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레파 - 티벳의 위대한 요기
라마 카지 다와삼둡 지음, W. Y. 에반스 웬츠 엮음, 유기천 옮김 / 정신세계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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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파 유기천 옮김/ 정신세계사

 

불교서적 중 <티벳>을 소재로 엮은 책과 <틱낫한>을 저자로 한 책이 꽤 많다.

<티벳>은 지형상 히말라야가 있는 만큼 우리 동양인에게 전설적인 느낌에 마음의 고향 같은 고고함이 있어서이고, 베트남 출신 <틱낫한>스님은 소박한 풍채로 솔직담백한 필체로 독자를 휘어 잡는데 그 반면 관련 서적의 종류가 많다 보니 쳐다보다 식상하기도 한다.

 

정신세계사에서는 <티벳 사자의 서>, <티벳 해탈의 서>, <티베트 역사산책> 등 몇 가지 시리즈 마냥 진작 출간했는데 튼튼하고 깔끔한 제본과 고급스런 지질은 내용을 떠나 듬직한 감을 준다.

또 출판사 답게 <정신>을 고양하거나 머리 속을 움직여야 하는 주제를 갖춰 심심풀이 책은 결코 아닌, 읽어서 유익하다. 현재는 초인들의 삶과 가르침을 찾아서라는 책을 잡았는데 量的 측면에서도 만만하지 않다.

 

서문에서 이 책은 생명을 이해하고 생명이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모든 것을 초월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라고 언급했지만, 소감은 아니올시다이다.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동양의 소크라테스로 비유되는 밀라레파의 일대기이다. 모진 운명을 벗어나려다 무거운 죄업을 가지게 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세월 동안 깨우침(명상)을 통해 단박에 성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구체적인 과정이나 고차원적인 명상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밀라레파가 가장 원했던 것은 삶의 가치들을 깨달음의 저울로 판단할 수 있기 위한 내관(來觀), 자기성찰에 의한 진리 체득이었다고 하는데,….직접 우리들에게 일러주는 내공과 방법은 없다.

 

불교철학의 티벳 유파에는 세 갈래가 있다.

게룩파(황모파)는 지금 티벳 국교로 되어 있는 달라이라마가 이에 속하며, 카귀파는 밀라레파가 가장 위대하다고 한다. 닝마파(홍모파)로는 파드마삼바바(티벳 사자의 서 저자)를 들 수 있다.

카귀파 종은 마하무드라 철학이라고 하는데 천상의 붓다 도제창(持金剛)’에서 틸로파, ‘나로파’, ‘마르파를 거쳐 밀라레파이며, 다시 제감포파(닥포라제)’로 계승되었다고 한다.

 

카귀파는 진정한 불교의 관점에서 세속생활의 완전한 포기와 철저한 고행을 실생활에 적용한다.

지금 이 순간(1902)에도 티벳 히말라야의 황량하고 쓸쓸한 이곳 저곳에 수백 명의 카귀파 고행자들이 동굴에서 기거한다고 한다. 이런 은자들은 세속에 묻혀 사는 인류들을 깊은 연민으로 바라본다고 하며, 우리가 무지에서 벗어나 해탈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라며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요기(성자)에게 인생이란 환영(幻影)의 그물 속에서 덫에 걸린 짐승들처럼 버둥거리는 일이다. 사람들은 무지로부터 생겨난 환영 속에 깊이 잠겨서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기는 인생을 바로 알기 위해 우선 속세로부터 멀어져야 했고, 아직 깨닫지 못한 인류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진리를 깨달아야 했던 것이다. 가르치는 자가 스스로 빛을 보지 못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밀라사람이여!’라는 뜻이고 레파무명천을 걸친 자이다.

말라레파는 절대적 포기(무조건적 금욕과 고행)가 보다 높은 이상이라고 가르치고 만년의 삶을 통해 스스로 입증했다. 밀라레파의 말씀을 몇 가지 적어 본다.

 

-자신의 마음 작용이 사고를 초월할 수 있으려면 타인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절실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든 길 중에서 최상의 길입니다. 또한 배고픈 사람이 음식의 이름만으로 만족할 수 없고 음식을 먹어야 하듯이 사고의 공성을 이해하려는 자는 그것의 정의를 알기보다 명상에 의해서 그것을 체험해야 합니다.

 

-나는 내게 이익이 될 것을 영원 속에서 구하고 있으며 음식과 의복과 명예를 통해 맛보는 작은 만족을 멀리하고 이 한 생애 동안 무지의 적을 제압하고 있는 거요.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 중에서 나는 최고의 희망을 지닌 가장 용감한 사람들에 속한단 말이요.

 

-나는 윤회와 열반이 상호의존적이며, 우주의 원인은 사심이나 편애가 없는 마음임을 알았다. 이 우주적 원인은 불신의 [또는 자애의] 길로 나아가면 윤회하게 되고, 이타의 길로 나아가면 열반에 드는 것이었다. 윤회와 열반의 참다운 근원이 [초세속적인 마음의] 공성에 잇음을 나는 철저히 확인했다.

 

-죄받을 짓인 줄 알면서도 죄를 지어 부모의 가슴을 찢는 자들이나, 스승과 삼보에게 바쳐진 재물을 바라고 거짓말과 비열한 행위를 일삼으면서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이루려는 자들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고 결국은 자기 자신이 상처를 입는다.

 

-옛 성인들의 전기에 보이는 엄숙한 사실들과 인과의 법칙, 윤회계 전체의 부자유와 고통, 좋은 자질의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인간의 필멸성, 사망 시기의 불확실성, 이런 것들 것 생각하고 잘 분별하면서 명상해야 한다.

 

-세속 팔풍을 버리고 개인적 자아의 환상을 제압한 뒤 윤회와 열반을 하나로 보면서 고독한 명상을 통해 정신적 자아까지도 극복해야 하오.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고, 이 원칙을 굳게 지켜라. 그러면 경전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부처들의 지시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관적이고 무조건적인 밀라레파의 금욕적인 수행 자체가 곧 명상이었지 않았을까.

무조건적인 금욕생활은 여동생 페타와 엤 연인이었던 제세의 영향으로 일부 수정되어 참다운 초월적 지식은 육체를 적절히 관리하되 영양가 있는 음식과 편안한 옷가지를 무조건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대승 교리의 수행법에 대한 이해가 확고해졌다고 언급했다.

 

한때 나는 들었다로 시작되는 이 전기는 제자 레충이 기술한 것인데, 계승자인 제감포파는 언급된 부분이 없다. 약간 아쉬운 측면이다. 이 책을 통하여 가장 아쉬운 점은 서두에 언급한대로 금욕적인 수행을 통한 명상의 본질적인 전개 등을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일대기로 그친 점이다. 어쩌면 일대기에서 인과율의 법칙을 보여주고 차원을 달리한 금욕적인 수행 자체를 읽고서라도 응당 시사하는 바가 있기는 하다.

 

한국의 정치인 부류 중 소위 고위 관료나 여당 여당정치인들은 도저히 이런 책을 읽지 않았을 테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손쉽게 갈아치우고, 공과를 떠나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그들 무리만의 이익을 좇아 계속 욕보이며 정의나 진실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 인과율의 법칙을 믿기나 할까. 마음 같아서는 백마술을 배우기엔 나의 심보가 그릇된 탓에 흑마술이라도 터득하여 한국의 국격을 심히 손상하고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의 근간을 짓밟는 자들을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다. 암만 좋은 내용의 책을 읽어도 요즘 나라 돌아가는 사정 앞에선 평정심을 쉽게 놓치게 되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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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대사전
자기경영연구소 지음 / 북씽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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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대사전 자기경영연구소/북씽크

 

신입사원 시절, ‘교육개발과에 배치 받았다.

영업을 위주로 하는 회사라 교육관련 업무가 많기도 했던 회사였다.

교재를 만들고 정신훈화와 정신력 배양에 주안점을 둔 인쇄물을 제작하기도 하는데 나이도, 경력도 없는 터에 거의 책에 의존하는 거다. 수시로 대형서점을 찾아 관련서적을 뒤적여 도움되는 책을 구입했다. 물론 회사 책이 되므로 개인지출이 아니었다. 덕분에 근무시간에 당당히 업무용 차량을 배차 받아 서점 순례를 하는 기분 만땅인 햇병아리 직장인이었다.

 

이 책을 그 무렵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작권 개념도 없었던 시절이라 교재나 社內 통신물에 삽입하기 적당한 내용들이 가득하여 최소 2년 정도는 다른 도서구입 없이도 충분히 활용했을 터이다.

지금도 회사의 사보발행 관련자가 가끔씩 이를 인용해도 좋을 테고, 특히 세일즈 관련 회사의 일선 매니저 입장에서 각종 교육시간에 이를 활용하는 용도로 추천하고 싶다.

 

자기계발관련 도서의 대가로는 <데일 카네기>를 들 수 있는데 현재도 출간되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 받는 책이기도 하지만 또한 어떤 사람들은 자기계발, 처세술 부류의 책들은 진정한 책으로서의 가치에 미흡하므로 잘 읽지 않기도 한다. 이를 뒤집어보면 도처에 자기계발을 이끌어주는 책들이 많고 그 내용들이 복잡하지 않아 손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만큼 반비례하여 행동하는 실천이 수반되지 않는 까닭에 자기계발이 항상 요원하여 효과가 없기 때문이고, 고로 읽어도 소용없는 책은 잃지 않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된 심보 아닐까.

 

이 책은 예시나 사례가 실려있지 않는 만큼 두꺼운 부피(1400여 페이지)로 엄청난 내용을 요약정리한 실용서이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맞다. 진작 회사를 떠난 나 같은 사람에겐 뒷부분의 인생편 아무 페이지나 넘겨 읽는 것도 재미있다. 쉽게 손 닿는 곳에 비치하여 틈틈이 뒤적여 보려 한다.

 

모 인터넷서점의 검색으로, 판매지수가 약간 있는 편이고 리뷰도 꽤 실려 있다.

여기 리뷰들은 서평단 등을 통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영리목적으로 책을 엮은 이들이지만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유익한 책이다. 더불어 정도의 실천이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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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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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때는 1970년이고 프랑스 빈민가쯤 낡으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7층 건물의 주택가에 산다.

불량끼 많으며 조숙하고 정신 말짱한 회교도 모하메드(줄여서는 모모)’로자아줌마와 함께 살며 아줌마의 원대로 병원 행을 거부하며 아줌마를 끝까지 보호한다.

모모는 정신이상자인 아버지와 창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엄마를 죽여 궁여지책으로 로자 아줌마에게 유상으로 맡겨진다.

폴란드계 유태인인 로자 아줌마도 창녀출신으로 50줄 이후엔 7층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제때 피임을 못해 출산하게 된 창녀들의 자녀들을 유상으로 돌보는 걸로 생계를 유지한다.

7층 구조의 열악한 아파트 거주자 중 본디 프랑스인은 오직 1명이고, 나머지는 아랍계, 아프리카 흑인, 동성연애자 등 쉽게 표현하여 열악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나 서로 돕고 정겨운 좋은 이웃들이다.

젊어서는(15세 때 사진을 봐서) 예쁜 여성이었고 엉덩이로 먹고 살았던 로자 아줌마는 예순을 후딱 넘긴 근래 뚱뚱한 몸매와 신체 곳곳의 이상징후로 조만간 운명할 조짐을 보였는데, 마침내 모모가 온 힘을 다하여 아줌마를 모시는 곳이 평소 준비되었던 지하실이었고, 수양엄마(로자 아줌마)사후 3주일 동안 함께 머무르다 이웃들에게 발견되고 구조된다.

 

아주 오래 전 읽었던 도서인데 씨줄 날줄에 해당하는 내용에 관해 별 기억이 없다.

마지막 장면 정도는 희미하나마 알겠고, 책장을 덮으며 뭔가 뭉클하고 애잔한 느낌은 있었다.

당시 출판사는 문학사상사였는데 요즘은 이 출판사 책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과거로의 회귀라 해야 하나.

인상 깊었던 소설을 찾아 다시 뒤적이게 된다.

레마르크 개선문이며, 헤르만 헤세 데미안이 그렇다.

 

부산역을 마주 바라보던 달동네가 지금은 빌라주택으로 탈바꿈했고 골목길은 온데간데 없는 옛집 주위를 작년 가을 저녁에 걸었던 적이 있다. 당시 명칭이었던 모교 초량국민학교주변도, 의자 위에 나무 판을 걸쳐놓고 보통 스포츠가리로 이발했던 이발소가 있던 자리를 스치기도 했다. 저기 아래에는 양공주와 코쟁이 군인들이 활보하던 텍사스 거리도 있었다.

그래, 과거로 회귀 말자. 향수를 맡지 말자. 누구의 삶이 아닌 현재 나의 삶, 자기 앞의 이니까.

 

죽을 때까지 병원에 입원시켜 놓으면 노인들은 더 심한 우울증에 빠져버릴 거라고 했다”(p193)는 구절은 현대의 한국에서 주목해야 할 경우이다.

많은 요양병원에서 치매나 다른 병명으로 노인네들이 입원, 아니 수용되어 있다고 보겠는데, 요양병원 측에서는 고객인 노인들이 바로 운명하지 않을 정도의 식사와 신체장해의 급격한 악화만 방지하는 선에서 장기간 수용하는 것이 목표(?)라 할 것이다. 정신은 말짱하시고 단지 무릎관절 악화로 제대로 걷지 못하여 가족들의 일손을 덜려는 뜻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완전히 정신이 망가져 치매 끼 까지 보이다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운명하셨다는 경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요양병원입원이 결코 능사가 아니고 정말 노인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배려, 즉 정을 받는 것이다.

소설 중 로자 아줌마도 정의 결핍을 두려워했을 것이며 모모는 이 점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엉덩이로 밥벌이 하는 여자-창녀-성매매로 알고 보면 매춘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집창촌을 봉쇄하면 풍선효과로 주택가로 스며들어 결론적으로 단속의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울 나라에선 지난 대선 때에 문재인은 정치적 창녀이다라는 거침없는 언사의 혁혁한 공(?)으로 푸른 집 대변인으로 낙점 받은 윤창중이 있었는데 기실 창녀의 인간성마저 욕보이게 한, 전무후무한 금수였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창녀는 창녀일 뿐 속임수나 협잡은 아닌 것이다.

 

자꾸 옆길로 새는 감이 있다.

지극히 행로가 달라야 할 회교도 소년과 유태인 할머니 사이의 을 담은 소설이다.

고아인 영특한 꼬마가 수양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자유로운 환경에서 임종을 맞도록 돌본다.

을 매개로 하는 사랑. 알고 보면 주어야 받고, 받아야 주는 것이고 더불어 정을 담는 것이다.

쌍방향이 아닌 일방적인 사랑은 신이 아닌 한 어렵다. 業報, 인과응보인 것이다.

자기 앞의 생은 환경의 산물로 간택된 타인을 우회하여 나에게 감성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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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행동의 심리학 - 말보다 정직한 7가지 몸의 단서
조 내버로 & 마빈 칼린스 지음, 박정길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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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행동의 심리학조 내버로 지음/박정길 옮김

 

깔끔한 책 모양과 지질, 그리고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골몰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라 읽는 진도가 빨랐다. 후반부를 넘기면서는 그럴싸한 이론과 사실이라 “뭐 대개 아는 내용 아닌가”하는 자만심(?)에 더욱 넘기는 속도를 높이게 된다. 이런 게 내 단점이다. 좀 알만하면 정성을 쏟지 않고 덤벙댄다는 거다. 그리고는 혹 내가 무의식 중에 실수로 부정적인 신체언어를 나타내는 건 아닌지 조바심 내면서 몇 가지를 기억하고자 했다.

 

여기서 다루는 신체언어는 ‘보디랭귀지’, 즉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다.

초반에 인간을 지키는 3단계 생존 메커니즘을 다루면서 3F라고 불리는 정지도망투쟁 의 위험에 반응하는 방식을 설명하는데, 웬 엉뚱한 설명이냐고 봤으나 바로 정정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사람의 동물들이 더욱 강한 포식자와 맞닥뜨렸을 때부터 생존을 위한 방어본능으로 정지, 도망, 투쟁하게 되었고 다년간 학습의 결과 머리에 저장되었고, 이는 우리의 뇌 구조 중 ‘변연계’에 해당한다 

이 변연계야 말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통제불능일 정도라 본능에 충실한 반응을 나타낸다. 이처럼 생각과 몸(여기서는 비언어적인 제스쳐)이 제각각 놀아 한 인간의 불일치 하는 言行이 곧 남에게 읽히게 되고, 대인관계나 업무상 사안과 연계되면서 주의를 요한다는 것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손 움직임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소개하는데 적합한 지적이다. 익혀야 할 몇 가지 밑줄 친 부분을 정리해본다.

-머리 기울이기는 정말로 편안할 때만 하는 행동이다.

-두리번거리는 행동은 스스로 ‘무관심한 사람’ 또는 ‘우월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만들므로 항상 나쁜 인상을 남긴다.

-입술압착이나 입술 오므리기도 스트레스를 나타내거나 거절의 표시가 된다.

-언어와 비언어의 얼굴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항상 둘 중에서 부정적 정서를 더 정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팔의 움직임은 태도와 감정에 대한 중요하고 정확한 척도가 된다.

※아이들이 부모나 다른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 팔 동작을 심하게 바꾸거나 제한한다면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학대 받는 아이에게 이 순응적인 행동은 생존을 의미할 수 있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갈 때 팔의 힘을 풀고 가능한 한 한 팔의 안쪽과 손바닥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따뜻함을 전달하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과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반드시 손이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손이 보이지 않거나 손의 표현이 부족하면 전달되는 정보가 지각되는 질이 낮아지고 정직성을 의심받게 된다.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모양내기(외모, 옷을 다듬는 등)는 실례다. 이는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거부의 신호이다.

-손으로 첨탑모양을 하는 것은 가장 높은 자신감을 나타내는 신체언어이다.

-주머니에 들어간 엄지는 즉시 불안이나 사회적 불편함의 메시지를 내보내므로 반드시 피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정직한 사람보다 접촉이 적고 팔과 다리를 적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다리를 교차하는 것은 함께 있는 사람을 편안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느끼면 종종 자신의 구두를 만지작거리거나 발가락 끝에 구두를 걸고 흔드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야 할 곳과 해야 할 일이 있어 목적을 갖고 걷는다. 그러나 범죄자 유형의 사람은 행동개시 전까지 걸음에는 목적성을 띤 방향이 없다. ※거리에서 목적 없이 거닐다가 갑자기 당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조심하라! 가능한 한 빨리 도망쳐라.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그의 말을 신중히 고려한다는 것을 알리는 강력한 방법은 몸을 상대방 쪽으로 기울이거나 복부를 그쪽으로 향하게 한다. 이런 자세는 회의시간에 말할 기회가 없을 때 특히 효과적이다.

-위생상태와 모양내기(옷 차려 입기)를 보면 그 사람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추정해볼 수 있다.

말미에   저자는 ‘속임수 간파하기’에 대해서도 유용한 자료를 제공한다. 

 

리뷰를 총정리 해보자.

문제는 지금까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해석한 적이 없었고, 그러니 관찰한 적도 없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도로표지판을 찾지 못하는 친구의 예를 든다. 시야를 바꾸어보니 곳곳에 표지판이 보이더라는 실례를 들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부단한 트레이닝을 북돋는다.

관찰을 습관화하여 자신의 관찰 근육을 사용하여 주위의 세상을 더욱 잘 간파하여, 궁극적으로는 말과 침묵의 두 가지 언어를 듣고 볼 수 있다면 삶이 풍부해지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부추긴다. 지당한 말씀이다.

책의 정가가 14,000원인데 인터넷서점에서는 일괄적으로 50% 할인해서 7,000원이다.

내가 구입한 책은 2012 9월초, 초판 35쇄 발행이라 적혀있는데 해당 출판사는 이 책의 출간으로 소위 땡잡았다고 보겠다. 출판사들이 이런 효자도서가 가끔씩 있어줘야 꾸준히 良書를 출판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사재기를 이용하는 불법적인 방법이나, 평가단을 모집하여 적당하게 인터넷서점의 리뷰코너에 게시하여 홍보하는 건 페어플레이가 아니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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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러시아 역사 -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그러나 서양사에 가려진 러시아 역사의 시작부터 푸틴까지
에이브러햄 애셔 지음, 김하은.신상돈 옮김 / 아이비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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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러시아역사 에이브러햄 애셔 지음/김하은·신상돈 옮김

 

일전 닥터 지바고를 보며 무대가 되는 혁명시절은 물론 러시아 역사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인 채 소설을 읽는 것이 갑갑했는데 지바고를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먼저 들었다면 훨씬 읽는 진도가 빨랐을 것이다. 지바고는 1995 1차 혁명을 목격했으며, 이어 1917 2차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정이 해체되고 파란만장한 은둔이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제목대로 처음으로 러시아역사에 관한 도서를 들었다.

학창시절 세계사 과목이 있었건만 이런 러시아역사를 몰랐던 건 왜일까?

세계사는 그렇다 치자. 우리의 역사인 국사, 韓國史이다.

오늘 뉴스에 서경덕 교수와 배우 송일국 씨가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명 서명운동'을 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수에 함몰된 교육의 폐해는 도산 안창호와 유관순을 테러범으로 부르는 뉴라이트가 중등 역사교과서를 편찬하여도 개가 닭 보듯 하는 현실이다.

우리의 역사를 위시하여 세계의 역사를 알고 교훈을 도출하여 민족과 국가의 實益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유럽에서는 16세기에 거의 폐지되었던 농노제도가 1649년 러시아법전에는 농민의 복종조건으로 재 규정되며 되레 러시아의 주요제도로 확고한 입장이 된 점, 1789년 프랑스혁명으로 약화된 전제정치가 러시아에서는 1917년 까지 국정운영의 대원칙으로 존재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이처럼 고루한 정치·사회체제와 더불어 서구사회를 풍요롭게 한 17세기 근대 과학기술에서도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여 결과론적으로 현대 민주주의로의 軟着陸이 아직 더디다 하겠다.

 

 

러시아정교회의 유래가 로마가 아닌 비잔틴(그리스정교회)에서 전해졌다는 사실, 몽골족이 1240년부터 대략 1480년까지 240여 년 동안 사실상 러시아를 지배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알았다. 또한 1918년 까지 200여 년 동안 러시아제국의 수도는 모스크바가 아닌 ‘(상트)페테르부르크였고 레닌의 사후에는 레닌그라드로 불렸다는 것도 마찬가지. 거듭 무지한 세계사 인식이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독자적인 역사를 구축하였다. 그 역사는 찬란한 영광과는 거리가 멀었고 대개 평범한 시민과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복종을 강요했고, 무질서한 질서가 현재 집권자 푸틴에게까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겠다. 알고 보면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도 의도된 것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얼떨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고 1917 11월 혁명을 이용하여 볼셰비키의 집권으로 레닌, 스탈린, 흐루쇼프,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그리고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는 고르바쵸프, 이어서 엘친, 푸틴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집권자들은 집권직전까지는 거의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현대 러시아는 처칠의 표현만큼이나 철의 장막을 상징한다. 

 

러시아의 문호이자 사상가, 철학자, 교육자였던 레프 톨스토이 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침공이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았다. 국가적으로 존경 받았던 톨스토이였겠지만 두 차례 혁명 와중에서 고난을 겪지 않았을까 궁금해서 관련 책자를 뒤져 보았다. 톨스토이는 1905 1차 혁명으로 국민의 폭동에 정부의 탄압이 가해지자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몹시 고민했다고 한다. 그리고 1910년 운명하여 급 물살 치는 조국을 목격하지 못했다. 농노제와 전제정치의 종말로 농민에게 농지소유가 가능한 시대로 전환됨에 사후의 톨스토이도 기뻐할 만했겠지만 실질적으로 프롤레타리아독재에 예속되어 이전 체제보다 더욱 암울한 공포시대를 지냈던 후예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욱 가슴 아팠을 테다. 

 

전체주의와 공포정치로 유명한 스탈린.

전체주의의 원류는 의외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라 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를 국가가 통제하는 정치형태로 스탈린은 국가제도를 비롯해 국민의 공적·사적 생활에 대해 완전한 감독권을 확보하려 해 전체주의의 결정판을 보여주었다. 휘하 비밀경찰은 혁명이 곧 최고의 법이며 혁명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정당하다를 원칙 삼아 국민을 겁박하였고, 동료들(공산당 고위간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인 저자가 40년 넘게 러시아 역사를 가르쳐 온 사람으로, 대체로 비관적인 시야로 러시아를 바라본 도서임을 유념하고 읽을 필요는 있겠다. 그리고 독자인 나 역시 반공을 국시로 한 시절 교육을 받았던 터에 소련으로 불렸던 당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부인할 수 없다. 

 

어쨌던 유럽 본류와 직접 교류하지 못하고 비잔틴(오늘날 터키)을 통해 문물이 유입되었고, 한 때 아시아의 침략을 받았지만 독자적인 국가의 형태를 키워갔는데 그 형태가 썩 바람직하지 않았으며 근대 들어 진정한 국민의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인텔리겐차의 뜻으로 마르크시즘을 도입하여 전세계를 좌지우지하려 했으나 74년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세계 1위의 지하자원 매장량, 세계 2위의 군사대국인 러시아는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안고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국가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지만 그들의 선조는 바이킹-해적 출신이었고, 호주(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 범죄자들의 귀양지로 시작된 나라였지만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이다. 이에 비하면 장구한 역사와 고유의 종교와 문화가 깃든 나라, 소련의 굴레를 벗어난 러시아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과 권력욕에 함몰되지 않은 올바른 지도자를 만날 때 그들의 발전은 물론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현대 러시아에 애정을 보내며, 더불어 이웃인 한국과도 공생하여 윈윈 할 수 있는 우방으로 자리매김하는 러시아를 원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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