처럼 보이는 부분이었다. 작가가 책 속에서 언급한 일카 숀바인과 두다 파이바의 공연이었다.

 

아, 이런 것도 인형극일 수가 있구나. 하나의 행위예술가처럼 인형이 되어 인형처럼 행동하는데 그 모습들이 궁금해 유투브영상을 안볼 수가 없었다. 실제 본 영상은 더 놀라웠다. 이렇게 인형을 제작할 수 도 있고, 이렇게 투영할 수도 있구나 하고.

 

작가가 인형극에 빠지게 된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내가 인형이 될 수도 있고, 인형 그 자체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또한 극과 어울리는 음향효과라던지 그들이 직접 만든 인형의 모습과 신체를 활용해 움직인다던지 모든 게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뮤지컬과 연극보는 걸 좋아하지만 인형극은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인형극에 빠져 축제 시기가 되면 프랑스 샤를르빌로 떠나는 작가가 부러웠고 부러워졌다. 그러던 차에 올해 예술인형축제가 서울에서 연말에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덧붙여 기사를 찾아봤는데 춘천인형극제도 2025년에 국제적으로 열린다고 한다! 샤를르빌에서 열리던 그 국제적인 인형극을 춘천에서도 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들뜬다.

 

축제 하니 난 타이페이에서 본 등불축제가 유일한 기억인 것 같다. 마침 내가 간 시기에 등불 축제로 온 도시가 마비되어 지하철 입, 출구쪽은 경찰의 통제를 받고 있었다. 그 밤, 즐기고 싶은데 시간상 여유롭지 못했던 여행자 신분인 나는 공연을 하는 무대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삼켰고, 도로를 꽉채워 구경하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그 속의 한 인파였단 사실에 즐거웠고, 그 둥둥하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축제는 사람을 들뜨게 하는구나! 이렇게 많은 인파에 갇혀 옴짝달싹 못해도 함께 즐긴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역시 축제는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즐기는 것만이 축제의 묘미를 제대로 경험하는 것이다.

 

래연 작가의 인형극을 즐기는 방법은 사전에 프로그램을 보고 미리 통합권을 끊어 온라인으로 신청하는 방법이다. 그녀는 인형극에 매력에 빠져 10여년 간 이 축제를 6번이나 보러 갔으며, 현지 신문에도 기고되었다. 한 곳에 빠져들면 열심이던 그녀가 이제 랭보에 이어 인형극의 세계에 빠졌다는 글에 기분이 좋았다. 책 속에서 유년 시절의 경험에선 어른들의 방관과 무관심에 상처받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 경험에 투영해 봤고, 그런 어른들이 되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기 위해 사회에 관심을 가져 본다. 결코 그런 경험은 내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한 거라고 내 자신을 믿어본다.

 

인형극의 프로그램 중엔 이해할 수 있는 극들이 있는 반면, 보고도 지루하고 졸 수 있는 극들이 있다. 열흘의 축제 기간 동안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결국 끝나고 나면 마리오네트처럼 돌아가 일상 생활을 하고 축제 기간이 되면 홀연히 나타나 공연을 보여주는 모습에, 혹은 그 관람객의 입장이 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인형극축제로의 초대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책을 통해 여행의 추억을 되새겼고, 아 나도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아 나도 이런 경험 해봤어! 하는 여러 감정을 가지고 들여다 본 '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였다.

 

음악이나 예술이나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그들의 목소리, 표정, 손짓, 몸짓 하나만으로 전달되는 모습에 행복감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국공용어가 있어 전세계를 하나로 만든 물리적인 지구처럼 말이 통했으면 더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럼에도 지구상에는 전쟁과 싸움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희노애락을 경험하는 인간의 일생이 우주 앞에선 먼지의 존재겠지만, 그 먼지의 삶은 고단하다.

 

 

*이 책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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