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레파 - 티벳의 위대한 요기
라마 카지 다와삼둡 지음, W. Y. 에반스 웬츠 엮음, 유기천 옮김 / 정신세계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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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파 유기천 옮김/ 정신세계사

 

불교서적 중 <티벳>을 소재로 엮은 책과 <틱낫한>을 저자로 한 책이 꽤 많다.

<티벳>은 지형상 히말라야가 있는 만큼 우리 동양인에게 전설적인 느낌에 마음의 고향 같은 고고함이 있어서이고, 베트남 출신 <틱낫한>스님은 소박한 풍채로 솔직담백한 필체로 독자를 휘어 잡는데 그 반면 관련 서적의 종류가 많다 보니 쳐다보다 식상하기도 한다.

 

정신세계사에서는 <티벳 사자의 서>, <티벳 해탈의 서>, <티베트 역사산책> 등 몇 가지 시리즈 마냥 진작 출간했는데 튼튼하고 깔끔한 제본과 고급스런 지질은 내용을 떠나 듬직한 감을 준다.

또 출판사 답게 <정신>을 고양하거나 머리 속을 움직여야 하는 주제를 갖춰 심심풀이 책은 결코 아닌, 읽어서 유익하다. 현재는 초인들의 삶과 가르침을 찾아서라는 책을 잡았는데 量的 측면에서도 만만하지 않다.

 

서문에서 이 책은 생명을 이해하고 생명이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 모든 것을 초월하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라고 언급했지만, 소감은 아니올시다이다.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동양의 소크라테스로 비유되는 밀라레파의 일대기이다. 모진 운명을 벗어나려다 무거운 죄업을 가지게 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세월 동안 깨우침(명상)을 통해 단박에 성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데 구체적인 과정이나 고차원적인 명상을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밀라레파가 가장 원했던 것은 삶의 가치들을 깨달음의 저울로 판단할 수 있기 위한 내관(來觀), 자기성찰에 의한 진리 체득이었다고 하는데,….직접 우리들에게 일러주는 내공과 방법은 없다.

 

불교철학의 티벳 유파에는 세 갈래가 있다.

게룩파(황모파)는 지금 티벳 국교로 되어 있는 달라이라마가 이에 속하며, 카귀파는 밀라레파가 가장 위대하다고 한다. 닝마파(홍모파)로는 파드마삼바바(티벳 사자의 서 저자)를 들 수 있다.

카귀파 종은 마하무드라 철학이라고 하는데 천상의 붓다 도제창(持金剛)’에서 틸로파, ‘나로파’, ‘마르파를 거쳐 밀라레파이며, 다시 제감포파(닥포라제)’로 계승되었다고 한다.

 

카귀파는 진정한 불교의 관점에서 세속생활의 완전한 포기와 철저한 고행을 실생활에 적용한다.

지금 이 순간(1902)에도 티벳 히말라야의 황량하고 쓸쓸한 이곳 저곳에 수백 명의 카귀파 고행자들이 동굴에서 기거한다고 한다. 이런 은자들은 세속에 묻혀 사는 인류들을 깊은 연민으로 바라본다고 하며, 우리가 무지에서 벗어나 해탈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라며 기도를 올린다고 한다.

 

요기(성자)에게 인생이란 환영(幻影)의 그물 속에서 덫에 걸린 짐승들처럼 버둥거리는 일이다. 사람들은 무지로부터 생겨난 환영 속에 깊이 잠겨서 자신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기는 인생을 바로 알기 위해 우선 속세로부터 멀어져야 했고, 아직 깨닫지 못한 인류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진리를 깨달아야 했던 것이다. 가르치는 자가 스스로 빛을 보지 못했다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밀라사람이여!’라는 뜻이고 레파무명천을 걸친 자이다.

말라레파는 절대적 포기(무조건적 금욕과 고행)가 보다 높은 이상이라고 가르치고 만년의 삶을 통해 스스로 입증했다. 밀라레파의 말씀을 몇 가지 적어 본다.

 

-자신의 마음 작용이 사고를 초월할 수 있으려면 타인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절실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든 길 중에서 최상의 길입니다. 또한 배고픈 사람이 음식의 이름만으로 만족할 수 없고 음식을 먹어야 하듯이 사고의 공성을 이해하려는 자는 그것의 정의를 알기보다 명상에 의해서 그것을 체험해야 합니다.

 

-나는 내게 이익이 될 것을 영원 속에서 구하고 있으며 음식과 의복과 명예를 통해 맛보는 작은 만족을 멀리하고 이 한 생애 동안 무지의 적을 제압하고 있는 거요. 이 세상의 모든 인간들 중에서 나는 최고의 희망을 지닌 가장 용감한 사람들에 속한단 말이요.

 

-나는 윤회와 열반이 상호의존적이며, 우주의 원인은 사심이나 편애가 없는 마음임을 알았다. 이 우주적 원인은 불신의 [또는 자애의] 길로 나아가면 윤회하게 되고, 이타의 길로 나아가면 열반에 드는 것이었다. 윤회와 열반의 참다운 근원이 [초세속적인 마음의] 공성에 잇음을 나는 철저히 확인했다.

 

-죄받을 짓인 줄 알면서도 죄를 지어 부모의 가슴을 찢는 자들이나, 스승과 삼보에게 바쳐진 재물을 바라고 거짓말과 비열한 행위를 일삼으면서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이루려는 자들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고 결국은 자기 자신이 상처를 입는다.

 

-옛 성인들의 전기에 보이는 엄숙한 사실들과 인과의 법칙, 윤회계 전체의 부자유와 고통, 좋은 자질의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 인간의 필멸성, 사망 시기의 불확실성, 이런 것들 것 생각하고 잘 분별하면서 명상해야 한다.

 

-세속 팔풍을 버리고 개인적 자아의 환상을 제압한 뒤 윤회와 열반을 하나로 보면서 고독한 명상을 통해 정신적 자아까지도 극복해야 하오.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행동하고, 이 원칙을 굳게 지켜라. 그러면 경전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가장 높은 부처들의 지시에 어긋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관적이고 무조건적인 밀라레파의 금욕적인 수행 자체가 곧 명상이었지 않았을까.

무조건적인 금욕생활은 여동생 페타와 엤 연인이었던 제세의 영향으로 일부 수정되어 참다운 초월적 지식은 육체를 적절히 관리하되 영양가 있는 음식과 편안한 옷가지를 무조건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대승 교리의 수행법에 대한 이해가 확고해졌다고 언급했다.

 

한때 나는 들었다로 시작되는 이 전기는 제자 레충이 기술한 것인데, 계승자인 제감포파는 언급된 부분이 없다. 약간 아쉬운 측면이다. 이 책을 통하여 가장 아쉬운 점은 서두에 언급한대로 금욕적인 수행을 통한 명상의 본질적인 전개 등을 보여주었으면 했는데 일대기로 그친 점이다. 어쩌면 일대기에서 인과율의 법칙을 보여주고 차원을 달리한 금욕적인 수행 자체를 읽고서라도 응당 시사하는 바가 있기는 하다.

 

한국의 정치인 부류 중 소위 고위 관료나 여당 여당정치인들은 도저히 이런 책을 읽지 않았을 테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손쉽게 갈아치우고, 공과를 떠나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그들 무리만의 이익을 좇아 계속 욕보이며 정의나 진실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자들이 인과율의 법칙을 믿기나 할까. 마음 같아서는 백마술을 배우기엔 나의 심보가 그릇된 탓에 흑마술이라도 터득하여 한국의 국격을 심히 손상하고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의 근간을 짓밟는 자들을 응징하고 싶은 마음이다. 암만 좋은 내용의 책을 읽어도 요즘 나라 돌아가는 사정 앞에선 평정심을 쉽게 놓치게 되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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