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 개정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4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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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독일인의 사랑, 좁은 문 보다 짧은 소설이나 안타깝고 씁쓸한 느낌이 드는 내용이다.

격정을 못 이겨 전개된 사건이 아니다.

7년 연상의 사촌에게 처음부터 연정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모친의 병 구환을 위해 도와주러 와서 모친의 장례를 치르고 혼자라는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사촌에게 계속 머물러달라는 게 청혼이 되고 결혼. 애정을 키워가는 사이가 아니었고 물리적인 고독을 떨치려 한 사유로 결혼은 순탄하지 않았다는 말씀이다.

막상 결혼을 하고 활달한 것 같았던 부인은 말수도 줄어들고 병약해지고 집안일을 꾸려나가기도 벅차 부인의 사촌의 딸-사촌은 빚만 남겨놓고 죽어 충격으로 사촌의 부인도 사망한 후 재산 없이 혼자 남은-이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주인공 이선 프롬은 그녀에게 빠져든다

 

주어진 환경에서 이선 프롬에게 탈출구이자 유일한 낙이 살림 도와주러 온 처조카 매티 실버.

부인이 매티 실버를 쫓아내던 날 즉흥적으로 이선 프롬은 함께 가출하려 하나 당장 무일푼으로 실행할 수도 없다. 바래다주는 길에 이선 프롬과 매티 실버가 일치하는 의견은 썰매를 타고 스피디하게 달려 경사진 곳 느릅나무를 들이받는 것이다.

신도 무심하시지. 지옥이든 천당이든 두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데 결과는 최악이다

이선 프롬과 매티 실버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셋이 함께 살아야 한다.

이선 프롬은 경제적인 능력과 무관하게, 애정과 무관하게 두 여성을 돌봐야 하고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두 여인과 같은 방에서 기거해야 하며 가축처럼 일해야만 거의 풀칠할 수 있다

話者는 처음 본 이선 프롬의 용모와 표정과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서 궁금하게 되어 주변에서 그의 과거를 알고자 하던 차에 눈보라로 어쩔 수 없이 이선 프롬의 집에서 하루를 지내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이 소설은 끝맺게 된다.

 

 

한때 도시에서 대학을 다녔고 결혼 당시에도 일정기간 후엔 도시에서 살 거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그들 선대가 그랬던 것처럼 고향 스타크필드를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병약하거나 불구에 가까운 두 여인이 세상을 다할 때까지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어 여유로운 시간도 갖지 못한다.

 

부인과 대조적으로 병약하지 않고 친절하며 관심도 가져주는 젊은 아가씨와 헤어지기 싫어 즉흥적이었지만 극단적 생각을 선택한 결과, 그의 미래는 이만저만한 쪽박이 아니다.

그렇다고 젊은 여성과 깊은 육체적인 애정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었는데 결과는 가혹했다.

이 소설의 결과물로 우린 사유하고 나서 어떤 의견을 가져야 할까?

결혼이란 일정기간 배양기를 거치면서 상대방을 탐색해야 하고 애정을 키워야 하지, 쓸쓸해서 혼자가 싫어서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견해는 지워야 하겠다.

그런데….나는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학교도서관에서 조우하여 3년간 꽤 진지한 연애를 졸업하며 골인했었건만? 정답이 없네. 남녀간 사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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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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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첫 만남이 개떡같아도 궁하면 사랑은 이루어진다?

출판사 영업사원인 여자 <어밀리아 로먼>과 앨리스 섬에서 부부가 서점을 열었고 지금은 상처하여 개성 없지 않은 <에이제이 피크리>가 최악의 만남에서 출발하나 우여곡절 끝에 합친다.

처형, 처형의 남편이자 친구, 경관인 친구와 뜻밖에 입양한 딸과 더불어 스토리는 절정이다.

 

우연히 중고서점에서 구경하다 이 책을 놓쳤고, 그제 다시 발견하여 집으로 모셔두고 밤과 오늘 낮 동안 읽었다. 경음악으로 지금 흐르는 곡은 stand by your man…

마치 <어밀리아>가 마음으로 품어주었던 <에이제이 피크리>를 위해 부르는 노래 같다.

아쉬운 건 리뷰나 표지에 쓰인 걸로는 아주 대단한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리라 한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혹시나 에서 역시나 로 급전직하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복선을 파헤치며 신경 써야 하는 부담을 내려놓고 읽으며 훈훈한 마음을 담기에 적합하고 비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 따사로운 햇살아래 찌든 마음을 말린다고 해야 할까.

해서 이 소설은 우울할 때 마주하면 치료가 되는 약이다.

 

솔솔 피어 오르는 생각.

세월 거슬러 광안리 바닷가 거닐며 소박한 꿈이 있었다. 당시에

직장생활 접고 나서 여기서 책방 열고 싶다. 해변을 찾는 연인들을 타깃으로 시집을 팔고, 책 고르기 쉽지 않은 이들에겐  책 추천도 해줄 것이다. 그리고 책 속에 파묻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배필은 그러라 하였다. 가정경제 잘 꾸려 애들 장가보내고 나서 노후를 그렇게 보내자며.

그런데 광안대교까지 번듯하게 들어서고 애초에 섬 없었던 그 바다는 변함없는데 그때 실리던 물살은 이미 우릴 떠났다.

 

혼자살이의 고충은 자기가 싸지른 똥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는 점이다.” 정곡을 찌른다.

선의를 품은 동네 사람들- 이를 줄여 선동사”. 옮긴이의 지혜가 번득인다.

어떤 놈은 책을 훔쳐 가고, 어떤 놈은 아기를 두고 가고폭소를 터트리게 된다.

그것은 죽도록 술 마시고 장사를 말아먹겠다는 그의 계획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좋은 서술.

목적 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방황하는 자에게도 방황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는 법.”

좋은 결혼이란, 적어도 한 부분은 음모로 이루어진다.”

 

서점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도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한국에선 의미 없게 되었다.

동네서점은 완전히 도태되고 인터넷위주 대형서점 뿐이다. 서면 영광도서가 그나마 인간적인 부산의 서점쯤 되려나. 그리곤 몇 군데 중고서점들(예스24, 알라딘). 보수동 책방골목도 경쟁력이 없다. 이 소설의 소재처럼 동네책방은 아예 존립근거가 없는 추억의 서점이 되어버렸다.

 

가망 없게 된 남편에게, “난 당신을 좋아해. 당신에게 길들여졌어. 당신이 내 남자라고. 이 바보야.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없어.” 어린 왕자와 호밀 밭을 거닐고 있을 여우가 아련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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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피부 세계문학의 천재들 6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지음, 유혜경 옮김 / 들녘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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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피부라지만 내면은 뜨거웠다고….

 

 

 

 

작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니아 출신이다.

그래선가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아일랜드 출신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아마 동변상련 이었겠지. 작품의 성과가 좋아 스페인어로도 번역되어 세계로 번져 오늘은 내게 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올해 초부터 도서출판 들녘 도서를 읽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로 시작하여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을 마주하고 오늘은 <차가운 피부>를 만났다. 그리고 <꿈꾸는 책들의 도시>도 획득하여 차례를 기다린다.

민음사나 문학동네, 열린책들 같은 소설전문 시리즈를 묶어 세계고전으로 200권 이상 출판하는 대열에 든 출판사는 아니지만 접할수록 들녘의 소설도 읽을 가치가 있다.

아쉽게도 <어얼구나강의 오른쪽>의 후속 편 격인 <뭇 산들의 꼭대기>의 출판사는 은행나무.

내친김에 이도 들녘에서 출판했으면 싶었다.

 

 

아네리스의 피부는 차갑다. 그래서 제목이 차가운 피부인 거다.

인간의 입장에서 본 괴물종족이자 마스코트 아네리스는 백치미가 일품이었을까.

어쩌면 주인공 남자는 상대적으로 바티스에 비해 이성적이었으나 교묘한 구석이 보였다.

바티스는 좋게 보면 야성적이고, 반대로는 단순과 무지로 가득 찬 단세포적 인물로 묘사된다.

그래! 이성적이든 단세포적이든 주어진 그들의 환경에서 서로 죽이지 않고 동거할 수 있음으로 봐선 포괄적으로 정상인간이 맞다.

 

 

체인징파트너가 된, 재림한 <바티스 카포>로서 주인공은 오리지널 바티스가 걸어간 길을 답습할까 말까. 삼각형을 통하여 괴물종족과 휴전까지 이룬 경험으로 보아 주인공이 첫발을 디뎠던 당시로 회귀하진 않을 것 같지만 후임자가 온 첫날밤 총소리로 미뤄보아 장담하지 못하겠다.

주인공에겐 아네리스가 이 세상 무엇과도 우선인데 후임자와 양립(?)하지는 않겠고, 괴물종족과 휴전을 모색하고 평화를 구하는 주인공은 후임자와 거주하며 아네리스와 전념하여 변함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암튼 주인공이 제2의 바티스 카포로 등극하여 능청떠는 결말은 날 정신차리게 한다. 이래서 인간은 경험의 산물로 나름 역사를 만들어가는가.

 

 

책 말미에 리뷰 셋이 실려있지만 읽지 않고 제목만 보았다.

괴물은 누구일까.

두꺼비 얼굴을 한 바다 괴물과 인간의 문화 전투.

낯선 존재와 눈을 마주하다.”

대충 떠오르는 생각과 연결하면 수확할 수 있겠지.

주인공은 확신했다.

유럽에서 도망친 이후 내가 찾고 있던 은신처가 바로 그녀(괴물인 아네리스)”라고.

가식을 벗어 던지면 인연을 보게 되리라. 내가 부처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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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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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에서 열리는 깊은 강

 

 

 

 

 

그들은 단체 인도관광여행을 통하여 비로소 동떨어진 별세계를 만났다.

그 별세계는 쑥맥 같은 사랑에서 추락한 오쓰가 선구자였고 이소베”, “미쓰코”, “누마다”, “기구치모두 별세계를 거닐었고, 인도의 성모 마리아인 여신 차문다를 조우하였다.

 

 

 

저마다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을 뒤로하고 길을 나선 인도여행많은 순례자들이 죽기 위해 오는 길이라는 갠지즈 강 돌계단에서 힌두교 의식을 묵도하고 과거에 고뇌한다. 그 고뇌와 친숙하거나 털어버리거나 무명세계에 선 자신을 깨닫고 잊었던 별세계로 들어가는 그들은 곧 우리들이다.

 

 

 

강에 오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전갈에 찔리고, 코브라에 물어 뜯긴 여신 차문다의 과거를 지니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생이 있고, 타인에게 말 못하는 비밀이 있고, 그리고 그들은 그걸 무겁게 등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갠지즈 강에서 정화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그들은 갖고 있다.”

 

 

 

오쓰가 말하는 신은 어디에나 계신다고, 거북하면 양파로 명명해도 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차문다는 곧 부처이자 우리가 곧 차문다이자 부처아닌가.

다 큰 어른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이 다름아닌 별세계인 것이리라.

 

 

 

이 책을 덮으며 두 가지 실행계획이다.

당장엔 생활태도이다.

한동안 대웅전에서 500배를 하며 날 반성하고자 했고, 집에서나 사무실에서 금강경을 소리 내어 읽었다.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간단히 생략했다. 하여 아침마다 금강경 독송부터 재개하자고.

그리고 인도여행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간 인도를 방문하자는 거다.

법정스님 <인도기행>, “후지와라 신야 <인도방랑>을 앉아 보기보다 직접 길을 나서보자는 거다.

 

 

 

말미 작품해설에서 역자가 따온 글이 가슴에 묻힌다.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

-침묵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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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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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너무 몰랐다.

 

 

근래 은퇴하여 여가선용이 본업이 된 매제의 요청으로 5권을 구입해주었고, 그 중 한 권을 선물 받아 읽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저자에 대해선 호 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줄 안다.

일찌감치 불교경전과 기독교 성서를 해설하기도 하고 동서양 철학을 논하기도 했다.

일각 학자들로부터는 정통이론가가 아니라며 폄하받기도 한다.

이명박 시절엔 부당하게 TV 공개강의를 제지한다고 시위하기도 했던, 괴짜 같은 분이라 할까.

난 이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나 변함없이 호감 갖는 분이다.

 

지난 43일 전후 쯤이다..

서면 영광도서 들리는 길에 맞은편 충무김밥집에서 식사하는데  마침 방송에서 제주 4.3관련 뉴스가 나오면서 일하는 두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제주도 빨갱이들이 반란을 일으켜 양민들이 죽은 건데 장관이 와 사과하노? 정권 바뀌더니 다시 빨갱이세상이 되나 보다.”

그땐 현기영 소설가의 <순이삼촌>을 읽은 후였고 제주4.3 사건에 충격 받았을 때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느냐고 화가 나서 큰소리로  물으니 조금 전 다녀간 중년손님들이 그러더라며 날 이상하게 보았다. 그래서 한마디 하고 나왔다. “보세요, 지금 어떤 세상인데 빨갱이 세상이 된다고 합니까. 그 작자들 태극기부대 아닙니까? 좀 알고 말하시고,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 후 읽은 존 스타인백이 쓴 <분노의 포도>에서 빨갱이가 등장한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기이자 가뭄으로 거듭된 흉년에 담보물로 잡은 농토를 날리고 동부에서 서부 캘리포니아로 일자리 찾아나선 농민들이 겪는 고초를 다룬 내용의 소설이다.

망할 놈의 빨갱이들이 이 나라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가 이 빨갱이 놈들을 몰아내야 한다.”

 우리가 시간 당 25센트를 주겠다고 할 때 30센트를 달라고 하는 개자식들이 다 빨갱이야!”

있는 자가 그의 부를 지키고 더욱 키우기 위함에 방해요소는 일단 빨갱이인 것이다.

현재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심지어 제1야당에서도 이런 기조 하에 국민을 설득하려 하고 태극기부대의 메인 메뉴 이다.

 

리뷰가 옆길로 한참 새는 중이다.

해방정국을 설명하는데 명료하면서 지금껏 들었던 가방 끈에서는 알지 못한 내용들.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편에선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방은 되었으나 엄밀히 독립이 아니었다는 점, 주체적 역량이 없었고, 권력의 공백을 초래하였고, 이념의 갈등과 혼란을 가져왔다는 해방의 아이러니….기존 사학자들은 이런 시야가 없었나?

고종을 겁박한 천주교회가 제주도에서 행한 교폐와 6.25를 전후로 이승만을 등에 업고 날뛴 서북청년단은 어찌 그리 판박이 같은 느낌이 들까?

조병옥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제주도민학살을 주도한 박진경의 장례가 대한민국육군장 제1호로 기록되고 충혼비와 동상이 아직 버젓이 건재한 사실은 뭔가?

단재 신채호의 말씀. “이승만은 이완용보다 더 큰 역적이다. 이완용이는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이승만 이놈은 아직 우리나라를 찾기도 전에 팔아먹은 놈이다!”

 

온전한 마음을 가진 시민이라면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을 직시하여 사실을 알고, 두 번 다시 어리석은 역사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같은 기조로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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